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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 Theme.4 우크라이나 전쟁과 포스트 세계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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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와 안보 구도에 상당한 변화 초래


보호무역·민족주의 확대

유럽 각국 국방력 강화 평화의 탈냉전시대 종식


글 | 우평균(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우크라이나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가장 큰 전쟁이며, 전후 질서에 반해 유럽 내 영토 장악을 목적으로 일으킨 최초의 전쟁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량 등 필수적인 물자 공급이 차질을 빚었고, 동시에 세계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국가들의 빈곤화, 보호무역주의의 증대, 민족주의의 확산과 글로벌 제도의 침식, 각국에서의 대중들의 불만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공감을 얻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전쟁 후 상황은 국제질서와 안보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 각국이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고, 공동안보기구로서 나토의 확대와 기능이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유럽이 누려오던 30여 년의 ‘탈냉전시대’는 마감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우크라이나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가장 큰 전쟁이며, 전후 질서에 반해 유럽 내 영토 장악을 목적으로 일으킨 최초의 전쟁이기도 하다. 2차 대전을 겪은 인류가 국제연합을 만들어 침략 전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안전보장이사회 영구 이사국 5개국이 중심이 되어 국제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도록 위임했는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웃 국가의 영토를 획득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으니 유엔의 권능과 그간 국제사회가 공들여 유지하려고 애써온 국제평화의 기운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행위로 기록될 만하다. 


전쟁 발발 이후 10개월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주요 국면에서 전쟁의 경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상 및 공중 작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군사전략의 중요성, 육군에 있어 효과적인 보급 및 제병연합 작전의 중요성, 제공권 확립의 어려움, 지상 및 공중 공격 조정 등 재래식 전쟁의 많은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정밀 유도무기 활용, 사이버전, 대대적인 드론 공격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21세기형 전쟁의 새로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기와 병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고전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전쟁이 무기와 병력처럼 눈에 보이는 물량적인 요소뿐 아니라 교리, 조직, 훈련, 리더십과 교육, 인사와 시설 등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잠재적 요소들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전력이 작용하는 결과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지면상 이 모든 요소들을 모두 검토할 수는 없고, 한 가지 사례만 든다면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군인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도록 옥죄는 문화가 지배해 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러시아 포병 부대는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지 않고, 공격 임무를 받는 순서대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주력한다. 목표물이 이동했다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해도 러시아 부대는 예정대로 이전 위치의 적과 교전한 연후에 새로운 위치의 목표물을 공격함으로써 목표물이 한 번 더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러시아 군대가 이 같은 관행을 유지하는 한 장기 전쟁에서 효과적인 목표 달성과 궁극적인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 전망


일각에서 평화협상이 거론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종결될지에 대한 예측을 위해 3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우크라이나가 서서히 교살되는(strangle) 시나리오인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굳건히 통제하면서 마리우폴 등 흑해 연안 도시를 부분적으로 장악한 상태에서 오데사를 봉쇄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내해(inland) 국가화하고, 러시아 국내에서 전쟁 반대 의견을 성공적으로 진압하면서 러시아의 ‘승리’를 선언한다는 예상이다. 러시아가 승리를 확신하는 이 시나리오는 현재 전황으로 볼 때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상태가 되었다.


둘째, 러시아가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는 시나리오이다.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에서 진격을 성공적으로 달성하여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이전의 통제 지역(크림반도와 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분리주의자 점령지역)으로 밀려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분리주의자들의 견고한 방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에 있어 추가적으로 진전이 없는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2022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영토를 회복하고 사기가 올라가겠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당국이 다짐하고 있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완전 회복 등 2014년 3월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려는 의지에 비추어볼 때, 쉽게 성사되기 힘든 점이 있다.  


셋째, 우크라이나가 거의 모든 영토를 되찾는 시나리오로, 크림반도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목표 달성을 이루는 예측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와 차이점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차지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회복하고 크림으로 공세를 이어가려 하면, 러시아는 이스칸데르-M(SS-26) 핵미사일을 현지에 배치하고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하면 이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 중국도 나서서 중재 노력을 할 가능성이 있다. 중재가 실패하면 3차 대전의 전운이 더욱 짙게 드리워지게 된다. 이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패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러시아연방 해체의 가능성도 뒤따른다. 이때 전쟁을 통해 세력권을 강제로 확보하려던 러시아는 21세기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변화를 초래한다. 

러시아는 이제 ‘동결된 갈등(frozen conflict)’으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동결된 갈등이란 분명한 승리를 선언하기보다 몰도바 내 트란스니스트리아와 조지아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공화국처럼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실제 점령 상태를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러시아의 동결 대상은 2022년 2월 이전 돈바스 내 점령지역과 크림반도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질서의 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와 식량 등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물자 공급에 차질을 빚게 만들었고, 동시에 세계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기관에서 향후 세계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리라는 전망을 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국가들의 빈곤화, 보호무역주의의 증대, 민족주의의 확산과 글로벌 제도의 침식, 각국에서의 대중들의 불만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공감을 얻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면, 불만이 많아지는 현상이 도래한다는 전망은 당연한 논리적 결과이다.     


