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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만나는 세상 [2022/01] 1월에 꼭 봐야 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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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화가’가 전하는 희망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참혹한 시대 인간의 선함을 그리다


글·사진 | 편집부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첫 박수근 개인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19세에 그린 수채화부터 51세 타계하기 직전에 제작한 유화까지 전 생애의 작품과 자료가 총망라되어 있다. 전시 제목인 ‘나목’은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참혹한 시대, 고단한 생의 한가운데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찬란한 예술을 꽃피운 박수근을 상징한다. 천재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전후 한국 사회의 모습에서 봄날의 온기가 느껴진다.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라는 전시 제목을 듣고 전율이 느껴졌다. 박수근의 작품을 볼 때마다 아련하게 봄날을 떠올리곤 했기에 그러했으리라. 절구질하는 아내, 시장에 앉아있는 노인들,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 아기를 업은 소녀….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겪으며 그야말로 폐허 한가운데서 생을 견뎌야 했던 그림 속 주인공들은 되레 의연하고 온화하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참혹한 시대, 참담한 생활을 견뎌내는 모습이 봄을 기다리는 나목을 닮았다. 


그림 속 주인공도, 그림을 그린 화가도.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평범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 


박수근이 그림 속에 담아내고 싶었던 진실이며 철학이다. 그리고 인간의 선함과 진실을 쫓아 한 걸음씩 나아갔다. 참혹한 시대의 평범한 일상은 차분한 색조로,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구도로 화폭에 담아냈다. 무엇보다 ‘평범한 아름다움’, ‘성실함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그려냈다. 거창한 이론보다 단순한 화가의 생이 담긴 그림 한 폭에서 더 큰 위로를 받곤 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박수근의 그림이다. 


삶을 담은 그림, 그림을 닮은 삶


박수근(1914~1965)은 굴곡 많은 한국 근현대사의 희생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화가를 꿈꿨지만 지독한 가난 때문에 미술을 배우지 못했다. 독학으로 화가가 돼 결혼하고 자리를 잡은 뒤엔 6·25 전쟁이 터져 피란민 신세가 됐다. 미군 PX에서 초상화가로 일하며 겨우 생계를 이었고, 파벌주의가 판을 치는 화단의 냉대 속에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 간경변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은 작고한 뒤에야 빛을 봤다. 


하지만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박수근의 삶은 당당했다. 전쟁통에도 그림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가족을 지켜냈다. 가정은 화목했고, 평소 화려한 색을 절제했지만 ‘독서’ 등 자신의 어린 아들과 딸을 그린 그림에서는 아낌없이 예쁜 색을 썼다. 살아서 부와 명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그렸던 독창적인 화풍의 작품들은 한국 미술사의 영원한 걸작으로 남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은 국민화가 박수근의 작품 세계와 일생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유화와 수채화, 드로잉 등 174점의 작품과 박수근이 직접 모은 스크랩북, 엽서 등 자료 100여 점이 나왔다. 전시작 중 유화 7점과 삽화 원화 12점 등 19점은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첫 박수근 개인전이자 역대 박수근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전시 1부에서는 박수근의 초기작과 수집품을 만날 수 있다. 12세 때 책에서 본 밀레의 ‘만종’에 감동해 직접 만든 ‘밀레 화집’, 인상주의 화풍을 시도한 ‘철쭉’(1933)과 ‘겨울 풍경’(1934) 등이다. 1953년 창신동 시절 좌절하는 실업자들의 모습을 그린 ‘실직’(1961), 소설가 박완서가 박수근의 삶을 모티브로 쓴 『나목』 후기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케 한다. 


전시 2~3부에서는 ‘나무와 두 여인’ ‘노인들의 대화’(1962) 등 대표작들이 눈길을 끈다. ‘판잣집’(1956) 등 창신동 풍경을 그린 그림, ‘소년(장남 박성남)’ 등 가족과 ‘아기 업은 소녀’(1960년대 전반) 등 주위 인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 정겹다. 당시 추상미술이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그는 단순하면서도 한국적 정서가 담긴 화풍을 고집했다.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1963년 소송에 휘말려 창신동 집을 잃은 뒤 과음으로 인해 신장과 몸이 부었고, 왼쪽 눈은 백내장에 걸려 실명했다. 그럼에도 생의 마지막까지 화폭에 혼을 담아냈다. 4부에서는 ‘나무와 여인’(1964) 등을 만날 수 있다. 
 


2022 대관령겨울음악제 ‘하모니’


분쟁을 넘어, 

화합과 평화의 시대로


2022 대관령겨울음악제가 ‘하모니(Harmony)’를 주제로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과 강릉, 정선, 속초에서 열린다. 2024 동계유스올림픽 개막 D-2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던 대표 도시를 포함한 강원도 시·군에서 4회의 유료공연과 2회의 무료공연으로 진행된다. 예술감독인 손열음 피아니스트를 시작으로 소프라노 임선혜(철원 출신)·윤지, 카운터테너 정민호, 테너 박승희, 베이스 김성결, 지휘자 권민석, MPyC 바로크 앙상블 등이 수준 높은 클래식 무대를 선보인다. 또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에서 맹활약한 목관악기 주자 조성현(플루트), 함경(오보에), 김지영(오보에), 조인혁(클라리넷), 유성권(바순)도 힘을 보탠다.


1월 21, 22일에는 분쟁의 아픔을 가진 동서남북 네 개국 피아니스트들이 다시 뭉쳐 관심을 모은다. 원주 출신 피아니스트 손열음, 평양국립교향악단 출신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과 이스라엘 출신의 야론 콜버그, 팔레스타인 출신의 비샤나 하로니가 뭉친 ‘듀오 아말’의 무대다. 이들 피아니스트 4명은 2020년 2월 대관령겨울음악제에서도 ‘피스풀 뉴스’라는 타이틀 아래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남북의 바다를 배경으로 합동 공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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