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배운 한국사
신복룡 지음, 집문당 펴냄
우리의 역사에는 왜 왜곡이 많았을까? 저자는 문중(門中) 사학, 종교의 근본주의, 지역감정, 관찬(官撰) 사학이라는 네 가지 병폐를 지적했다. 그는 역사학에 깊은 식견을 가진 정치학자로서, 강단에서 차마 말 못한 이야기, 논문으로 쓰기에는 다소 통속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사실(史實), 우리 역사학계에서 이단시하던 주제들을 대중적인 글로 써보고 싶은 열망을 젊었을 적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강단을 떠나 비교적 자유로운 몸이 된 상황에서 20여 년 전에 썼던 『한국사 새로 보기』 구판을 보완하여 다시 책을 펴냈다. 저자는 강단 사학과 관찬 사학 그리고 문중과 종교 사학이 무엇을 어떻게 틀리게 가르쳤는가를 이 책에서 다루었다. 역사의 왜곡 속에 죄인이 된 선인(先人)이나 그래서 풀 죽어 살아야 했던 그 후손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해줄 수 있길 바라는 심정으로.
제국과 의로운 민족: 한중 관계 600년사 하버드대 라이샤워 강연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옥창준 번역, 너머북스 펴냄
한반도에 학문적 관심을 기울이며 600년 한중 관계의 핵심과 의미를 밝힌 이 책에서 중국이라는 제국을 제국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한 것은 한국이었다는 요지를 펼쳐낸다. 베스타가 던지는 첫 질문은 수백 년이 넘은 시간 동안 중국에 존재했던 여러 제국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한국이 어떻게 단 한 번도 중국 제국의 일부가 되지 않았는가다. 한국은 왜 항상 독자적 국가로 유지되었을까? 한국이 제국 바깥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베스타가 이유로 제시하는 두 가지, ‘정체성’과 ‘지식’은 도대체 무엇일까? 책의 헌정 문구로 “평화와 통일을 이룬 미래의 한반도를 위해”를 넣었을 만큼 베스타는 앞으로 올 한반도의 통일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근대 유산, 그 기억과 향유
이광표 지음, 현암사 펴냄
근대 건축물을 문화공간, 카페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우리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일상 속에서 근대를 기억하고 경험하고 소비한다. 하지만 앞으로 50~100년이 흐르면 어엿한 문화유산으로 대접받을 텐데, 그것이 비록 사유재산이라고 해도 서둘러 미리 훼손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근대 건축물을 활용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원래 건물의 맥락이나 의미는 무시되고 대부분 전시장, 공연장, 카페로 활용된다. 이 책은 일반적인 문화유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근대 유산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우리는 지금 근대 유산을 어떻게 기억하고 향유하고 있는지, 또한 앞으로 근대 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진지하게 성찰한다.
국권 문명: 한국 근대 계몽운동의 기로
김도형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이 책은 근대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개혁운동을 이어가던 19세기 말, 20세기 초 일어났던 계몽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1910년대를 거치면서 겪게 된 분화·재편 과정을 정리했다. 근대 한국의 국권회복 운동과 근대개혁론의 형성과정에서 제기된 유교의 사상적 동향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해온 저자는 앞선 연구를 정리, 보완하고 더 진척시켜 근대 한국의 국권 수호와 문명개화를 위해 일어난 사상적 사회적 동향을 깊이 있게 바라보았다. 아울러 한국의 계몽운동의 양면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당시 계몽운동의 착종이 ‘자주독립’, ‘국권회복’, ‘문명화’라는 목표는 같았지만, 사상적 배경이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