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삶 이야기 [2020/09]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 박기태 단장
페이지 정보
본문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 박기태 단장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며 지구촌을 변화시키다
청년의 열정으로 즐겁게 소통하며 21세기 독립운동을 펼치다
스물일곱 청년의 엉뚱한 역발상에서 역사가 시작되다 시작은 미약했다. 거창한 구호도 원대한 목표도 없었다. 청개구리 기질을 타고난 스물일곱 살 청년 박기태의 엉뚱한 시도에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일어일문학을 전공하던 그는 현실 앞에 놓인 벽을 눕혀 새로운 인생의 발판으로 역이용했다. “그땐 역사의식도 없었고 무작정 해외에 나가보고 싶었어요. 선진국을 경험하고 싶고 어학연수도 가고 싶었죠. 그 목표를 위해서는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돈이 필요했는데 저는 둘 다 없었어요. 다행히 좌절하진 않았어요. 하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에서도 나처럼 한국어나 관련 공부를 하면서 한국에 오고 싶지만, 여건이 안 돼서 못 들어오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더라고요. 망설임 없이 해외 대학교에 온라인 제안서를 보냈어요. 한국어 수업이나 아시아에 대해 배울 때 내가 필요하면 도와주겠다, 내가 친구가 돼주겠다는 내용이었죠.” 그렇게 해외 1000개 대학에 편지를 보냈다. 진심은 통하는 법. 몇몇 대학에서 연락이 왔고, 몇몇 대학에선 학교 학생들과 단체로 교류해보자는 제안도 들어왔다. 마침 국내에서 무료 홈페이지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청년은 신나게 밤을 지새우며 무일푼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사람 모여라, 해외에서 한국어 공부하는 학생들과 펜팔 시켜줄게, 하고 자신만만하게 공고를 냈다. 역발상은 통했고, 해외 펜팔을 원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인터넷 공간에 모여들었다. 그렇게 반크의 작은 겨자씨가 세상에 뿌려졌다. 해외에 만연한 한국 비하와 역사왜곡에 눈 뜨다 “외국에 있는 책이나 백과사전, 교과서 등을 보면 한국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고, 알려진 내용이라곤 오랫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다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6·25전쟁으로 남북분단이 된 암울하고 부정적인 역사가 전부더라고요. 한국의 문화는 전부 중국에서 유래되었고, 일본의 한반도 침략은 한국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교과서도 있었어요. 저처럼 역사 문외한이 보기에도 한국 비하나 왜곡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죠.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고요.” 분노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반크에 ‘한국바로알리기’ 사무국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해외 펜팔에 역사를 더하니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아니 싸워야 할 일이 많아졌다. 해외 친구들과의 교류와 친목을 좋아하던 청년들은 이제 ‘투사’로 변해갔다. 박기태 단장은 선두에 섰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로 기술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출판사와 지도제작사에 편지를 보내 “일본해라고 하는 근거를 대라, 너희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출판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이건 한국인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면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영어는 서툴렀지만 활활 타오르는 애국심으로 행간을 가득 채웠다. 열정에는 국경이 없는 법. 6일 만에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연락이 왔다. 일본해와 고구려 표기가 잘못되었으며, 빠른 시일 안에 시정하겠다는 답변이 왔고 1년 후 약속은 지켜졌다. 그 일을 계기로 반크는 한국을 알리는 작은 단체에서 사이버 외교관으로 또다시 변신했다. 글로벌 관광책자 발행사 론리플래닛, 미국 유명 포털사이트 야후·라이코스·구글 등에서 오류를 찾아내 항의했고 동해로 병기하거나 일본해 표기를 삭제하는 성과를 올렸다. 독도를 굳건히 지키는 일에도 앞장섰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일본해, 다케시마 표기가 뭐가 중요하냐. 인도양을 인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별것도 아닌 일로 굳이 싸울 필요가 있느냐고 말이죠. 물론 그 말도 맞아요. 일본해라고 쓴다고 땅이 빼앗기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기분이 나빠요. 내 이름이 박기태인데, 나카무라라고 불리는 게 싫은 것처럼 말이죠. 우리 땅을 우리나라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요.” 논리와 실리,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건 정부나 역사학자, 외교관들이 하면 될 일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틀에 억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나라사랑의 열정을 세계 곳곳에 외치고 다니는 일이 그는 참 좋다. 때론 무모하고 도발적인 퍼포먼스가 딱 맞다. 나라사랑을 품에 안고 세계평화를 위해 나아가다 “미국 교과서에 ‘한국은 일본과 중국이라는 고래 사이에 낀 새우’라고 나와 있어요. 심지어 한국은 외세의 침략에 ‘고립정책’으로 대응했고, 그로 인해 아시아에서 ‘은둔의 왕국’이 되었다고 소개해요. 기분 나쁘잖아요. 어느 날 강의에서 그 얘기를 하다가 ‘우리는 바다와 같은 민족이다. 고래를 품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바다다’라고 말했어요.” 그는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아주 특별한 ‘평화 DNA’가 있다고 말한다. 보통 역사적으로 민족주의는 패권주의로 변질돼 다른 나라를 침범하고 세계를 전쟁 속으로 몰아넣었는데,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180도 달랐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아시아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름답고 위대하다. “한국인만큼 나라를 사랑하면서 세계를 사랑하는 민족은 없거든요. 그게 바로 순국선열 DNA예요. 과거든 현재든 나라를 향한 마음은 시대나 세대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이 반크에 오면 바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우리 역사를 바로 알리는 포스터를 인스타에 올리는 것도 작지만 소중한 독립운동이죠. 반크의 슬로건이 ‘우리는 독립운동가는 아니지만 21세기 독립운동 활동을 하고, 외교관은 아니지만 외교 활동을 하고, 역사가는 아니지만 역사를 만드는 일을 한다’예요. 21세기는 돈이나 정부의 규모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십대 이십대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이 모이면 돈이 없어도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21세기 독립운동’이죠.” 현재 반크에서 만든 영상이 600개, 800만 뷰를 기록했다. 홍보물 100개, 사이트 20개, 청원 글 20개, 포스터 20개도 만들었다. 포스터를 받아보는 외국인이 20만 명, 청원에 10만 명이 동참했다. 열 평 남짓 작은 사무실, 직원 다섯 명이 움직여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니 무척 놀랍다. 물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크가 세계에 한국을 알려 나가는 이유는 한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모든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꿈과 우정을 나누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예요. 대륙과 해양, 동양문화와 서양문화가 만나는 통일 한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모여 꿈과 우정을 나눈다면 얼마나 가슴 설렐까요. 하지만 그런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그만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죠. 한류가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어마어마한 기회예요.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10년 안에 역전시킬 수 있어요. 일본 정부가 수조 원을 써도 우리를 못 이기죠. 요즘 한류 덕분에 더 바빠졌어요.” 디지털 세상에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한국을 지켜내고, 한국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신명 나게 뛰어다니고, 세계 평화를 위해 멋진 계획을 만들어내는 마흔일곱 살의 청년 박기태. 고래를 품는 바다처럼, 21세기 독립운동을 향한 그의 열정은 변함없이 푸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