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Theme.1 독립운동 사적지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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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한민국 있게 한 역사적 현장
진정한 우리의 영웅인
무명의 순국열사들 위한상징적 공간 조성해야
글 | 강진갑(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 전 경기대 교수)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2021년 국가보훈처가 실시한 일반 시민의 보훈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7% 이상이 “독립운동을 국가와 사회를 위한 희생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응답자의 48%가 독립운동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문화는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개인은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하였음을 인식하고 있는데, 우리 공동체는 독립운동을 기억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독립운동 사적지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한 역사적 현장이다. 그런데 독립운동을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인 독립운동 사적지에 문제가 있기에 이 같은 괴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소는 기억을 일깨우는
대표 매개체
1919세대는 「독립선언서」에서 그들 세대의 행복보다는 “우리 가여운 자녀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완전한 행복을 주려면,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민족의 독립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라 인식하였다. 그래서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하였다. 1919세대는 후손인 우리 세대의 행복을 위해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 21세기 세대는 100년 동안 8·15 민족의 해방을 이루었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으며,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고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의 번영은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독립운동 사적지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역사적 현장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는 2021년 국가보훈처가 실시한 일반 시민의 보훈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87% 이상이 독립운동을 국가와 사회를 위한 희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응답자의 48%가 독립운동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문화는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개인은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하였음을 인식하고 있는데, 우리 공동체는 독립운동을 기억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기억’의 사전적인 뜻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냄.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이다. 개인은 그가 속한 공동체의 특정한 경험을 집단적으로 기억하고, 그 기억은 개인의 기억에 의해 내면에 의식화되어 개인의 가치관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기억은 다시 공동체의 기억으로 재구성되고 공동체의 의식과 집단적인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특정한 역사적 경험을 개인과 공동체가 기억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하고,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기억을 일깨우는 대표적인 매개체이다. 그런데 독립운동을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인 독립운동 사적지에 문제가 있기에 이 같은 괴리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괴리된 독립운동의 흔적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사편찬위원회가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였다. 이 자료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간행한 [한일관계사료집]을 비롯하여 일제 측 자료인 판결문과 신문조서, 그리고 외국인 선교사의 보고 등의 문서를 분석하여 작성한 자료이다.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3·1운동 시위는 1,692회 있었다. 참여 인원은 최소 799,017명, 최대 1,030,073명, 순국자 수는 최소 725명에서 최대 934명, 순국자가 발생한 시위건수는 174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3·1운동은 말 그대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 민족이 참여하여 전개되었다.
3·1운동 만세시위 장소 1,692곳의 위치는 대부분 밝혀져 있다. 지역에서의 사적지 조사 활동,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 사적지 조사, 국사편찬위원회의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 작업 성과이다.
대표적인 3·1만세 시위 현장을 가보면 3·1만세 시위 현장임을 밝혀주는 기념공간으로 조성되어 있고 기념탑과 같은 기념물이 있다. 안성의 3·1운동 만세시위 현장인 만세고개에는 3·1운동 기념관과 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화성 제암리 3·1운동 순국 유적지에는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이 건립되어 있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1,692회의 만세시위가 일어난 현장을 가보면 그곳이 만세시위가 일어난 곳이라는 표식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는 비단 3·1운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다른 독립운동 사적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독립운동 현장만 독립운동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사적지로 조성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하는 현장 곳곳이 독립운동 사적지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이 독립운동 사적지임을 알려주는 표식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독립운동 사적지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독립운동 사적지 조성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독립운동 사적지는 독립운동이 일어났거나, 독립운동이 탄압받았던 곳, 그리고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공간이다. 독립운동 사적지 중 역사적 의미가 큰 사적지는 기념공원 형태로 꾸며야 한다. 기념공원에는 기념관, 박물관, 기념조형물 등을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다. 기념조형물은 기념탑, 기념 조각 등 여러 형태가 있다. 독립운동 사적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한 사례로는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독립공원, 홍주의사총 등이 있다.
