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컬럼

[2021/03] 광화문에 대한독립기념탑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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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강산 울리던 삼월의 함성은 어디로 갔는가  

정의로운 역사의 봄을 기다리며


글 | 최범산(월간순국 편집위원)


  3월이다. 또 하나의 봄이 왔다. 기미년 3월 1일,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만주 연해주 하와이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함성이 들려온다. 어찌 그날을 잊을 수 있으랴. 국권상실의 엄혹한 시대, 대한의병과 독립군장병들은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하여 대일독립전쟁(對日獨立戰爭)에서 고귀한 생명을 바쳤다. 그 숭고한 역사의 제단에 신명을 바쳐 싸웠던 선열들의 피맺힌 외침이 들려온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대한독립만세의 함성과 외침이 삼천리강산을 울리던 삼월은 다시 왔건만, 역사의 봄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그 잔혹한 시대, 누가 의로운 길을 선택했으며, 누가 그 길을 의연하게 걸어갔는가. 암울하고 어두운 시대를 밝힌 의로운 사람들, 독립투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세워진 대한민국은 역사와 민족 앞에 추호도 부끄럽지 않고, 그 어느 나라도 넘보지 못하는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순국선열에 대한 보답이다. 


삼일절과 광복절이 올 때마다 수많은 지도자들은 역사정의를 외쳤다. 선열들의 영령 앞에서 머리를 숙여 추모와 기림을 약속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은 어떤가. 순국선열들의 홀대와 차별, 가난에 지친 후손들의 눈물,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성노예피해자들의 한 맺힌 절규가 아직도 이 땅을 울리고 있지 않은가. 

어찌 그뿐이랴. 친일반민족행위를 저질렀던 자들의 부와 권력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민족반역이 결코 죄가 되지 않는 나라,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세상에서 정녕 광복을 맞이했다고 말할 수가 있는가. 그렇다. 정의로운 역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무궁화 삼천리 금수강산, 그 어느 곳에도 메아리 없는 산이 없건만, 광화문 삼거리, 북악산 기슭에는 어찌하여 메아리가 살지 않는가. 뜨거운 가슴으로 외치던 그 약속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그 거룩한 역사는 지금 다 어디로 갔는가. 


조국과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독립투사들의 생애와 업적은 안개처럼 사라져버리고, 일제황국사관 추종자들의 더러운 손으로 축소·왜곡되고 굴절된 대일독립전쟁(對日獨立戰爭)의 역사는 친일파들의 발아래 무참하게 짓밟혔다. 이 나라 이 땅에 그 많던 공정과 정의는 다 어디로 갔는가. 조선왕조 패망의 그림자, 낡고 무능한 정신만이 나뒹구는 광화문 광장에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대한독립의 영광은 보이지 않는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기쁨도 잠시였다. 미·소(美蘇) 냉전의 희생양이 된 한반도는 아무 죄도 없이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태평양전쟁의 전범국은 일본이었다. 마땅히 일본이 독일처럼 분단되어 그 죗값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연합국의 이름으로 한반도에 진주한 미·소는 제멋대로 38선을 갈랐다. 그렇게 갈라진 한반도는 이산의 아픔을 겪으며 서로를 적대하며 70여 년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다. 미·소의 천인공노할 분단 행위, 그 능갈치고 가증스런 행위에 대해 우리 지도자들은 그들에게 사죄를 요구한 적이 있었는가. 안타깝게도 그렇게 용맹한 지도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 나라 풀뿌리 인중(人衆), 용감한 8천만 겨레만이 아직도 ‘완전한 자주독립’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한민족역사의 굴절과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달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승만은 친일반민족행위자들과 그 후예들을 대거 등용했다. 그리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무력화시켰다. 역사의 진실을 밝혀 민족정의를 바로 세우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 주기를 기대하던 국민들의 열망을 무참하게 짓밟았던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개인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제주구(日帝走狗)가 되어 동족을 가혹하게 억압하고 수탈했던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참회하거나 사죄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끝없이 기망(欺罔)하면서 너절한 변명과 구실로 자신들의 친일반민족행위마저 정당화하려 했다. 또한 친일행위에 대한 자괴감와 합리화의 악순환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70여 년의 세월 동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왔다. 

