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Theme.2 주요 선진국의 보훈선양 사례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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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통해 기억 계승하고 애국심 고취
미래세대 관심·참여 이끌 콘텐츠·플랫폼 개발 필요
국가에 대한 자긍심 키워야
글 | 서운석(보훈교육연구원 책임연구원)
많은 선진국에서는 국가유공자의 명예와 권익보호를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국립묘지와 같은 현충시설은 호국용사의 위훈과 명예선양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다시 국민역량 결집과 직결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보훈선양은 국가정체성을 확인하고 국민 나라사랑정신 고취에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계기를 조성하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호주,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보훈선양제도를 살펴보면, 미래세대인 학생들에 대한 투자가 돋보인다. 보훈단체를 비롯한 사회단체들과 대학들이 연계하여 학생 대상의 다양한 행사 및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보훈행사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다시 지역사회에서 나라사랑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보훈선양의 의미와 중요성
보훈선양은 국가유공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이들의 나라사랑정신이 국민들과 자손들에게 애국심의 귀감이 되고, 항구적으로 존중되도록 계승·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결국 나라사랑이라는 한 점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나라사랑이란 국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 그리고 나라를 지키려는 호국의지 등 최상의 국가이익이라고 여겨지는 바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자기가 속해 있는 국가를 사랑하고 이 사랑을 바탕으로 국가에 대하여 충성·헌신하려는 의식이나 신념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훈선양은 국민들에게 나라사랑정신을 널리 알려 계승·발전시키도록 한다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이 있으며, 이런 정신을 국가와 사회공동체 전체의 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보훈선양은 국가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정책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선진 각국에서는 보훈선양을 국가가 담당해야 하는 중요한 사업의 하나로 인식하고 발전시켜 왔다. 이와 관련하여 여기에서는 캐나다, 프랑스, 호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보훈선양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주요 선진국의 보훈선양 사례
캐나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캐나다는 참전·제대군인 위주의 보훈행사를 통하여 실질적인 보훈선양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바탕으로 캐나다는 특히 학생들의 보훈의식 강화를 위해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먼저 ‘기억의 횃불’ 행사를 개최하여 많은 학생들이 캐나다군의 희생과 사회적 공헌을 깨닫도록 유도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노르망디 등 캐나다가 참전했던 유적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제대군인부의 ‘어린이 대사’로서 지역사회에서 보훈의식 확산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다음으로 각종 청소년 대상 사회단체들과 연계하여 나라사랑 캠페인과 희생자 추모배지 달기 행사를 개최한다.
이외에도 제대군인협회를 비롯한 각종 사회단체 및 대학들과 연계하여 학생 대상의 다양한 보훈행사 및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보훈선양 활동을 위하여 정부는 다양한 관련 매체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보훈선양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각종 보훈행사 및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어 있고, 프로젝트 신청 코너와 그 결과물들이 게시되어 있다.
프랑스

프랑스는 ‘기억의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기억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런 프랑스 보훈선양제도의 특징은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보훈선양 사례를 보면, 먼저 ‘기억의 작은 예술가들’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지역 출신 참전군인을 선정하여 그가 가족들에게 남긴 이야기나 공적자료 등을 조사한 다음 이를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 눈으로 작성하는 보훈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억여행’이라는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보훈과 관련된 기념장소와 기념비들을 방문함으로써 지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행사이다. 이 행사는 과거를 이해하고 나라사랑의식을 형성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여행을 통해 관련 지역들의 경제·문화적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불어 각종 보훈 관련 증언 기록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호주

보훈선양과 관련한 호주의 관련 프로그램들은 전쟁 역사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데 필수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관련 간행물을 계속하여 출판해 오고 있는데 간행물 내용은 전시의 특정 소재를 주제로 삼아 학교 교육과정 커리큘럼과 연계되어 있다. 호주에서는 보훈선양제도가 지역사회와 잘 연계되어 있다. 이를 위하여 정부에서도 국가유공자의 헌신과 희생을 기념하는 프로그램들을 다수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보면 먼저 전쟁기념관은 이동전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서 전쟁 당시 물품이나 공예품 등을 모집하고 이를 전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학생단체들이 무명용사 묘역에 헌화하는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 행사에는 학교 지역 연방의회 의원이 초대되고, 학생들이 참전용사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하는 기회를 줌으로써 행사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윤리교육 프로그램 일환으로 많은 학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미국의 하버드대학교에는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 추모를 위해 세워진 메모리얼 처치(Memorial Church)가 있다. 교회 안 추모 공간에는 최고급 대리석으로 제작된 ‘희생(Sacrifice)’이라는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고, 벽면에는 제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373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미국은 20세기 초에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스키너(Skinner)가 ‘애국심 매뉴얼’을 제시하였다. 