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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우리땅 [2020/12] 의병의 발자취를 찾아서 - 전남 보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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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우리 땅


임진왜란부터 광복까지 의병 350년의 역사   

예로부터 ‘의향’이라 불린 까닭


글 | 편집부  사진 | 보성군청·한국관광공사


  ‘보성의병기념관’이 개관됐다는 소식을 듣고 보성에서의 옛 추억이 떠올랐다. 보성차밭에서 인생 사진을 찍었고,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조정래 작가의 1만 6천여 매 분량의 태백산맥 친필원고를 보고 전율을 느낀 기억이 또렷했다. 벌교 꼬막무침의 새콤달콤하고 쫄깃한 식감, 정말 황홀했다. 그런데 추억은 여기서 멈췄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순천, 여수, 광양 등 옆 동네로 급히 이동하느라 보성 구석구석을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 까닭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오직 보성에만 머물기로 작정했다. 



“보성군은 호남 의병의 중심 거점으로 임진·정유재란 시 의병을 창의한 죽천 박광전 선생을 비롯해 전라좌도 의병장 임계영 장군, 어모장군 전방삭 의병장, 우산 안방준 의병장, 담살이 안규홍 의병장, 독립운동가 송재 서재필 선생, 홍암 나철선생 등을 배출한 충절의 고장이다.”

보성의병기념관 개관 뉴스 마지막 부분에 씌어있는 문구에 마음이 동했다. 보성차밭, 태백산맥, 꼬막에서 멈춰버린 추억을 연장하기에 더 없이 좋은 테마였다. 그래서 정했다. 이번 보성 여행은 의병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기로. 


보성의병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다


전남 보성군은 예부터 충신열사가 많아 ‘의향(義鄕)’이라 불렸다. 특히 보성의 의병사(史)는 임진왜란이 발발했던 1592부터 1945년 광복까지 약 350년 동안의 세월을 모두 포괄하는 우리나라 의병사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광해군의 스승이자 퇴계이황의 제자 죽천 박광전 선생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격문을 띄우고 문인들과 더불어 의병을 모집해 전라 좌의병을 일으켰다. 1597년 정유재란 때는 칠순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의병을 일으켜 적벽전투에서 적을 격파했다. 


병자호란에는 우산 안방준 의병장이 호남병자창의소를 세워 창의했으며, 한말에는 머슴 출신의 담살이 의병장 안규홍이 명성을 떨쳤다. 호남에 가장 먼저 3·1운동 만세 함성이 울려 퍼진 곳 또한 보성이며, 이는 호남지역 만세운동에 불을 지폈다.

민족 독립운동의 선각자 송재 서재필 선생의 고향이며,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홍암 나철 선생 역시 벌교읍에서 태어나 민족 대종교를 만들어 단군역사를 중심으로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만주에 이르기까지 독립운동을 전개한 호남의병 정신을 계승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1898년 보성 득량면 쇠실마을에서 약 40일간 피신 생활을 했으며, 광복 후 다시 쇠실마을을 찾아 보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를 기념해 백범김구은거기념관이 들어섰다. 

보성군은 2017년 <보성의병사> 제작에 착수해 2018년 777명의 의병을 발굴해냈고, 지난 10월 18일 ‘보성의병기념관’ 개관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임진왜란부터 한말의병, 독립운동까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목숨을 걸고 싸웠던 보성의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전시관 곳곳에 담겨있다. 


보성의병기념관 

문의: 061-852-9434

관람: 하절기(3월~10월) 09:00~18: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추석‧설날 당일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http://www.boseong.go.kr/tour(보성군청 문화관광)


 



‘문학기행의 1번지’ 벌교에서 역사를 느끼다


  벌교라는 지명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단연 소설 <태백산맥>이다. 조정래 작가는 6·25전쟁 이후 남도의 작은 소도시에 불과했던 벌교를 중심으로 한 보성·순천 지역을 끄집어냈다.


‘문학기행의 1번지’로 불리는 벌교 읍내로 들어서면 일본식 건축물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보성여관’이 눈에 띈다. 소설 태백산맥 속에서 ‘남도여관’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경찰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1935년 문을 연 보성여관은 1988년까지 영업하다 학교정화구역으로 문을 닫은 뒤 상점 등으로 사용됐다. 2008년 문화재청이 매입해 현재는 카페 겸 숙박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2층 다다미방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소설 속 토벌군의 집합 장소였던 ‘남초등학교’(현 벌교남초등학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근에는 1919년에 건축된 옛 벌교금융조합과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던 소화다리(부용교), 18세기 건축물로 포구를 가로지르는 무지개 모양의 횡갯다리(홍교 보물 제304호)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태백산맥문학관이다. 이 건물은 특이하게도 북향인데,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문학관 내부에는 4년간의 취재로 작품을 준비하고 1983년 연재를 시작해 6년 동안 써내려갔던 작가 조정래와 태백산맥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1만 6,500장에 달하는 초교 원고지가 2미터 높이로 쌓여 있다. 작가가 직접 취재한 자료, 사용했던 필기구, 옷가지, 가족과 애독자들의 필사본, 이적성 시비로 두 번의 재판을 거쳐야 했던 작가가 쓴 유서까지 600점 넘게 전시돼 있다.

벌교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꼬막’이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에서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꼬막을 한 접시 소복하게 밥상에 올려놓고 싶다”고 표현했다.  


꼬막은 전라도 방언이다. 태백산맥이 출간될 당시 표준어는 ‘고막’이었다. 표준어를 쓰자는 출판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작가는 사투리인 꼬막을 고집했다고 한다. 덕분에 꼬막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벌교 읍내에는 꼬막 한정식 집만 수십 곳이다. 전라도 특유의 맛이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찾아도 맛있다. 어떤 메뉴를 고를까 고민이 된다면, 꼬막정식을 주문하자. 삶은 통꼬막과 꼬막전, 꼬막된장국, 꼬막무침을 중심으로 홍어, 생굴무침 등 20여 가지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태백산맥문학관

문의: 061-850-8653

주소: 전남 보성군 벌교읍 홍암로 89-19

관람: 매일 09:00~17:00(월요일 휴무)

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군경 1,500원 어린이 1,000원

홈페이지: http://www.boseong.go.kr 





푸르른 녹차 밭에서 한 해의 시름을 잊다


  예로부터 다향(차의 고장)이라 불렸던 보성까지 와서 푸르른 차밭 전경을 눈에 담지 않고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보성은 삼국시대부터 녹차를 재배해 온 곳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CNN이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선’에 이름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차나무는 고온다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데 득량만과 보성강을 낀 보성녹차밭 일대는 연평균 기온이 13℃, 강우량이 1,400㎜로 차를 재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겨울이 오는 길목이지만, 굽이치는 밭이랑은 찬바람 속에서도 변함없이 푸르른 모습으로 각별한 경치를 보여준다. 녹차 밭 입구에 쭉 늘어선 삼나무 숲길을 걸으니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피로가 절로 풀리는 듯하다. 대한다원은 녹차의 본향(本鄕)에서 자란 차의 맛과 향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두 번, 세 번 거듭 우려낼 때마다 새로운 풍미가 감도니 비교하며 음미해보자.


보성 차밭은 5월이 가장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겨울 정취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특히 연말부터 연초까지 ‘보성차밭 빛축제’가 열려 차밭은 온통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작년엔 국내에서 처음으로 6.5미터 높이의 버블트리와 특별 제작한 3D 샹들리에를 선보였으며, 1999년 축제에 등장해 기네스북에도 오른 밀레니엄 트리 역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공식적인 행사가 취소되어 아쉽지만, 내년엔 꼭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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