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시편 [2021/03] 항일시편(63) - 속 좁은 놈 버릇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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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공출에
군량미 공출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고문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자식을 헤이따이(兵隊) 보내고 나니 군량미를 내놓으란다. 어떻게 가꾼 곡식인데. 가뭄 들어, 갈라진 논바닥에 지하수 길어다 뿌리를 적셨는데 귀여운 손자 먹이기도 아까운 쌀을 그걸 몇 섬, 어떻게 내어놓나? 총독과 마주 설 뱃장이 없으니, 자식 보내고, 자식 키우듯 가꾼 곡식을 군량미로 소에 실었다. 내 어깨에도 가마니 짐을 하나 얹어 십릿재를 넘었다. 어떻게 가꾼 곡식인데…, 그 소리를 여러 번. 고오고꾸신민노 세이시(皇国臣民誓詞) 외운 뒤 공출(供出)을 넘기고 빈 손, 빈 지게로 잿말령에 다시 오르니 저무는 노을 끝에 맏자식 얼굴이 뜬다. 공출은 공출이다만, 어떻게 키운 넌데 이눔아, 이눔아!
신현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