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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만나는 세상 [2022/05] 5월에 꼭 봐야 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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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년 만의 귀향 ‘세한도, 다시 만난 추사와 제주’


백 년 세월 담아낸 불멸의 걸작 보며

선열들 떠올라 옷소매로 눈물 닦았네


글 | 편집부     사진 |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 유배 시절에 그린 ‘세한도’를 집중조명하는 특별전 ‘세한도, 다시 만난 추사와 제주’를 4월 5일부터 5월 29일까지 연다. 우리나라 최고 문인화로 손꼽히는 국보 제180호 ‘김정희 필 세한도(歲寒圖)’ 등 추사의 걸작들이 돌아온다. 제주를 떠난 지 178년 만의 귀향이다. 독립운동가 이시영(1869~1953) 선생은 세한도에 “이 그림을 보니, 문득 수십 년 동안의 고심에 찬 삶을 겪은 여러 선열들이 떠올라서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말았다”고 감상평을 썼다.  


세한도의 탄생


19세기 전반 조선 문예계의 중심에 있던 김정희는 1840년 55세의 나이에 제주로 유배를 오게 된다. 8년 4개월간 이어진 세한(歲寒, 설 전후의 혹독한 추위를 이르며 인생의 시련과 고난을 뜻함)의 시기에 죄인이 된 자신을 잊지 않고 변함없이 귀한 책을 보내주며 위로했던 역관(譯官) 제자 이상적(李尙迪, 1804~1865)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세한도’를 그렸다. ‘세한도’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는 『논어』의 구절을 모티프로 한 그림으로, 시련 속에서도 변치 않는 신의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조선 최고의 문인화로 평가받는다.


세한도, 178년의 여정


이상적은 ‘세한도’가 그려진 1844년, 그해 음력 10월에 ‘세한도’를 가지고 북경에 가서 청나라 문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모두 16인의 글을 받았다. 이후 ‘세한도’는 이상적의 제자 김병선(金秉善, 1830~1891)과 그의 아들 김준학(金準學, 1859~1914 이후)을 거쳐 김정희 연구자인 일본인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鄰, 1879~1948)가 소장하게 되었다. 후지쓰카가 일본으로 가져간 ‘세한도’를 1944년에는 서화가 손재형(孫在馨, 1903~1981)이 폭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되찾아 왔다. 이처럼 ‘세한도’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오가며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도 그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지켜졌다. 

1970년 무렵에는 개성 출신 사업가 손세기(孫世基, 1903~1983)가 ‘세한도’의 주인이 되었고, 대를 이어 이 그림을 소장한 손창근 선생은 마침내 2020년 초 자식처럼 귀중히 여기던 ‘세한도’를 국가에 기증했다. 


푸른 절개, 세상을 향한 희망


추사가 제주에서 그려낸 국보 ‘세한도’는 제작 당시인 1844년부터 1950년대까지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오며 백 년이 넘는 세월을 담아냈다. 세한도는 그림 한 장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왼편으로 추사가 단 발문과 이를 보고 한국과 중국의 문인 20명이 쓴 22편의 감상문이 덧붙여졌다. 이로써 세한도는 약 15m에 달하는 길이가 됐으며, 긴 두루마리 형태를 갖췄다.


독립군 양성에 힘쓴 독립운동가 이시영(1869~1953) 선생은 세한도에 “내가 이 그림을 보니, 문득 수십 년 동안의 고심에 찬 삶을 겪은 여러 선열들이 떠올라서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말았다”고 감상평을 썼다.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인 오세창(1864~1953) 선생도 “완당 옹이 한 자 종이에 명예를 널리 떨쳐 서울 북쪽 동쪽으로 돌아다니게 되었네. 인생 백 년은 참으로 꿈과 환상이라 슬픔과 기쁨, 얻음과 잃음을 물어 무엇 하랴”고 남겼다.


세한도는 차디찬 한겨울, 쓰러질 듯한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어린 소나무에 기대어 건너편 푸른 절개의 잣나무 두 그루를 통해 세상을 향한 희망을 표현하려 했던 유배인의 심경이 잘 나타난다.


인생의 성찰과 예술의 완성


국립제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다시 만나는 추사와 제주’ 전시는 추사의 삶과 예술, 그를 따른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전시 1부 ‘세한의 시간’에서는 김정희가 제주에 유배 왔을 당시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영화 제작자 겸 미디어아트 작가인 프랑스의 장 줄리앙 푸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영상은 적막한 한라산과 오름, 곶자왈에서 추사의 고통과 절망이 표현된 뒤 이윽고 너른 바다가 펼쳐지며 성찰 단계에 이른다. 이어 추사의 세한도 진본과 청나라와 한국 문인들의 감상 글로 이뤄진 세한도 두루마리를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자의 곧은 지조를 지키는 행동의 가치를 칭송한 20명의 감상문은 그 정신을 본받고자 했던 마음과 감동을 고스란히 전한다. 


전시 2부 ‘송백의 마음’에서는 세한의 시기 송백과 같이 변치 않는 마음을 지닌 김정희의 벗과 후학,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품을 볼 수 있다. 김정희의 애제자인 허련이 스승을 그린 ‘김정희 초상’과 전각가 오규일이 만들고 추사가 사용한 인장, 추사가 부인 예안 이씨와 주고받은 한글 편지, 친구 초의선사와 주고받은 편지 등이 공개된다. 이 중에서도 독립운동가 이시영 선생이 쓴 글씨 ‘장무상망’이 제주에서 처음 공개되면서 이목을 끈다.



동학농민혁명 그린 창작 뮤지컬 ‘태권유랑단, 녹두’

태권도·농악·국악 신명 어우러져 ‘얼쑤!’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태권도, 농악, 국악으로 다채롭게 표현하는 공연이 찾아온다. 녹두장군 전봉준이 이끌었던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인물들의 진실과 꿈의 참된 의미를 그린 역사 판타지극 ‘태권유랑단 녹두’다. 지역문예회관을 비롯해 우석대학교 태권도학과 선수들과 퓨전국악실내악단 ‘소리愛’, 고창농악보존회, 하이댄스퍼포먼스 등 지역 예술단체들이 대거 참여해 흥미로운 컬래버레이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태권도의 각종 품새와 겨루기 동작,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고난도 격파에 칼군무까지 더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또 농악과 국악 장단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해 남녀노소,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공연 연출을 맡은 오해룡 연출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듯 과거에서 미래까지 극의 빠른 전개에 맞춰 장면의 전환 기술과 특수조명과 음향, 미디어아트 효과를 덧입혀 판타지적인 요소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권도와 국악, 농악의 신명이 더해져 세계적인 한국 무예와 전통 소리를 조화롭게 표현했다”며 “각 장르가 추구하는 예술성은 다르지만 관객과의 교감과 소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기간  2022년 5월 5일(목)~5월 7일(토)

시간  총 70분 공연(목 14:00 금 19:00 토 14:00)

장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연령  8세 이상 관람가

가격  전석 3만 원 문의   063-270-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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