친일청산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친일주구들과 그 후예들은 애써 태연한 척 가장했지만, 그동안 누려왔던 부와 명예, 대물림한 기득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들은 군부독재정권을 거치는 동안 변신과 굴종을 거듭하며 더욱 은밀하게 내면화된 사대식민주의 근성조차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친일파와 그 추종세력의 동력은 역사적, 사회적으로 이미 소멸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지만, 그 숙주에 기생하는 인간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일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그들의 발호는 교활해졌고, 일본극우세력의 비호는 더욱 은밀해졌다. 우리가 이들의 더럽고 추악한 행위를 방관하거나 무관심할수록 그들의 결속력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강도를 더해왔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뜨거운 가슴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항일독립투사들의 추모와 기림, 독립운동사의 올바른 정립을 위한 노력들이 좌절된 것은 친일내균들의 은밀한 공격과 방해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우리민족의 존립은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적이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역사적으로 경험했다. 다시 그러한 어리석음을 반복한다면, 열강의 탐욕스런 발톱들이 우리의 미래를 끊임없이 위협할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일제침략기 의병과 독립투사들, 그 후예들이 독립된 내 나라,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존경과 기림을 받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가 아닌가. 독립투사 후손들은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경멸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친일세습왜구(親日世襲倭狗)와 그들을 맹종하는 극우넝마들은 정치, 경제, 언론, 교육계에 군림하고, 부와 권력을 계속 대물림하면서 오늘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이 분노하고, 손가락질하는 것만으로 이 더럽고 불의한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그뿐이랴.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 지원을 받아야 할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성노예피해자들의 인권을 모독하고 침해하는 비열한 짓거리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하물며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배상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반일종족주의자라고 능멸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 친일극우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그러나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오는 법이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 씨 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의 재상고를 기각하고 원고들에게 1억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1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진실로 역사적인 판결이었다. 비록 오랜 시간(강제징용 판결 13년, 위안부 피해자 7년 5개월) 걸려 내려진 판결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대한 징벌적 판결이었다. 더구나 전범국가들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가 어떻게 단죄되어야 하며,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가를 국제적으로 크게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나아가 세계인권사에 이정표를 남기는 역사적 판결로 대한민국 법원의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이 반발했다.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그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과거사 문제는 완전하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언제나 앵무새처럼 떠들어왔다. 그들의 고장나버린 축음기 소리를 들으며 마냥 끌려 다닐 수는 없다. 앵무새 입을 이제 닥치게 하라. 그렇게 만들 용기가 없는 자들은 그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말아야 한다. 일본의 눈치나 살피고, 그들의 치졸한 겁박과 보복을 두려워하며, 잔뜩 패배의식에 절어있는 사람들은 부디 자신의 무능과 새가슴을 고백하고,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극일(克日)의 길은 항상 열려있다. 


신(臣)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당당하게 고(告)하던 이순신의 담대한 용기와 민족사랑,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던져 응징한 김익상, 침략원흉 조선총독을 암살하고자 했던 강우규의 용맹과 불굴의 조국애를 보라. 또한 친일극우세력의 협박과 방해, 사법농단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인권존중과 정의의 판결을 내린 김정곤의 용기와 정의감을 배워라. 


대한민국 정부는 광복 후 75년 넘도록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고, 엄중한 책임감을 통감하여 이번 판결을 과감하게 집행해야 한다. 일본의 반발과 보복, 한일관계 악화를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떼를 쓰고 겁박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본때를 보여라. 그것만이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열과 일제강점기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길이고, 국가의 책무와 도리를 다하는 길이다.