이 매뉴얼에는 애국적 맹세, 국기·경축일에 대한 설명, 건국 역사, 국가 등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 자료에서는 학교가 ‘애국심 양성소’가 되어야 하며, 각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나라사랑교육을 행할 것을 권장하였다. 현재에도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충성의 맹세’나 ‘국기에 대한 경례’와 같은 애국심 고취의식을 행하고 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학생들은 소속감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며, 학교는 애국심을 함양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많은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보훈선양과 더불어 미국은 문화를 통해 보훈선양을 내면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는 경축일을 나라사랑정신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예를 들어 7월 4일 독립기념일에는 많은 가정에서 국기의 색인 빨간색·흰색·파란색 셔츠를 입거나 같은 색의 케이크를 먹으며 국가의 탄생과 함께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에 대해 경축한다. 또 11월 11일 제대군인의 날에는 가족들이 국립묘지를 찾아 전사자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퇴역군인 퍼레이드와 같은 애국적 집합의식에 참여해 전쟁의 아픔과 희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학교에서도 국가경축일이 다가오면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관련된 교육을 유기적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경축일을 통해 학생들을 포함한 국민들은 미국의 역사, 행사의 의미, 보훈의 중요성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이를 통해 애국심 고취의 기회를 갖는다.
주요 선진국 사례에서의 시사점
많은 선진국가들에서 국가유공자의 명예와 권익보호를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국립묘지와 같은 현충시설은 호국용사의 위훈과 명예선양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다시 국민역량 결집과 직결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보훈선양은 국가정체성을 확인하고 국민 나라사랑정신 고취에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계기를 조성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보훈선양제도에서 본 시사점으로 먼저 미래세대인 학생들에 대한 투자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많은 나라에서 보훈단체를 비롯한 사회단체들과 대학들이 연계하여 학생 대상의 다양한 행사 및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외국 사례들을 참고하여 우리도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의식과 사랑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사회가 보훈행사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지역사회에서 나라사랑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보훈행사에 국민 참여도가 높다는 특징을 가지는데, 이는 청소년 등 관련 단체들의 참여를 정책적으로 유도하여 충실한 내용과 볼거리를 제공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객 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보훈행사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있으며 인터넷 학습자료 제공 등을 통해 과거와 현대의 다각적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민통합을 위한 보훈선양의 방향
국민통합을 위한 보훈선양의 방향과 관련하여 여건 변화 및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보훈선양과 관련한 환경 변화로 우선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세대가 점차 주류가 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가정당 자녀 수는 줄고 맞벌이 가정의 증가에 따라 이 세대는 집단생활을 경험하기 쉽지 않다. 또한 ‘나’를 중시하는 문화와 경제적 양극화·침체가 만나 각자도생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 때문에 미래세대가 보훈을 실천해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보훈이란 용어를 들을 때 국가유공자를 떠올리며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는 한다. 독립·호국·민주·공익수호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과 공헌에 관한 보훈선양 콘텐츠를 친숙하게 수용하는 것과 보훈에 대한 이해도 간 괴리가 있어 보인다.
한편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Z세대(MZ세대)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신만의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또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불공정한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길 원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이들 세대가 능동적으로 보훈을 이해하며, 스스로 공헌과 희생을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흥미와 관심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국민통합을 위한 보훈선양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환경 변화는 국민통합과 관련하여 불리한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다양성, 책임성을 발휘하는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공동체 의식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 국민 특히 미래세대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콘텐츠와 플랫폼의 개발이 필요하다. 콘텐츠의 경우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와 특정 시기에 유행하는 소재, 이른바 ‘사회적 밈(meme)’과 결합해 파급력이 높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한편 플랫폼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모바일·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미래세대 스스로 보훈선양 콘텐츠를 수요·공급하는 장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 하에 미래세대는 보훈의 가치가 국가를 유지하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필수재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인민대학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보훈교육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보훈문화와 보훈선양, 보훈교육 영역이 주요 관심분야다. 『가족과 함께하는 보훈교실』 외 여러 책을 냈고, 논문으로 「지방 보훈기념물의 집단화 관리방안 연구」(2019), 「4차 산업혁명 인식과 공공기관에의 시사점 연구」(2019), 「보훈공단의 사회적경제 활용에 대한 시사점」(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