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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사랑방 [2022/09] 겨레의 명절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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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처 ‘추석’보다 우리 토박이말 ‘한가위’ 


달처럼 크고 환한 마음으로 

이웃과 정겨운 달맞이를…


글 | 김영조(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순조 때(1819) 김매순(金邁淳)은 《열양세시기》에서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로 우리 겨레 으뜸 명절 한가위를 표현했다.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져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인 우리의 명절 한가위는 햇곡식과 과일이 풍성한 절기이며,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1년 중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장 좋은 절기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겨레의 명절 ‘한가위’가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명절을 명절답게 지낼 수 없어 안타깝다. 순조 때(1819) 김매순(金邁淳)은 《열양세시기》에서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로 우리 겨레 으뜸 명절 한가위를 표현했는데 한가위야말로 햇곡식과 과일이 풍성한 절기로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1년 중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장 좋은 절기다.

한가위의 유래와 말밑 

한가위는 음력 팔월 보름날로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 불렸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가 그들을 이끌어 음력 열엿새 날인 7월 기망(旣望, 음력 16일)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짜게 하였다. 그리고 짠 베의 품질과 양을 가늠하여 승부를 가르고,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게 하였다. 이날 달 밝은 밤에 임금과 백관 대신을 비롯해 수십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녀와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會蘇曲)’을 부르고, 춤을 추며 질탕하고 흥겹게 놀았다.” 

여기서 말하는 길쌈 짜기는 그때 말로 “가배”라 했는데 가배가 변해서 “가위”가 된 것이다. 

한가위의 다른 이름인 중추절(仲秋節)은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仲秋), 종추(終秋) 석 달로 나누어 음력 8월 가운데에 들었으므로 붙은 이름이다. 추석이라는 말은 ‘예기’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과 중국에서 중추(中秋), 추중, 칠석, 월석 등의 말을 쓰는데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이라 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런데 흔히 쓰는 ‘추석’이란 말은 말밑(어원)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이 말밑이 분명치 않은 중국 출처인 ‘추석’보다는 신라 때부터 오랫동안 우리 겨레가 써온 토박이말 “한가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겠다.

한가위의 세시풍속, 
‘반보기’와 ‘밭고랑 기기’ 

한가위의 세시풍속으로는 벌초(伐草), 성묘(省墓), 차례(茶禮), 소놀이, 거북놀이, 강강수월래, 원놀이, 가마싸움, 씨름, 반보기, 올게심니, 밭고랑 기기 따위를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풍속은 벌초와 성묘 그리고 차례다. 한가위 때 반드시 벌초하는 것이 자손의 도리로 여겼으며, 한가위의 이른 아침에 사당이 있는  종가(宗家)에 모여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 성묘 가는 것이 순서다. 

① 소놀이 : 풍물패를 따라 소를 흉내 내며, 온 마을을 다니며 노는 놀이. ‘소놀이’를 할 때는 그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 머슴을 상머슴으로 뽑아 소등에 태우고 마을을 돈다. 

② 거북놀이 : 수숫잎을 따 거북이 등판처럼 엮어 등에 메고, 엉금엉금 기어 거북이 흉내를 내는 놀이. 이 거북이를 앞세우고 “동해 용왕의 아드님 거북이 행차시오!”라고 소리치며, 풍물패와 함께 집집이 방문한다. 대문에서 문굿으로 시작하여 마당, 조왕(부엌), 장독대, 곳간, 마구간, 뒷간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들보 밑에서 성주풀이를 한다. 조왕에 가면 “빈 솥에다 맹물 붓고 불만 때도 밥이 가득, 밥이 가득!” 마구간에 가면 “새끼를 낳으면 열에 열 마리가 쑥쑥 빠지네!” 하면서 비나리를 한다. 이렇게 집집을 돌 때 주인은 곡식이나 돈을 형편껏, 성의껏 내놓는데 이것을 잘 두었다가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쓴다. 

③ 강강술래 : 손에 손을 잡고 둥근 달 아래에서 밤을 새워 돌고 도는 한가위 놀이의 대표. 이 놀이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칠 때 의병술로 시작한 것이라는 설이 있으며, 또 이러한 집단 원무의 시작은 원시 공동체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강강술래는 둥글게만 돌지 않고 갖가지 놀이판으로 바뀌면서 민요를 곁들인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 강강술래 / 동무 좋고 마당 좋네 강강술래 / 솔밭에는 솔잎 총총 강강술래 / 대밭에는 대도 총총 강강술래 / 달 가운데 노송나무 강강술래” 앞소리꾼이 소리를 내면, 모두는 받아서 강강술래로 메긴다. 동이 터올 때까지 강강술래 놀이는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④ 원놀이 :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원님을 뽑아서 백성이 낸 송사를 판결하는 놀이로 일종의 모의재판. 