이제 바로 세워야 한다


김영삼 정부는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고, 역사를 바로세우겠다며 삼일절에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를 선포했다. 위대한 역사적 결단이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1995년 8월, 조선총독부의 철거가 시작되었을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토록 잔혹했던 억압과 수탈의 현장이었던 그 자리에는 일제에게 저항했던 독립투사들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35년간 치욕과 고통을 당했던 국민들을 위로하는 기념관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복원된 것은 조선의 대궐이었다.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끝내 멸망의 길로 들어서서 이천만 국민을 일제의 억압과 수탈로 내몰았던 조선왕조의 유산을 다시 복원하는 일이 역사바로세우기였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찌 그뿐이랴.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는 광화문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길을 국가상징거리로 발표하고 조성사업을 벌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 태평로 보행가로 정비, 덕수궁 문화거리 조성이 완료되었을 때 국민들이 느낀 허탈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오직 공사(工事)를 위한 공사(公事)였다. 도대체 무엇이 국가상징거리인지, 무엇이 역사이고 문화인지도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도로정비공사에 지나지 않았다. 


보라, 의로운 눈으로! 


1895년 10월 8일, 명성황후가 경복궁 옥호루에서 일본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을 때, 전국에서 봉기한 의병의 숭고한 투쟁은 시작되었다.

1905년 11월 17일, 일본의 강압에 의해 덕수궁 중명전에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을 때, 수많은 열사들이 자결로 항거한 충의정신은 삼천리산하를 울렸다. 1907년 7월 24일, 정미조약으로 군대가 해산되었을 때는 남대문 대한제국군의 의로운 항쟁이 들불처럼 퍼져나가 정미의병과 13도창의군의 빛과 영광이 되었다.

어찌 그뿐이랴. 국치의 치욕을 당했던 암울한 10년 세월, 1919년 3월 1일, 광화문에서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거리에 태극기를 들고 나온 의로운 사람들, 거룩한 외침들, 일제의 총칼에 당당히 맞섰던 뜨겁고 자랑스러운 역사가 강물처럼 흐르는 곳이 광화문 거리가 아니더냐. 


2020년 11월, 서울시는 또다시 광화문 광장 재조성사업을 발표했다. 그들은 더 넓은 공원 조성과 차 없는 거리를 약속했다. 안타깝다. 얼마나 더 파헤쳐야 하는가. 광복 이후 광화문 거리는 그야말로 정치가들의 밥이었다. 대다수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역사의식도 없고, 시대의 감동도 없는 재생공사는 중지되어 마땅하다.


이제는 바로 세워야 한다


일제강점기 억압과 수탈의 총본산, 조선총독부가 헐려나간 거리에 서서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보아도 대한독립의 함성이 들려오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광화문 거리는 자주독립의 광장으로 돌려주어야 할 때가 왔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우리민족의 위대한 역사의 빛으로 더 나은 미래를 비춰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광화문 광장에 독립기념탑을 세우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나라, 침략자를 물리치고 광복을 이룬 나라, 우리는 그 험난했던 역경들을 이겨내고 경제규모 세계 7위, 개인소득 3만 불 시대의 풍요와 번영을 누리는 시대를 만들었다. 광화문은 3·1독립혁명의 위대한 정신, 순국선열의 고귀한 유산, 광복의 기쁨을 누리는 8천만 겨레의 민족정신이 올곧게 살아 숨 쉬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 


하늘에 계신 15만 순국선열이 굽어보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의 심장 광화문, 그 빛나는 역사의 거리에 민족의 뜻을 모아 대한독립기념탑을 높이 세우자. 그동안의 분열과 대립, 갈등의 시대를 과감히 청산하고, 자주정신으로 새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자. 


  역사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민족의 빛과 혼이 온 세상을 감동시키는 영광의 날이 머지않아 오리니, 그날이 오면 우리 함께 독립기념탑에 모여 화합과 축제의 노래를 부르자. 그 노랫소리가 삼천리강산에 울려 퍼지는 날, 8천만 겨레는 평화와 상생의 시대를 함께 열어갈 것이다. 그리하여 대한의 정신이 강물처럼 흐르는 광화문 광장은 우리 곁에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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