그러나 3·1만세 시위 현장처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독립운동 현장도 사적지로 조성해야 한다. 독립유공 표창을 받은 독립운동가 관련 장소는 물론 독립유공 표창을 받지 않은 독립운동가라 하더라도 독립운동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인물의 생가와 묘를 지역과 마을 차원에서 독립운동 사적지로 조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3·1운동을 사례로 살펴보면 시위 현장 1,692곳이 모두 사적지로 조성되어야 한다. 만세시위 계획이 이루어진 가옥 또는 그 터, 만세시위 집결지와 시위 이동로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이 모든 곳이 독립운동의 현장이고, 독립운동 사적지가 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것은 기념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비용과 공간의 제약을 고려하여 소공원 형태로 조성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간단한 조경과 소형 기념비석과 벤치 정도만 설치해도 된다. 시골의 한적한 곳부터 도시의 좁은 공간까지 공원으로서의 기능과 역사유적지의 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념공원이 아니라 독립운동 장소임을 알려주는 표식과 안내 표지판만 설치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왜 그 많은 곳을 독립운동 사적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식민지하 독립운동이 펼쳐진 곳이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현장이고, 독립운동가들이 바로 우리 이웃에 살던 분임을 우리가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을 기억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을 위한 제안
독립운동 사적지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한 역사적 현장이다. 공동체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상징 공간이 필요하다. 독립운동 상징 공간으로는 독립기념관이 있으나 일반 시민의 접근성에 어려움이 있어 상징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3·1만세 시위과정에서 총칼에 희생되거나, 체포되어 고문을 받거나 옥살이를 하다가 죽음을 당한 독립운동가는 900명이 넘는다. 2013년 국가기록원이 ‘삼일운동 피살자 명부’와 ‘일본 진재시 피살자 명부’, ‘일정시 피징용자 명부’를 공개하였다. 정부가 6·25전쟁 중인 1952년 12월에서 1953년 1월에 걸쳐 조사한 자료이다. 일본에 대일청구권을 요구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작성한 것이다. 3·1운동 순국자 유족의 신고를 받아 조사한 자료인데, 이때 파악된 순국자는 612명이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북한지역이 누락되어 있고, 빨치산 활동이 치열했던 전라북도도 면사무소 조직이 파괴되어 조사에서 빠져 있다.
이 기록이 공개될 당시를 기준으로 612명의 순국자 중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이가 241명이다. 이 중 3·1운동 관련해서 포상된 이가 197명이다. 포상되지 않은 이가 371명이다. 2018년 현재 371명 중 30명의 공적이 인정되어 추가로 포상이 이루어졌으나, 나머지 대다수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공적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명단이 확인된 3·1운동 순국자를 조사하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3·1운동만이 아니라 의병전쟁, 해외의 독립군전투 등 항일독립운동 과정에서 순국한 선열을 찾아 기억하고 기념하여야 한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위치한 순국선열 위패봉안관에는 2,835명의 순국선열이 모셔져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순국한 독립운동가를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과 그들을 기억하는 공간을 조성하여야 한다. 진정한 독립운동가는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순국선열들이다.
의병전쟁에서, 일제강점기 독립전쟁에서 전사한 무명의 독립운동가는 그 수도 파악되어 있지 않다. 이를 파악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의병 및 독립전쟁 관련 문헌을 조사하면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1운동 무명의 순국자, 그리고 의병전쟁과 일제강점기 독립전쟁에서 전사한 무명의 독립운동가가 진정한 우리의 영웅이다. 21세기에 진정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명의 순국자를 조사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일이다. 광화문에 무명의 순국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불멸의 불꽃광장’을 조성하자. 시민, 전문가, 독립운동 관련자들이 함께하여 독립운동이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역사임을 우리 모두 기억할 수 있게 하자.

문학박사.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 뉴스더원 객원논설위원 겸 칼럼니스트. 경기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인문콘텐츠학회장, 경기학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경기남부 독립운동 사적지』, 『경기·강원 3·1운동 사적지 기초조사』, 『문화유산 활용을 위한 이야기 자원 발굴 연구』, 「경기도 독립운동가 현양 및 사적지 활성화 방안」 외 다수의 저서, 논문, 연구보고서, 칼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