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시편 [2021/01] 항일시편(61) - 속 좁은 놈 버릇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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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공출 신현득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고문 동네 애들이 누나라 부르는 순희가 처녀공출에 끌려간다지. 마을 사람이 어제 밤부터 수근댄다. 처녀공출이 있을 거라는 말 듣고 딸을 둔 부모는 서둘러 여의었다. 홀어매, 어린 동생과 세 식구인 누나는 결혼을 서두를 수 없었다. “우야꼬, 우야꼬, 우야꼬오……?” 순희 어매 울음이다. 순희 울음도 사립 밖으로 들린다. 헤이따이(兵隊) 갈 때는 떠들썩했는데, 면장이 나와 다스끼(어깨띠)도 걸어주고, 호소가와 교장은 군가 부르는 애들과 같이 나와 반자이(万歳)를 수십 번. 그런데, 처녀공출 가는 집에는 울음뿐이다. 면장도 교장도 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만 와서 보고 같이 울었다. “농사 지어 나락 공출, 아들 키워 아들 공출, 딸 키워 딸 공출……. 이눔의 대동아전쟁!” 그 말 자주 하는 비국민(非国民) 영수 할배가 와서 같이 울다 갔다. 다음날 아침 구장과 면지도원과 주재소 순사가 와서 순희를 데리고 갔다. 순희 누나는 어디로 갔을까? 닷새 뒤. 순희 어매는 주검이 돼 지게행상으로 뒷산에 묻혔다. ● 데이신따이 : 정신대(挺身隊)의 일본어. 일제가 전쟁 수행을 위해 한국 여성 등을 종군 위안부, 군수공장 공녀 등으로 강제 동원했는데, 몸으로 앞장서서 싸우는 군사라는 뜻으로 정신대라 이름지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처녀공출>이라 했다. 처녀공출 안 보내려고 딸 가진 부모들이 조혼을 시켰다. ● 지게행상 : 상여를 차리지 않고 시신을 지게에 지고 가서 묻음
예순한 번째 때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