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기타 [2022/05] 독자투고 l 북유럽에서 배워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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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최고
북유럽에서 배워야 할 것들
글·사진 ┃ 전세중 (시인·순국선열유족회 이사)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여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흘렀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젊은이든 늙은이를 막론하고 모두가 여유로워보였다. 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북유럽이 국민 전체의 행복지수를 높게 하는 사회를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일까.
북유럽인들을 바이킹이라 한다. 바이킹이라는 말은 뱃사람 혹은 전사 식민자 등의 의미이며, 덴마크인 노르웨이인 스웨덴인을 지칭한다. 바이킹시대는 고대 북유럽인들이 세력을 확장시킨 780년에서 1070년 사이를 일컫는다. 그들이 팽창한 데는 추운 겨울이 길고 황무지가 넓고 농사 지을 땅이 부족했던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인구가 급격히 불어나자 그들의 장자상속법체제에서는 차남 이하의 아들들을 자신의 운을 스스로 개척하도록 해외로 내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노르웨이 지역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인구의 8% 정도가 해외로 나갔으리라 추산한다. 모험적이고 공격적이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바이킹의 기질이 다른 민족을 침입하고 교역하고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만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그들은 뛰어난 항해기술과 최고의 배를 갖추었다. 노르웨이의 곡스타드(Gokstad)에서 건져 올린 배는 길이 23.80m, 폭 5.1m 크기에 110㎡의 돛을 달고 32명이 노를 젓는 구조로 현재 보존된 바이킹 선박 중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바이킹은 길이 6~20m 배에 수십 명이 타고 용머리 같은 것을 조각한 뱃머리에 후미 양끝을 날렵하게 올린 배는 거친 물결을 헤치면서 남쪽 동쪽 서쪽의 세 갈래로 휘저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비롯해 잉글랜드의 반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들은 계속 세력을 확장하여 프랑스에 정착했다. 리스본과 카디스와 세빌을 점령했고, 이탈리아 북쪽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면서 피사를 함락시켰다. 그리고 노르망디에 정착했던 일부 바이킹들은 시칠리아로 압박해 들어갔다. 유럽 일대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바이킹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바이킹의 후예들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여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흘렀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젊은이든 늙은이를 막론하고 모두가 여유로워보였다. 삶이 여유롭다는 것은 복지가 잘되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2019년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156개국 중 1위는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는 노르웨이가 차지했다. 한국은 54위였다. 북유럽국이 모두 상위에 올라있다. 이렇게 북유럽이 국민 전체의 행복지수를 높게 하는 사회를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가진 답은 시민이 정부를 신뢰하는 관계로서 공무원과 정치인이 청렴했다는 것이다. 공직자가 부패하면 성공적인 사회복지를 실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높은 청렴도 때문에
국민은 국가에 대한 신뢰도 높아

덴마크의 청렴도는 언제나 세계 1·2위를 다툰다. 국회의원은 청렴하고 특혜와 특권을 포기하고 보통 국민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시민이다. 국회의원 2명당 비서 1명, 국회의사당 앞에는 승용차 대신 자전거가 즐비하고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장관도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나라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존재하지 않으며, 덴마크 의원들의 소득이 대한민국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적으나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 거기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1명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비서 3명, 인턴 2명으로 모두 9명을 두고 있어 덴마크와 비교가 된다.
그렇다고 덴마크는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다. 덴마크는 복지국가이면서 동시에 성공적 자유시장경제체제다. 복지는 무한정 솟아나는 샘물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돈을 벌어와야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다. 북유럽국가들은 자유시장경제를 튼실하게 키워 풍족한 부를 쌓은 다음 많은 세금을 거둬 두툼한 복지를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2014년 4월 타계한 덴마크의 총리 앵커 요한슨 씨는 지어진 지 50년 된 임대아파트에서 47년을 살았으며 걸어서 출퇴근했다. 정치란 서민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방 두 칸짜리 집을 떠나지 않았고 이웃 주민과 대화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정치인들의 높은 청렴도 때문에 덴마크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도 특권의식이 아닌
타협적이고 신뢰에 기반
북유럽의 기업들 경쟁력 또한 세계적이다. 덴마크에는 세계1위의 기업들이 많은데, 그 예로 해운선박정유회사 A.P.몰러머스크그룹, 풍력발전솔루션회사 베스타스시스템, 인숄린 제조회사 노보노디스크 등이 있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완구 레고 또한 대표적인 덴마크 회사 중의 하나이다. 기업에서도 대표 특유의 특권의식이 아닌 타협적이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덴마크는 2015년 기업이 일하기 가장 좋아하는 나라 1위에 올랐다. 덴마크에서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은 노사분규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사분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와는 대비가 된다.
