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우리 것들 [2022/03] 한민족 고유의 서정민요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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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화 상징이자 K팝 음악적 영감의 원천
일제강점기 독립 향한 열망 표현
현대에는 한민족 통합에 큰 역할
글 | 편집부 사진 | 정선아리랑제위원회·문화재청
나날이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명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와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 최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아리랑’ 알리기에 나섰다. 2분 분량의 영상은 클래식, 인디밴드, 록그룹 및 국내외 다양한 연주자들의 아리랑 공연을 모아 어떤 장르와도 잘 어울리는 아리랑만의 특징을 담았으며,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를 넘어 남북분단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민족을 하나로 묶어온 아리랑이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해본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사설)” 아리랑은 기본적으로 단순한 노래로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라는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여음과 지역에 따라 다른 내용의 사설로 발전했다. 아리랑의 사설은 특정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한국 일반 민중이 공동으로 창작한 결과물이다.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사랑, 연인과의 이별, 시집살이의 애환, 외세에 맞선 민족의 투쟁 등 민중이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아리랑은 지극한 단순한 곡조와 사설 구조를 가진 덕분에 즉흥적인 편곡이 가능하고, 함께 부르기가 쉽고, 여러 음악 장르에 자연스레 수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간의 창의성, 표현의 자유, 공감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아리랑이 지닌 가장 훌륭한 덕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새로운 사설을 지어낼 수 있고, 그런 활동을 통해 아리랑의 지역적·역사적·장르적 변주는 계속 늘어나고 문화적 다양성은 더욱 풍성해진다. 아리랑은 한민족 구성원들에게 보편적으로 애창되며 사랑받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전승되는 민요는 60여 종, 3,600여 곡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랑으로는 강원도의 ‘정선아리랑’, 호남 지역의 ‘진도아리랑’ 경상남도 일원의 ‘밀양아리랑’을 꼽는다. 2012년에는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 Arirang, lyrical folk song in the Republic of Korea’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년 후인 2014년 북한에서도 ‘조선민요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리랑을 등재했다. 남북 공동 등재된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셈이다. 광복군 군가에 담긴 항일의지 한민족 하나로 묶어 주다 “우리네 부모가 날 찾으시거든/ 광복군 갔다고 말 전해주소/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 오늘날 아리랑은 한민족의 통합에도 한몫하고 있다. 1991년 4월 일본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은 ‘코리아’라는 이름의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했고, 단기로는 하늘색 한반도기를, 단가로는 아리랑을 사용했다. 이 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은 여자단체전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중국팀을 꺾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해 감동을 전했다. 당시 남북단일팀의 감동적인 스토리는 2012년 ‘코리아’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남한과 북한의 대표팀은 올림픽 경기장에 공동 입장하면서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열정적인 응원단체인 ‘붉은 악마’는 아리랑을 날마다 불렀다. 이처럼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 있는 매 순간 한민족을 하나로 묶어 주는 힘을 발휘했다. 아리랑은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세계 어디에 거주하든 한국인과 대한민국, 또 한국인과 다른 한국인 사이를 이어주는 문화의 탯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적인 연결 끈은 특히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에 이주해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일본·중국·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아울러 비교적 최근에 이민을 통해 이주한 브라질·독일·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지의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아리랑은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다. 해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아리랑을 함께 부를 때마다 그들의 민족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여러 장르에서 모티프로 한국 대표 문화 상징이자 원천 아리랑은 또한 영화·뮤지컬·드라마·춤·문학 등을 포함하는 여러 다양한 예술 장르와 매체에서 대중적인 주제이자 모티프로 활용되어왔다. 해외에서 일고 있는 K팝 열풍과 함께 오늘날의 아리랑은 한국을 가장 명확하게 대표하는 문화 상징이자 음악적 영감의 원천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전통음악이라는 영역을 넘어 초현대적인 한국 문화의 모든 장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발라드·로큰롤·힙합 등의 다양한 현대의 대중가요 장르는 물론 관현악곡 등으로도 편곡되어 폭넓은 청중에게 호소하며 한민족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리랑은 ‘한국의 비공식적 국가(國歌)’로 묘사되기도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2011년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아리랑 선율을 주제로 편곡한 ‘오마주 투 코리아(Homage to Korea)’라는 음악을 배경으로 피겨스케이트 프로그램을 연기해 세계에 아리랑을 알렸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사계절을 소개하는 영상이 등장할 때, 소리꾼 김남기의 정선아리랑이 배경음악으로 나왔으며, 피겨스케이팅 선수 최다빈은 갈라쇼에서 정선아리랑 랩소디를 음악으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아리랑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많은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고, 드라마 ‘형제의 강’과 ‘뿌리 깊은 나무’에도 등장했다. 이처럼 아리랑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며 영화·연극·텔레비전 드라마의 소재로, 상품명이나 식당 이름, 방송국 회사 이름 등으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