경제뿐 아니라 전쟁 후 상황은 국제질서와 안보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간에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 각국이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고, 공동안보기구로서 나토의 확대와 기능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동안 유럽이 누려오던 30여 년의 ‘탈냉전시대’는 마감하게 되었다. 


또한 러시아의 전쟁 행위는 유럽뿐 아니라 동아시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토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잠재적 위협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으며,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러시아와 중국 나아가 북한과의 연대에 대해 촉각을 세우게 되었다. 미국은 대만해협의 방위 지원 계획과 더불어 반도체 1위 국가 대만의 산업 역량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는 중국을 대하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전략에 고난도 대응을 요구한다. 이미 세계 각국은 국방비를 앞다투어 증액하고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기는 경우, 러시아의 세력권 확대를 통한 유라시아에서의 제국의 위상 확보와 유럽의 약체화가 가능해지고, 러시아와 연대하는 중국의 입지 역시 강화시키면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 확대와 과감한 군사적 개입을 촉진하게 된다. 중국은 대만 공격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기고, 북핵 제재를 무력화시키면서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진행할 것이다. 


반면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지거나 전쟁을 시작할 때의 기득권을 유지하지 못 하는 경우, 러시아는 유럽과 구소련 공간, 나아가 시리아와 아랍 등 그동안 구축해 놓은 세력권 내에서 힘을 잃거나 세력권을 상실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중국은 약해진 러시아를 뒤에 두고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적하는 유일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중국과 계속 협력하고자 한다면, 사실상 중국에 끌려가는 위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이 러시아에 손을 내밀어 중국에 함께 대항하는 구도로 전략적 전환을 꾀할 수도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는 러시아보다 중국에 더욱 심각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를 서방이 안게 되는 구도 형성을 가능하게 만든다.

 

한국의 대응 모색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 전쟁과 관련하여 상반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불안을 느끼는 폴란드 등 중부 유럽 국가들의 무기 시장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반면에 전쟁 중인 러시아의 동부 전선과 다름없는 한반도 내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단기적인 에너지와 물자 부족에서 벗어나 근래 축적한 외화를 바탕으로 각종 미사일 발사와 포격 등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연일 자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22년 5월 신정부가 출범한 한국의 안보 위협은 북핵 7차 실험 가능성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크게 증대되었다. 한국이 고려해야 할 대응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를 거두게 되면 중국의 대만 위협 확대 등 동아시아 정세가 불안해짐은 물론 러시아와 우호적인 북한을 자극하여 한반도 안보에 한 단계 높은 결정적 위협을 가하려는 시도가 있으리라는 예상을 당연시해야 한다. 러시아가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한 한국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기회주의적 발상은 의미가 없으며, 러시아-중국-북한 연합구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전략과 방도를 구체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여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인간적인 생활을 하면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물자와 발전기, 기타 전원공급 장치 등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기여도에 우선순위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 


둘째, 근래에 들어와 북핵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에 반대하는 경향을 띠어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북한의 ICNM 발사 등 명백한 유엔결의안 위반에 대한 규탄 결의안 채택조차 중국과 러시아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방해하는 등 노골적으로 대북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북한이 한반도에서 위협을 확대할수록 미국의 시선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한반도로 이끄는 바람직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유류와 물자를 지원하면서 북한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유엔안보리 등 기존의 방식에 의존하여 북핵 대처를 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호주 등과 별도의 협력 구도를 형성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이 확장 억제를 통해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할지라도 북한이 낮은 수준에서 감행하는 재래식 도발을 모두 억제할 수는 없으며, 결국 한국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북한의 도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셋째, 북한 변화를 위한 접근 방법 다양화를 모색해야 한다. 2022년 하반기에 이란에서 히잡 착용으로 촉발된 군중 시위가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 명목으로 반복되어 온 중국 정부의 철저한 도시 봉쇄 등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백지 시위가 가열되어 결국 당국이 부분 봉쇄해제 등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만들었다.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결정한 전쟁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도 상당수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북한의 경우는 이란, 중국과는 다른 방식의 통제가 일상화되어 있는 만큼 북한에서 밑으로부터의 요구가 확산되어 정권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권의 변화는 주민의 요구로부터 가능하다는 것을 과거 동독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전환 초기 과정에서 경험한 바 있다. 변화 의사가 없는 정권을 압박하기보다는 북한주민들에게 알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더 주효할 수 있다. 물론 국제사회의 노력 속에는 한국이 크게 역할을 해야 하는 이치가 당연하다.  


필자 우평균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러시아 정치와 군사, 한반도 안보 등이다. 대표 저서로 『푸틴의 야망과 좌절: 세계의 판도를 바꾼 우크라이나 전쟁』(공저, 2022),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대북 국가이익』(공저, 2021),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주변국 협력 방안』(공저, 2021) 등이 있다.  


[이 게시물은 순국선열유족회님에 의해 2023-01-03 15:30:45 편집위원 컬럼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