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테마

[2021/06] Theme.3 국가보훈정책의 방향

페이지 정보

본문

국가유공자 예우를 위한 몇 가지 제언 


국가생존 근간은 애국심 

선진화된 보훈제도가 국민화합·단결 이끌어 


글 | 유영옥(국가보훈학회장)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35년 동안 국권을 잃었다가 어렵게 독립을 이룬 이후에도 수십만의 사상자를 내면서 지키고 일군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들이 소중한 목숨과 신체를 담보로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 정도로 잘살고 있다. 그러나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열악하다.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국가보훈정책의 주요내용을 먼저 살펴보고, 주요 선진국의 국가유공자 예우와 보훈정책의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보훈정책 조직은 1961년 7월 5일 군사원호청 설치법이 공포돼 군사원호청이 창설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원호처로 승격 개편되는 등의 직제개편이 있었다. 1984년부터 기존의 원호처를 국가보훈처로 개칭하고 보훈정책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했다. 그리고 2002년 들어 세계화시대 국가경쟁력 강화로 보훈정책 수혜대상 확대 방침에 따라 조직개편을 진행, 보훈정책의 기능을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유공자들의 안락한 노후보장을 위한 국가의 복지정책은 소득보장 정책으로서 보상금 급여와 취업보호, 보건의료 정책으로서 의료보호·가료보호·보철구 지급이 있고, 복지시설 정책으로서 양로원·보훈복지타운·휴양원이 있다. 여가활동 정책으로는 상이군경복지회관과 보훈회관이 있고, 대부지원 정책으로서는 주거안정과 자립기반 정책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유공자들이 이러한 정책에 만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상징적 의미가 짙은 정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선진국의 국가유공자 정책


우선 선진국의 국가유공자 정책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 우리나라의 보훈제도와 비교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국가들의 경우 주요 행정대상은 참전군인을 포함한 제대군인이며, 이들을 위한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역시 ‘제대군인부’이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 보훈정책 역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제대군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의 경우 국가유공자는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과 참전용사 및 제대군인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들 외에도 민주유공자 등 15개의 유공자 단체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선진국의 보훈제도를 평면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외국제도의 비교를 통해 보훈정책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상이한 환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먼저 미국의 경우를 살펴본다. 미국 제대군인부는 국가유공자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가장 큰 특징은 행정대상을 모든 제대군인으로 하고 있어 방대한 조직과 예산, 인력을 가지고 국가가 직접 제대군인과 유족을 위한 소득보장, 보건의료, 주택, 교육 등 다양한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훈복지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제대군인부 의료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미국의 정책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유공자들의 정보접근성 및 보훈정책의 홍보강화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이 체계화되어 있다. 둘째, 건강예방 및 증진 프로그램의 충실화를 들 수 있다. 향후에 요양상태가 되지 않도록 체중감량에서 금연 프로그램은 물론 건강교육과 관련한 핸드북의 제작 및 배포 등 다각도에서 현재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셋째, 재가복지 프로그램의 다양화이며 넷째, 정신건강(PTSD 등) 프로그램, 상담 프로그램, 사례관리 등의 실시로 제대군인 및 유가족이 위기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산면에 있어서는 제대군인부 총예산의 약 40%를 의료 및 복지지원을 위해 활용하고 있어 정책 운영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호주는 1901년 연방 성립 시부터 모국인 영국과 뚜렷한 대립이나 충돌 없이 점진적으로 독립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호주 독립의 역사는 우리나라처럼 개개인의 희생 위에 쟁취된 역사라고 보기 어렵다. 호주에서는 보훈수혜에 대한 가족승계제도가 없다. 따라서 제대군인 본인(유가족 포함)에 충실하고 특화된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의료와 복지 분야 관련 대부분의 서비스를 일반 사회보장제도와 연계하고 있으며, 호주 제대군인부에서는 재가복지 서비스, 전문상담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의 보훈제도는 1918년에 창설된 ‘제대군인 사회정착부’에서 상이제대군인들에게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함과 동시에 사회정착을 돕기 위한 각종 직업훈련을 함께 제공한 데에서 시작하며 의료서비스와 직업훈련을 한 부서에서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 보훈복지정책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은 국가유공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주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대군인부에서는 제대군인이 가정이나 공동체에서 자립·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재 상태와 건강에 대해 꾸준히 체크하고 필요에 따라 일상생활 지원, 개인별 영양관리 등 건강 관련 전문가에 의한 제대군인 자립 프로그램(Veterans Independence Program, VIP)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훈정책의 문제점과 발전방향


  이어 우리나라 보훈정책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보훈이 이념과 배치됨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일제강점기에 반 건국운동을 한 분들에게 이념이 다른데도 건국훈장이나 건국포장을 수여했다. 일제에 저항한 공산주의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것이다. 이들에게 독립운동은 공산화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기 위해 지나가는 간이역이었다. 이들의 투쟁이 성공하였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 국가보훈 이념과 목적 및 기능에도 배치된다. 


