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제6공화정 ‘2월 대통령’ 6명에서 얻은 교훈 : 곧 취임할 ‘5월 대통령’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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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윤리만큼 중요한 덕목 없어
애국자와 순국자의 거룩한 삶 기억해야
글 | 김학준(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이승만이 이끈 제1공화정은 1960년 4월혁명으로 무너졌다. 그 기원은 다름 아닌 1960년 2월 28일 대구 경북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도한 부정선거 항의시위였다. 2·28의거는 전국의 모든 학교를 격동시켰으며, 마침내 4월 19일에 서울의 대학생들이 궐기함에 따라 이 대통령은 하야했다. 제3공화정부터 제5공화정까지 27년에 걸쳐 군사정권 시대를 끝나게 하고 민주주의의 시대를 연 단초 역시 2월에 마련됐다. 1985년 2월 12일에 실시된 제12대 국회 총선이 그것이었다. 노태우 후보는 1988년 2월 25일 13대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제6공화정이 출범했다. 이후 14대 김영삼 대통령, 15대 김대중 대통령, 16대 노무현 대통령, 17대 이명박 대통령,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차례로 2월에 취임해 ‘2월 대통령’의 전통을 이어갔다. 3월 대선을 통해 선출될 ‘5월 대통령’이 이전 ‘2월 대통령’들이 남긴 교훈을 기억하길 바란다.
2월 하면 가장 떠오르는 2·8독립선언
2월을 맞이할 때마다 우선 떠오르는 역사적 사건은 2·8독립선언이다. 일제강점기이던 1919년 2월 8일에 일제의 심장부 도쿄에서 조선인 유학생 대표들은 조선의 독립을 부르짖는 선언서를 발표한 것이다. 이것은 곧바로 국내에서 3·1운동으로 이어졌고, 3·1운동은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를 탄생시킨 원천이 됐으며, 임정을 중심으로 한 애국선열들의 피어린 투쟁은 1945년 8월 15일에 일제가 연합국에 항복한 뒤 조국이 광복하는 데 일정하게 이바지했다.
이 역사적인 2월 8일은 엉뚱하게 소련이 점령한 북한에서 활용됐다. 소련점령군의 정치적 계획과 일정에 따라, 소련점령군의 비호를 받던 김일성은 1946년 2월 8일에 평양에서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를 세운 것이다. (김일성은 2월 8일이 독립선언의 날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김일성을 위원장으로 한 북한에서의 단독정권적 성격의 이 조직은 다음 해에 ‘북조선인민위원회’로 바뀌고, 1948년 9월 9일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바뀌었다.
1960년 4월혁명의 기원은 대구 2·28의거
1948년 2월 26일에 유엔 소총회가 유엔한국(조선)임시위원단의 감시 아래 선거가 가능한 지역, 곧 남한에서 총선거를 실시해 정부를 수립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총선거가 실시되고 제헌국회가 성립됐으며 마침내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 곧 대한민국 제1공화정이 수립됐다.
항일독립운동가로 임정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이끈 제1공화정은 1960년 4월혁명으로 무너졌다.
이 역사적인 4월혁명의 기원은 다름 아닌 1960년 2월 28일에 대구의 경북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도한 부정선거 항의시위였다. 이승만 정부가 1960년 3월 15일에 실시되는 정·부통령선거를 전국적인 수준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치르고자 하는 데 항의해 일으킨 이 2·28의거는 전국의 모든 학교를 격동시켰으며, 마침내 4월 19일에 서울의 대학생들이 궐기함에 따라 이 대통령은 하야했고, 제2공화정이 탄생했던 것이다.
민주주의의 시대를 연 단초는
1985년 2월 12일 제12대 총선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제2공화정으로부터 제5공화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1961년 5월 16일의 군사정변에 바탕을 둔 제3공화정부터 제5공화정까지 27년에 걸쳐 군사통치 또는 권위주의적 정부를 겪었다.
