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 ‘순국선열 추모관’ 건립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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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위해 스스로 목숨 바치신 순국선열,
그 헌신 위에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글 | 심재추 (월간 순국 편집주간)
중국의 사마천은 사기(史記)를 쓰면서,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는 명언을 남겼다.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이 있다면 이는 바로 ‘순국선열’의 죽음일 것이다. 살아서는 얻을 수 없는 고귀한 이름, 그 분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그 정신이 나라를 구했기에, 순국선열의 얼은 시대를 넘어 살아있는 것이다. 순국선열은 목숨을 던져 영원히 사는 정신이 되었다. 대한민국을 위해 태산 같은 죽음으로 헌신한 순국선열, 그런데 우리는 이분들을 제대로 모시고 있는 것일까?
역사를 올바로 기억하지 못하면 불행은 계속된다 ‘순국(殉國)’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고, ‘선열(先烈)’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열사를 말한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백년 남짓한 이야기다. 독립운동을 하시다 살아서 광복을 맞이한 분들을 애국지사라 부르지만, 일제침략에 맞서 싸우다 광복 전에 돌아가신 분들을 법률적으로 ‘순국선열’이라 말한다. 대한민국 정부(보사부, 1960년)는 명성왕후 피살일(1895년)로부터 광복까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시다 돌아가신 순국선열을 크게 6가지로 분류해 전사, 형사, 자결, 피살, 옥사, 옥병사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각종 공식행사나 중요 의식에 반드시 순국선열에 묵념을 올리는 것도 순국선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그 소중한 뜻과 얼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15만 여명의 순국선열 가운데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훈장을 받은 서훈자는 불과 2%, 3,500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이 다시 세워졌지만 15만 여명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광복된 지 75년이 지났건만 15만 여명의 순국선열을 이름조차 찾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정부로부터 보훈혜택을 받는 순국선열 후손들은 885명(0.6%),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분들은 426명(0.3%)에 불과하다. 나라를 되찾아 오늘의 번영을 누리는 후손들의 무심함이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다. 태산같은 죽음과 깃털처럼 가벼운 죽음의 차이 한 사람의 진정한 인생은 어떻게 살았느냐보다는 어떻게 죽었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살아서 큰 부와 명예를 누리더라도 이완용처럼 매국노라는 이름으로 천대를 받는 이름이 있다. 그래서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인물을 평하면서 “죽음에는 태산 같은 무거운 죽음이 있고 깃털같이 가벼운 죽음이 있다”고 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태산 같은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순국선열. 우리는 이분들을 제대로 모시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에서는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위치한 ‘독립관’ 1층에 순국선열 위패를 봉안하여 모시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15만 명의 순국선열 가운데 국가에서 훈장을 받은 2% 남짓한 3,500여 명의 서훈자 가운데 2,835 분만의 위패만을 모시고 있다. 장소가 협소해 700분의 위패는 모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족회에서는 장소를 넓혀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두 모실 수 있게 해달라고 관계기관에 수없이 건의하고 청원하였다. 한때, 서울특별시와 순국선열 추모관인 ‘독립의전당’을 건립하기로 약정해 협약서까지 작성했지만, 문화재법 등과 상충돼 ‘독립의전당’ 건립은 아쉽게도 취소되었다. 광복 75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예산이 없어서, 장소가 없어서, 법이 문제가 되어서…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두 모시지 못하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6.25, 4.19, 5.18, 4.3 사건 등 타 보훈 대상자들은 수천억을 투자하여 모두 성역화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유공자 중 최상의 개념인 순국선열은 대부분 유해가 없어(99.7%) 묘역을 안치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순국선열 추모관을 건립도 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묵념만 올리고 잇을 뿐이다. 왜, 무엇때문에 못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10대 무역대국이 되었다. 이러한 나라에서 조국독립을 위해 단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신 분들인데,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실 곳조차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순국선열 추모관’ 건립해야 세계의 모든 국가는 나라가 세워지면 제일 먼저 순국선열에 대한 추념관 등을 건립하여 최고의 예우를 다하여 모시고 있다. 이는 국가 정체성 확립과 함께 국민의 정신적 지주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은 전범자들까지 야스쿠니 신사에 위패를 놓고 매일 참배를 한다. 이를 비난하기에 앞서 과연, 우리나라는 순국선열을 모시고 참배할 수 있는 국가적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나라를 세우거나 지키기 위해 순국한 애국자들을 최대한 존경하여 추모의 장소를 조성했다. 순국선열을 존경하며 그 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나라의 결연한 모습이 국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애국심을 높이고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게 순국선열을 예우와 존경으로 모셔야 한다. 그리고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국가적 위상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위풍당당한 국립 ‘순국선열 추모관’이 세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 455명이 사형당하고 수천 명이 고문당한 현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순국선열 위패봉안관(독립관), 국내 최대의 순국선열 추념탑, 3.1만세 기념탑, 독립문 등이 소재해 한국독립항쟁사에 있어서 가장 유서가 깊은 곳이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흘러간 기록이 아니다. E.H. 카아의 말처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 끊임없이 교훈을 주고 새로운 길을 찾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접근하기 쉽고, 역사성과 독립항쟁의 얼이 깃든 곳에 ‘순국선열 추모관’을 만들어 평소에는 학생들에게 애국을 가르치는 교육의 현장으로, 나라의 큰일이 있을 때 국가지도자들이 이곳을 찾아 마음과 결의를 다지는 숭고한 장소가 되길 바래본다. 견위수명(見危授命), “나라가 위태로워질 때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나라를 위해 싸우다.” 이것이 곧 순국선열의 정신이다. 그 명분과 가치를 존경해야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순국선열 추모관’을 건립하여, 나라사랑 향기가 흐르는 아름다운 꽃밭으로 가꾸어보자. 조국광복을 위해 기꺼이 헌신한 순국선열, 그분들에 대한 향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우리 사회에 가득 흘러넘치도록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