또 대한민국 보훈단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국가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중요 이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복회는 독립정신을, 4·19혁명 관련 단체들은 민주와 자유와 정의구현의 혁명정신을, 그 밖의 보훈단체들은 반공주의와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를 기본이념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의 이념과 관련된 갈등으로 인해 독립정신과 4·19혁명 정신이 대국민 통합적 민족의식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 


둘째, 국가공헌도에 맞는 등급산정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국가유공자 선정 시 국가유공자는 유공의 내용에 따라 구분해야 하며 등급을 공헌에 맞도록 매겨야 한다. 먼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생명과 재산을 바친 독립운동가는 최고 수준의 등급을 부여하고, 이어 적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수호한 군인, 전투경찰 등은 1등급을 부여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 내에서 치안, 구조, 재난 방호, 재산보호 등을 수행한 경찰, 소방관, 공무원, 국민 등은 2등급을 부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국민은 3등급을 부여해야 한다. 이는 국가를 구성하는 주권, 국민, 영토의 개념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등급별로도 보상이 구분되어야 한다. 


  셋째, 국가유공자그룹의 조정 및 부처 배정 문제이다. 우리나라 보훈정책과 제도는 독립운동으로부터 시작하여 광주민주화운동 등으로 발전되어 현재 17개로 분류하고 있다. 그 결과 타 국가에 비해 국가유공자군이 너무나 방만해서 많은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단체 간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한 유공자그룹을 3개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국가유공자그룹이다. 대상자는 자주독립을 위해 희생하거나 전쟁에 지대한 공이 있는 그룹이며, 제2그룹은 민주국가 발전에 공헌하고 사회에 기여한 그룹이다. 제3그룹은 순직공무원,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순직자,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자 그룹이다. 우선 국가유공자그룹은 국가보훈처에서 그 업무를 관장하며, 제2그룹은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장한다. 제3그룹은 행자부에서 관장해야 한다. 


넷째, 각종사고 보상금과의 불균형성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된 분들과 사적인 부주의에 의한 개별적인 사고를 당한 분들과의 보상체계의 불균형은 사회갈등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세월호참사의 경우 4.5억~12억 원을 지급했고, C랜드 화재와 삼풍사고·성수대교 사망자에게는 3.5억 원을, 경주마리나오션리조트 사망자에게는 10억 원을, 아시아나 착륙사고 때에는 3.2억 +a를 지급했다. 


이해 비해 국가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자들에게는 너무나 적은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는 합리적인 방법보다는 정치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입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되거나 공헌한 분들에 대한 예우는 어떤 개별적인 사안이나 사건보다는 상위개념에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이 선진국의 관례다.


다섯째, 통일에 대비한 국가보훈정책의 미비이다. 한반도 통일은 독일 통일에서 보듯이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대책으로 방관하고 있다. 통일한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냉전시대의 산물인 보훈정책이라 할 수 있다. 남북한의 보훈정책은 독립운동에서 출발하고 있다. 독립운동은 일제의 침탈에 항거하여 남북한이 일본을 공동의 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보훈 대상자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일제에 항거한 분들을 그 근본으로 하고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체제를 위해 독립운동을 한 자에 대해 애국열사라는 칭호를 취하며 보훈대상자로 삼고 있다. 


  한편 6·25전쟁의 경우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공산주의자와 싸운 전쟁이라 할 수 있으며, 당시에 참전한 호국용사들은 대한민국의 국가유공자로서 북한의 참전 군인들과 상반되는 입장에 있다. 북한의 경우도 6·25 참전자들에 대해서는 국가유공자 칭호를 부여하며 그들 또한 높이 평가하며 극진한 대우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호 배타적인 이질성의 극복은 통일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 중의 하나이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하에서 생성된 남북한의 보훈정책은 그 자체로서 통합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남북한의 보훈대상자 간에 심각한 반목과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국가보훈’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


아무리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국가 간의 경제적, 문화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해도 한 국가의 생존은 애국심과 충성심을 근간으로 존재하고 있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인류가 ‘세계평화’를 아무리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속성상 전쟁의 가능성을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지난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36년간의 뼈아픈 식민지의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또 세계적 냉전의 각축장이 되어 결국 같은 한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야만 했던 비극적인 과거가 불과 70년 전에 있었다. 현재는 남북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으면서도 미사일과 핵무기 등을 내세운 북한의 무력적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국가보훈제도가 선진화되어야 한다. 보훈제도의 선진화는 ‘조국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다한 국가유공자들에게 더 큰 희망과 보람으로 ‘나라사랑 정신의 전도사’가 되게 할 것이며, 또 이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국가와 애국심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더욱 번영하는 조국 대한민국을 꿈꾸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단결과 국민화합을 유도할 수 있는 ‘국가보훈’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한 방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선진 국가보훈제도와 보훈정책의 확립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최신글

  • 글이 없습니다.

순국Inside

순국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