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삶 이야기 [2021/11] 3·1여성동지회 임숙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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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인의 여성독립운동가 시작으로
역사 창조의 모든 순간에 함께했던
여성독립운동가 위상을 드높이다
글·사진 | 편집부
여성들을 연약한 계층으로, 수동적인 존재로만 생각하던 시대도 있었다. 이러한 관습이나 사회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100여 년 전 그네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곧은 심지로 불 같이 일어났다. “경성시내 3·1 여성만세사건 공판 기록에 의하면 경성시내 여학교 학생의 99.9%가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고 해요. 국가의 대사를 남자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수레바퀴는 한 바퀴로만 달릴 수 없다고 부르짖으며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참여했지요. 대한민국 최초의 남녀평등주의는 3·1운동에서 탄생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여성들의 희생적 공적을 우리 여성사의 자랑이자 민족운동의 지표 삼아 걸어 온 3·1여성동지회의 24대, 25대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임숙자 회장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맴돈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온 반세기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과 숭고한 3·1정신을 계승한 유일한 여성단체인 3·1여성동지회가 창립된 지 어느덧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황애덕 초대회장님부터 25대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저에게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변함없는 마음으로 애국활동을 펼쳐올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의 애국심이 단 한순간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창립 초기부터 함께했던 이사들은 여전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40년이 넘는 세월 동고동락하던 회원들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3대에 걸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우도 다수이다. 별도의 지원금 없이 운영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대부분의 이사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후세에 올바로 전달하겠다는 올곧은 마음으로 회비와 찬조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임숙자 회장은 말한다. 선열들 희생 빠짐없이 담고자 펼치는 활동 “100여 년 전 선열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온전한 독립국가가 될 수 있었어요. 또한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의 노력으로 단시일 내에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요.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 세계 젊은이들이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손꼽힐 만큼 문화강국으로 부상한 것 또한 선열들의 거룩한 희생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겁니다.” 순국선열들의 거룩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개인의 행복과 평안도 있을 수 없었기에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명심하면서 통합과 화합을 바탕으로 한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며 국가의 염원인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은 3·1여성동지회의 그간의 발걸음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3·1여성동지회 활동은 학술발표회, 선열추모식, 유적지답사, 장학사업, 출판사업, 독립군가보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993년 <한국여성독립운동의 재조명>을 주제로 열린 첫 학술발표회를 시작으로 ‘독립운동과 김마리아’, ‘유관순 열사의 항일구국운동과 정신’, ‘윤희순 여사의 의병활동과 애국정신’, ‘차경신 여사의 생애와 독립운동’ 등 다양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재조명함으로써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후에도 <해외 한국여성의 항일독립운동>, <한국 여자광복군의 역사적 조명> 등을 주제로 한 학술발표회가 매년 열려왔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했던 2019년 4월 학술발표회에서는 <항일운동 100주년과 3·1운동>을 주제로 피 묻은 아픈 과거를 돌아보고 그 과거로 인해 나아갈 수 있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나라사랑 정신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하고자 했다. 함께하는 매 순간이 모두에게 위로가 되기를 2006년부터 매년 11월에 진행해 온 항일여성선열 및 3·1여성동지 추모식에서는 당일 행사와 함께 추모음악제를 열어 항일여성선열들의 영혼을 위로하면서 후진들에게는 3·1독립정신을 계승시키며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1984년 시작해 백범 김구 선생 추모식, 도산 안창호 선생 추모식, 대한독립군 봉오동·청산리대첩 기념식 등 다양한 추모식과 기념식, 강연회, 합동합창제 등을 통해 선보인 독립운동가들의 눈물을 담은 독립군가보급사업은 매 순간 눈물과 감동이 함께 했다. 장학사업은 후손들이 독립운동가들, 특히 여성운동가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배출된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선배의 넋을 기리고 자랑스러운 선배가 있었다는 긍지를 심어주고자 한다. 그 외에도 국내외 유적지 답사를 꾸준히 해왔으며 2017년에는 3·1여성동지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학술발표회 자료를 모아 1천 페이지가 넘는 <한국여성독립운동가>를 발간했다. 더 빛나는 미래 위한 든든한 밑거름 되어줄 시간 아직 가야할 길이 한창인데 코로나19로 인한 공백이 달갑지는 않다. 4월의 학술대회, 11월 백범기념관에서의 선열추모식 등이 모두 축소되어 소규모로 진행되었으며 유적지 답사, 소식지 발간 등의 업무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사회 역시 소규모 진행 후 문서로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50여 년을 달려온 3·1여성동지회가 잠시 멈춤으로써 다시금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전 점검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것 아낌없이 담아 애국 단체 모범 될 것 “우연히 학술발표회에서 여성독립운동에 관한 발표를 들었어요. 생의 변곡점이었습니다.” 학술발표회를 통해 알게 된 3·1여성동지회에 가입을 하고 회의에 참석하며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했다. “3·1여성동지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효율적인 운영 방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0여 년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또 학장직을 비롯한 다양한 학술회 등 단체의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쌓아온 교육 경험과 연륜을 애국 단체의 운영 정책에 접목시킨다면 후대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고양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숙자 회장이 진행한 모든 프로그램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완벽에 가까운 기획에서 시작된다. 애국 단체의 필요성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앞으로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선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소외된 유족들에 대한 위로를 담고자 한다. 충분히 준비된 행사는 언제나 참여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세계에 대한민국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고 싶다 “오롯이 교육적으로 바라보는 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인가를 맞추어 과정을 준비하는 점이 차별점일까요?” 어느새 3·1여성동지회는 애국 단체들 중에서도 모범적인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성공적으로 추진한 행사를 모델로 삼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존재했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이들은 극소수입니다. 저와 3·1여성동지회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비롯해 세계가 우리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임숙자 회장이 꿈꾸는 미래에는 여성독립운동가의 행적을 기록한 기념관과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위패봉안소 건립이 포함되어 있다. 서훈은 받았으나 알려지지 않은 여성선열들을 기억하며, 그조차 받지 못하고 묻힌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데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3·1여성동지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정의와 공정이 있는 인간애, 인권이 살아있는 대한민국, 미래를 향한 통일이라는 과제와 대내외적인 문제들 앞에서 자유, 정의, 세계질서와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모범적인 애국 단체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임숙자 회장과 3·1여성동지회의 발걸음이 앞으로의 반세기 역시 굳건하게 나아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