몇 년 전 OECD는 세계주요국의 창조경제역량 지수를 발표했다. OECD내 31개 국가 중에 1위 스위스에 이어 북유럽국가인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필란드가 2위부터 5위까지를 휩쓸었다. 미국은 7위, 일본은 15위, 한국은 20위였다. 또 영국의 유력시사지인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글로벌 경쟁력, 사업 용이성, 글로벌 혁신성, 부패 정도, 인적자원, 호황 측면에서 15개 국가의 지수를 산출해 평균을 낸 결과, 북유럽 4개국이 모두 1∼4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에게 많은 세금 걷어
복지 위해 사용
북유럽은 시민들로부터 많은 세금을 걷어서 복지를 위해 쓴다. 덴마크의 소득세는 40에서 60%, 부가가치세는 25%로 높은 세율이다. 월급의 반이 세금으로 빠져나가지만, 개인이 곤란에 처했을 때 정부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수긍한다. 오히려 안정된 삶의 기반을 제공하는 국가의 복지제도를 자랑스러워한다.
스웨덴의 경우 고소득자는 소득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저소득자도 그들의 소득 3분의 1에 가까운 세금을 내고 있다. 세금에 관한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고 한다. 높은 세금을 내는 건 어떤 사회적 성공보다 대단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스웨덴 국민의 58%가 세금 내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현상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국민 간의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이면서 협동 강조
북유럽은 학비가 대부분 무료이다. 덴마크는 공립 초·중·고등학교의 교육비도 무료다. 대학 및 고등교육과정의 경우는 등록금도 무료일 뿐만 아니라, 대학생 대학원생들은 정부에서 매달 생활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그리고 덴마크의 교육의 특징은 다함께 잘해야 한다는 협동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는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이면서 협동을 강조하는 것은 북유럽의 공통된 현상이다.
핀란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학생이 학비를 부담하지 않는다. 대부분 세금으로 국가에서 지원한다. 의무교육인 고등학교까지는 학비, 교재, 급식 등 거의 대부분이 무료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국적을 불문하고 학비가 무료이고 핀란드 국적의 학생에게는 매월 수당까지 지급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5% 미만이다. 나머지는 취업하거나 재수를 한다. 헬싱키 대학, 알토 대학은 대부분의 학생이 가기 원하는 핀란드 대학이다. 한가롭게 보이는 핀란드 교육현장 속에서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북유럽의 의료 진료 역시 거의 무료이다. 덴마크에서는 치과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덴마크 거주비자가 없는 관광객들도 응급 시 진료는 무료이다. 스웨덴의 의료비는 20세 이하는 원칙적으로 무료이다. 20세를 넘는 국민이 지불하는 의료비도 저렴하여 환자가 지불하는 의료비의 상한이 900크로나(약 15만 원)로 정해져 있다.
북유럽은 문화예술 면에서도 풍부한 유산을 자랑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덴마크 태생이고, 세계 팝 음악의 역사를 새로 쓴 아바는 스웨덴의 록그룹이다. 음악을 통해 노르웨이와 필란드의 국민의식을 고취시킨 그리그와 시벨리우스의 작품은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클래식 레퍼토리에 속한다.
또 「절규」로 유명한 뭉크, 「인형의 집」으로 페미니즘 운동에 불을 붙인 극작가 입센, 「죽음에 이르는 병」을 쓴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잉마르 베리만이 모두 북유럽에서 배출되었다.
끈끈한 조직적 연대 위해
북유럽 이사회 결성

북유럽국가의 동질감은 일찍부터 형성되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언어와 인종, 신화가 유사하며 역사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로 지칭되는 스칸디나비아 3국은 15세기에 칼마르 동맹을 맺어 연합체를 형성했고 19세기에는 독일·러시아·프랑스 등 세력을 과시하는 강대국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칸디나비아 민족운동을 일으켰다. 이들 국가는 모두 덴마크 국기의 영향을 받아 단네브로 십자가와 비슷한 형태의 국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1873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통화동맹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3국의 동질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더욱 끈끈한 조직적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북유럽 이사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3국이었던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노르딕국가로 확장된다.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남북 분단된 전쟁의 위험이 살아 있는 우리 현실에서 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창조경제 해야 하는 한국
북유럽에서 배울 점 많아
이제 우리가 북유럽에서 배워야 할 점은 분명해진다. 우리가 배울 부분은 북유럽의 개별 복지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다. 제도가 아니라 신뢰라는 자본이라는 것이다. 북유럽 복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중요한 사안은 정부가 독단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토론과 국민투표에 붙여졌다. 신뢰라는 자본은 북유럽에는 있고 대한민국에는 없다. 복지의 개념은 시장경제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시장경제에 걸맞은 경제인을 육성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포함한다.
우리의 현실은 혼란스럽다. 정부는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제도개혁을 함부로 실행하고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제·탈 원전정책 시행으로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 가운데 물가는 올라가고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동구권 사회주의는 붕괴되었고, 독일은 자본주의 국가로 통일되었고, 소련은 붕괴되어 러시아를 비롯한 개별국가로 정리되면서 사회주의를 버렸다. 남미 좌파 포퓰리즘 역시 경제 파탄으로 결말났다. 그러나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실패한 사회주의가 포퓰리즘이라는 탈을 쓰고 이 나라에서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중심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창조경제를 해야 하는 한국은 북유럽국가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정치의 투명성과 정보공개, 국민이 신뢰하는 정부, 자유시장경제 체제, 공직자가 청렴한 사회, 특권이 없는 국회의원, 기업이 일하기 좋은 곳, 다양성을 가진 창의적인 교육, 검소한 생활 방식은 우리가 북유럽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