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만나는 세상 [2022/04] 4월에 꼭 봐야 할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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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시선으로 본 안중근, 연극 ‘준생’
예견된 결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안중근의 역사와 타임슬립, 팩트와 픽션이 만난 팩션 연극 ‘준생’이 오는 4월 3일까지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막을 올린다. 시대의 비극을 참신하고 새로운 해석으로 접근해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을 받은 연극 ‘준생’은 안중근의 아들 ‘준생’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안중근과 준생의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와 주변 인물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는 것을 포기할 것을 회유한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고통스러운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족들의 처참한 비극이 시작될 것이고, 이토를 죽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내년에는 나라를 통째로 일본에 빼앗긴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이하는 것은 정해진 미래이니 가족들의 비극을 막는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고 간곡하게 부탁한다.
안중근과 치열한 논쟁 끝에 남자의 정체가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으로 밝혀진다.
준생은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지 않기를 거듭 권한다. 아버지가 이토를 죽이는 데 성공하면 아버지는 조국의 영웅으로 죽게 되지만, 가족들은 비참한 삶이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일본군을 피해 쫓기는 삶을 살게 되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안중근은 참으로 비극적인 미래를 본다. 처절한 삶을 살던 준생은 아버지가 이토를 저격한지 정확히 30년이 지난 1939년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절인 박문사에서 이토의 아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다.
‘내 아버지 안중근은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는 죄인입니다.’
그 후 영웅인 아버지를 둔 준생은 ‘호부견자’라 손가락질을 받으며 친일파로 분류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호부견자는 ‘영웅인 아버지에 개와 같은 아들’이라는 뜻이다.
안중근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바꿀 수 없다. 아들의 호소에도 굴하지 않고 안중근은 이토를 죽이러 길을 나선다.
이 역사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에게 연극 ‘준생’은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연극 ‘준생’을 기획한 극단 화살표는 “예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추는 시대의 거울이라는 연극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남자의 연민과 절망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반추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기간
2022년 3월 25일(금)~4월 3일(일)
■ 시간
월~금 19:30 토·일 16:00
■ 장소 씨어터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