그 시대를 끝나게 하고 민주주의의 시대를 연 단초는 역시 2월에 마련됐다. 1985년 2월 12일에 실시된 제12대 국회 총선이 그것이었다. 이 총선에서 발족한 때로부터 2개월도 되지 않은 신한민주당(신민당)이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을 사실상 패배시킴으로써 신군부 세력이 주도한 제5공화정에 대항해 투쟁해 온 민주화운동세력을 고무했고, 그들의 끈질긴 투쟁은 1987년에 전국적인 6월항쟁으로 발전했다.
여기서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부터 대통령 직선제를 뼈대로 하는 6·29선언이 발표됐고, 이 선언을 바탕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으로 규정한 새 헌법이 마련됨으로써 제13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돼 노 후보가 당선됐음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노 후보는 1988년 2월 25일에 13대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이 날짜로 제6공화정이 출범했다. 이후 14대 김영삼 대통령, 15대 김대중 대통령, 16대 노무현 대통령, 17대 이명박 대통령,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차례로 2월에 취임해 ‘2월 대통령’의 전통을 이어갔다.
이 전통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소추를 받아들인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따라 자신의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2017년 3월 10일에 물러나면서 깨졌다.
곧 이어 2017년 5월 9일에 실시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후보가 5월 10일에 취임하면서 같은 제6공화정에서 ‘5월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다가오는 3월 9일에 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당선자는 ‘5월 대통령’의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여섯 대통령 그들이 남긴 교훈들
그러면 제6공화정의 일곱 대통령 가운데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문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 제한된 지면에서 시도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그 일은 다른 기회에 미루고, 여기서는 그들이 남긴 교훈들 가운데 하나만 고르기로 한다.
우선 여섯 전임자들 가운데 퇴임 이후 세 사람이 감옥에 갔고 한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나머지 두 사람은 모두 친아들들이 감옥에 갔던 불행한 사실을 상기하기로 하자.
무엇이 그러한 수치스러운 일을 가져왔던 것일까? 그 대답은 ‘수원숙우(誰怨孰尤),’ 곧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것이냐’이다. 쉽게 말해 대통령을 망치는 사람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에, 아주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내부의 적(敵)’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대통령 각자의 잘못은 모두 대통령 각자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평범한 교훈을 끌어내게 된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국정의 방향을 올바르게 세워 성실하고 정직하게 추진해나가면 결과가 좋을 것이고 비록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국민은 너그럽게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직을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허영심을 만족시키려는 마음을 가진 채 국정을 운영한다면 반드시 징벌이 따를 것이다.
다시 되돌아와 말한다면, 대통령을 망치는 ‘내부의 적’은 대통령 자신의 마음속에 있을 수 있다. 대통령 스스로 나쁜 마음을 가지거나 안일무사에 젖어 상황이 심각한데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때부터 국정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자기 자신도 망조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의 제자 증자의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는 가르침 그대로 하루에 세 차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세 차례가 어려우면 한 차례라도 돌아보아야 한다.
여기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사람의 문제이다. 우선, ‘영부인’이라고 높임을 받는 아내 그리고 ‘대통령의 아들딸’이라는 보호막에 가려진 자녀들을 통제해야 하고 친인척 역시 잘 다스려야 할 것이다.
가까이 두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잘 헤아려야 하며 그들이 호가호위하면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부지런히 살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는 남편도 없고 자녀도 없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측근’을 경계하지 못해 자신을 망치고 더 나아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까지 큰 누를 미쳤던 것이니, 이 경우야말로 측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비극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정치학』에서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라고 말했다. 정치만큼 인간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음 말이 중요하다. 그는 정치가 그처럼 중요하기에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윤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윤리학』을 썼던 것이다.
정치에서 윤리적인 성격을 배제한다면 정치는 동물의 세계가 될 것이다. 그러한 뜻에서,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 대통령과 대통령의 가족 그리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늘 우리 역사에 나타났던 애국자와 순국자의 거룩한 활동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고리타분한 얘기처럼 들리겠으나, 다음의 대통령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1943년 중국 심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트주립대와 피츠버그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단국대학교 이사장, 인천대학교 총장, 동아일보사 사장·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