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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만나는 세상 [2022/03] 3월에 꼭 봐야 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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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전성시대 : 대중, 문화 그리고 기억’


격동의 역사와 시대 목소리 담아

민중 계몽하고 민족 문화 지켜내 


글 | 편집부 


인쇄 매체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20세기의 잡지는 격동의 역사와 시대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국권을 잃었던 시기, 지식인들은 잡지를 통해 민중을 계몽하고자 했고, 우리 고유의 정신을 담아내어 민족 문화를 지키려 했다. 전쟁 중에도 잡지는 국민을 위로하는 힘이 되었으며, 전후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다양한 잡지가 출간되어 시대를 대변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매체로 사랑받았다. 우리나라 잡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송파구 송파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잡지 전성시대 : 대중, 문화 그리고 기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는 대중의 사랑을 받은 주요 잡지 15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송파구 송파책박물관에서 8월 31일까지 기획특별전 ‘잡지 전성시대’가 열린다. 김예주 송파책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종이 매체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희미해진 기억 저편에 묻어둔 낡고 때 묻은 잡지들과 마주하는 기회를 통해 잡지가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잡지 전성시대’는 1부 ‘시대의 목소리를 담다’, 2부 ‘여성, 다양한 나를 표현하다’, 3부 ‘미래의 꿈나무를 키우다’, 4부 ‘취향대로 골라보다’, 그리고 관람객이 직접 선정한 잡지로 꾸민 테마 전시 ‘내 기억 속의 서랍을 열다’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됐다. 김 학예연구사는 “문화 불모지에서 유일한 소통의 창구가 되어준 잡지, 아버지 월급날 행복함을 만끽하며 받아들었던 잡지, 아득한 사춘기 시절 문학소녀를 꿈꾸게 했던 잡지까지 다양한 추억의 잡지를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대 지식인들 잡지 통해 

자주독립 방향 논의


우리나라 잡지 역사는 독립협회가 1896년 11월 『대조선독립협회회보』의 발간으로 시작되었다. 초창기의 잡지는 근대 문명을 소개하고 민중을 계몽하기 위해 발행되었다. 근대 지식인들은 잡지를 통해 조선의 자주독립과 조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일제강점기에 창간된 『개벽』 『삼천리』 『청춘』 등에는 민중을 계몽하기 위한 정보와 함께 문학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다양한 문학 작품이 수록됐다.


일제 침략기 국권 회복을 위한 정치단체 대한자강회가 발행한 『대한자강회월보』(제6호, 1906년 12월)는 송파책박물관이 소장한 잡지 중 가장 오래된 잡지다. 제6호에는 문명론, 일본의 자치 제도, 교육 학원론 등의 글이 실렸다.


해방 이후에 발행된 『희망』 『사상계』를 통해서는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문인들은 『현대문학』 『자유문학』 등을 발행해 우리나라의 문학 세계를 이끌었다. 한편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뿌리깊은나무』 『마당』 등은 아름다운 표지를 지향하고 가로쓰기와 순한글 쓰기, 이미지 자료를 활용해 대중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김환기·이중섭 등이 그린

잡지 표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


특히 간행물의 성격과 시대의 정서를 담은 잡지의 표지를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많은 문예지가 화가의 그림을 표지로 사용했는데 국내 화단을 이끌어온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등의 화가는 자신만의 화필로 잡지 표지를 장식해 문예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현대문학사가 1955년 창간한 국내 최장수 문학잡지 『현대문학』은 유명 화가의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문학사상』은 화가들이 문인의 얼굴을 그린 표지로 유명한데, 1972년 10월 발행한 창간호는 구본웅 화가가 시인 이상의 얼굴을 그려 표지로 실었다. 일제강점기 신문관에서 1914년부터 발행한 『청춘』(제3호, 1914년 12월) 표지는 한국 최초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이 그렸다. 


여성 잡지는 1906년 6월 유일선과 신채호가 최초의 여성 잡지 『가뎡잡지』를 창간한 이후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했다. 1950년대 이후에는 교양 있는 여성의 필수품이었던 『여원』(창간호 1955년 10월)을 필두로 현모양처라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제시했다. 1970년대는 인기 여성 잡지에서 패션, 미용과 관련한 화려한 화보가 등장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여성들의 다양한 표현 욕구에 발맞춰 여성 잡지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됐다.


아동 잡지가 1920년대부터 출간되면서 ‘어린이’ 개념이 사회에 보편화되었고,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으로 존중받을 수 있게 됐다. 1952년 새벗사에서 창간한 『새벗』은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읽을 책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1960년대 이후 교양, 오락, 1970년대 이후에는 만화책, 소설책, 과학 잡지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전쟁 이후 청소년문화의 상징이 된 『학원』은 한글세대의 성장으로 동시대 일간지에 버금가는 판매 부수를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김 학예연구사는 “너무 많은 정보가 뒤죽박죽 혼재해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편집자의 혜안으로 선별한 양질의 정보를 담은 잡지를 읽는 것도 좋겠다”며 잡지 읽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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