⑤ 가마싸움 : 이웃 서당의 학동들끼리 만든 가마를 부딪쳐서 부서지는 편이 진 것으로 하는 놀이다. 이긴 편에서 그해에 과거시험에 급제한다는 믿음이 있다. 

⑥ 올게심니(올벼심리) : 한가위를 전후해서 잘 익은 벼, 수수, 조 같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을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 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는 풍습이 있는데 이때 음식을 차려 이웃과 함께 잔치하기도 한다. 올게심니한 곡식은 다음 해에 씨로 쓰며, 떡을 해서 사당에 바치거나 터주에 올렸다가 먹는 게 전라도 풍속이다. 

⑦ 풋바심 : 채 익지 않은 곡식을 철 따라 새로 난 과실과 함께 먼저 돌아가신 조상에 올리는 일, 곧 천신(薦新)하기 위해서 벤다. 또 새로 거둔 햅쌀을 성주단지에 새로 채워 넣으며 풍작에 감사하는 제를 지내기도 하는데 경상도 풍속이다. 

⑧ 밭고랑 기기 : 전라남도 진도에서는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긴다. 이때 음식을 마련해서 밭둑에 놓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그 아이는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밭농사도 잘된다고 믿는다. 

⑨ 반보기 :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시절 한가위가 지난 다음 중간에 만날 장소를 정해 음식을 장만해 가서 어머니와 딸이 만나 회포를 푸는 풍속이다. 도중에 만났다 하여 한자말로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반보기가 아니라 승용차를 타고 고향을 방문하거나 교통체증 탓에 거꾸로 부모가 서울로 올라가는 역귀성이라는 풍습이 생겼다. 

이 밖에도 《동국세시기》 기록에 따르면, 제주도 풍속에 ‘조리희’라 부르는 줄다리기, 닭 잡는 놀이인 ‘포계지희’ 같은 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한가위의 시절 음식, 
송편과 신도주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라는 우리나라 옛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가위는 곡식과 과일 등이 풍성한 때이므로 여러 가지 시절 음식이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밤단자를 시절 음식으로 꼽았다. <농가월령가>에는 신도주(新稻酒),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 등을 이때의 시절음식이라고 했으며, 송이국, 호박, 박, 가지, 고구마 따위를 납작납작하거나 잘고 길게 썰어 말린 것으로 국을 끓인 고지국도 영동 지방에서는 별식으로 먹는다. 

한가위 차례상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한가위 때 마시는 술을 ‘백주(白酒)’라고 하는데, 햅쌀로 빚었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고도 한다. 한가위는 추수를 앞둔 때여서 사람들의 마음이 풍족해져 서로 술대접을 하는 경우가 흔했다.

송편은 대표적인 한가위 음식이다. 송편에 꿀송편, 밤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따위가 있으며, 이때 솔잎을 깔아 맛뿐 아니라 향과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 솔잎에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다른 식물보다 10배 정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위장병, 고혈압, 중풍, 신경통, 천식 등에 좋다고 한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모시잎을 삶아 넣어 빛깔을 낸 모시잎 송편, 강원도 지방에는 감자송편이 있다. 쑥송편, 치자송편, 호박송편, 사과송편 등도 별미다. 한가위 때는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며 송편을 빚는데, 송편을 잘 빚어야 예쁜 아기를 낳는다는 말에 서로 은근히 솜씨 경쟁을 벌이기도 하며, 빚은 송편이 예쁜지 볼품이 없는지에 따라 배우자 될 사람의 얼굴도 그렇게 된다는 등의 속신도 있다.

또 임신한 부인이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할 때는 송편 속에 솔잎을 가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솔잎이 붙은 쪽을 깨물면 딸을 낳고 떨어진 끝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을 징조라고 점을 치기도 했다.

송편 말고도 한가위 때는 호박고지를 넣은 시루떡도 만든다. 찹쌀가루를 쪄서 찧어 떡을 만들고 콩가루나 깨를 묻힌 인병, 찹쌀가루를 쪄서 꿀을 섞어 계란처럼 만든 율단자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한가위, 떠오르는 보름달, 
이웃과 함께 보는 날 

휘엉청 둥근 보름달이 뜰 때 우리 겨레는 횃불을 들고 달맞이하러 뒷동산에 올랐다. 이를 한자말로 ‘망월(望月)’이라고 했다. 속설에 가장 먼저 뒷동산에 올라 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달을 차지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은 언제나 ‘이웃과 함께’였으며 그래야 더욱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여겼던 것이 우리 겨레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떠오를 보름달! 달처럼 크고 환한 마음으로 이웃과 정겨운 달맞이를 해보면 어떨까?   

필자 김영조 
2000년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2011년 한국문화사랑협회를 설립하여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2015년 한국문화를 특화한 국내 유일의 한국문화 전문지 인터넷신문 <우리문화신문>을 창간하여 발행인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맛깔스런 우리 문화 속풀이 31가지》, 《하루하루가 잔치로세(2011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 《나눔을 실천한 한국의 명문종가》,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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