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컬럼

[2022/03] 2022년 한반도 새 판 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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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 앞에 놓인 미·중 패권전쟁 위기

‘권력 이익’ 벗어나 국가 운명과 ‘문명 가치’  집중해야


글 | 이정은(월간 순국 편집위원, 3·1운동기념사업회장)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시대를 맞았다. 우리는 어느 한 편을 선택하도록 압박받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이 이익인가” 관점에서 어느 한 편을 선택하기보다, 누구도 적대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할 가치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화두였던 “문명” 두 글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 문명적 가치 편에 서야 하고, “누구든지 우리의 문명가치를 지지하고 공유하면 우리의 친구이다”고 선포해야 한다. 만약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국면에서 우리의 집권세력이 ‘가치’보다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에 골몰한다면 우리는 100여 년 전처럼 문명 가치를 공유할 세계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며, 다시 망국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 반면 ‘문명 가치’에 집중하면 누구도 적대할 필요 없으며, 대한민국이 나라를 보전하고 번영도 따를 것이다.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2022년은 선거의 해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국가 최고지도자를 선거로 선출한다. 이것은 혈통에 의해 왕위가 계승되는 조선시대나 대한제국 시대에는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6월 1일에는 전국 동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하고 나면 앞으로 4~5년의 대한민국 중앙과 지방의 권력 구조가 새롭게 짜여질 것이다.   


국민이 지도자를 선택하는 공화제는 “황제와 대신들이 잃어버린 국권, 우리가 주인되어 되찾는다”는 40년 독립운동 과정에서 분출한 비(非)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주인정신, 희생정신의 결정체이다. 그것이 공립협회(1905)로 신민회(1907)로, 대한민국 임시정부(1919)로, 1948년 제헌헌법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선포로 나타났다. 또한 그 보통사람들의 주인정신은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 후렴에 담겨 지금도 우리 귓가에 메아리치고 있다. 


기로에 선 민주주의


2021년 4월 한국 국회의원 선거가 있은 후 부정선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사회는 선거에 의해 권력이 구성되고 교대된다. 선거는 집권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과정이며 절차이다.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문명사회는 대립과 분열로 빠져든다. 공정한 선거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신뢰성, 안정성, 영속성에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공정한 선거, 투명한 선거가 이루어지게 하는 데는 선거를 직접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언론계 등 사회 제반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선거의 제반 과정과 방식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문제가 제기될 때 신속히 그 문제를 해결하여 사회통합을 다져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체제는 1987년 6·10 민주화운동의 결실이다. 제6공화국 헌법이 그때 제정되어 소위 ‘87체제’라 하는 5년 단임의 직선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화 시대 35년째를 맞는다. 그동안 장기집권의 우려는 사라졌다. 여야의 수평적 정권교체도 두 차례나 이루어졌다. 이전 권위주의 집권세력에 저항자 편에 섰던 민주화 세력이 지금은 집권세력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 집권 민주화 세력은 물론, 누가 집권을 하든 민주적 헌정질서를 지키는 데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22년 3월 9일 한국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의 존속과 발전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민주시민으로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다. 


미·중 패권전쟁과 한국의 선택


전 세계에 걸쳐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대외 개방을 하면서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예상보다 빨리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G2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는 세계 패권전쟁과 관련하여 세 번째 국면을 맞고 있다. 


첫 번째 국면은 19세기 100년 동안 전개된 영국과 러시아의 패권전쟁이었다. 러시아는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항을 찾아 지중해로, 인도양 등으로 진출하려다 이집트, 인도에 큰 이권을 갖고 있던 영국의 견제를 받아 좌절했다. 이에 러시아는 연해주를 확보하고(1860년) 태평양과 동해로 진출했다. 중국과 홍콩에 이권을 가진 영국은 러시아의 극동 진출에 위협을 느꼈다. 그에 따라 영·러 패권전쟁의 장이 한반도 주변으로 옮겨 왔다. 그러나 극동지역은 영국에서 너무 멀었다. 영국과 일본은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이해가 일치했다. 두 나라는 1902년 영일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1905년 연장되었다. 영국은 일본의 근대화를 적극 지원했으며, 미국과 함께 일본의 한반도와 대륙침략을 묵인했다. 


세계의 패권 구도가 격돌하는 그 시기에 조선의 왕과 집권층은 국가 안보와 개혁보다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골몰했다. 결정적인 패착은 임오군란(1882), 갑신정변(1884) 등 권력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청국군에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그 결과 청국의 심각한 내정간섭을 받아 속국처럼 되었다. 그럼에도 10년 후 동학농민운동(1894년)이 일어났을 때 철수했던 청국군을 다시 불러들였다. 왕과 집권층이 오직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불러들였다. 


이에 일본군도 조선에 들어와 청일전쟁이 일어났다. 일본은 이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여 조선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러한 때 국왕 고종이 권력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러시아 공사관으로 들어가(1896년 아관파천) 1년간이나 러시아의 보호를 받았다. 정권도 친러정권이 들어섰다. 즉, 영·러 패권전쟁에서 러시아 편에 섰던 것이다. 그러자 서방 국가들은 조선을 외면했다. 러일전쟁 직전 고종이 중립을 선포하며 국제적인 지원을 요청했지만 대한제국은 철저히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무시되었다.


1910년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대한제국 국권을 총 한 방 쏘지 않고 손에 넣었을 때 일본은 국민과 집권층 사이의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그것이 경술국치 조약문에 드러나 있다. 조약의 1조와 2조는 국권을 넘겨주고 넘겨 받는다는 것이고, 제3조는 양도 양수의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보라!   


제3조 일본국 황제 폐하는 한국 황제 폐하·황태자 전하 및 그 후비와 후예로 하여금 각기의 지위에 적응하여 상당한 존칭 위엄 및 명예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제4조 일본국 황제 폐하는 전조 이외의 한국 황족 및 그 후예에 대하여도 각기 상응의 명예 및 대우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을 약속한다.


나라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특권층이 먼저 희생하기는커녕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특권과 부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다. 그들이 역사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가 35년 일제 식민지 지배이고, 무수한 순국선열들과 애국지사들의 희생이었다. 


두 번째 국면은 해방과 함께 맞았다.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 간 패권전쟁의 가장 뜨거운 마당이 되었다. 남북 분단, 6·25전쟁이 그 단면이었다. 출범 2년밖에 되지 않는 신생 대한민국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고래들의 패권전쟁에 휘말려 등이 터진 격이 되었다. 


남북으로 갈라진 북한과 남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북한은 소련과 중국 공산권에 속하여, 자급자족의 폐쇄경제와 군국주의적 전체주의의 길을 걸었다. 38선으로 대륙과 단절된 남한은 그야말로 섬이 되었다. 남한은 미국과 소련,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대결의 최전선이 되었다. 바다로 나가는 길밖에 길이 없었던 남한은 미국과 서방세계에 속하여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길을 선택했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 등 서방세계의 전폭적으로 지원을 받으며 국방력을 강화하고 세계시장을 발판으로 급속하게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길을 걸었던 남한과 그 반대의 길을 걸었던 북한의 성적표는 우주에서 찍은 한반도 불빛 사진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이제 세 번째 국면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시대를 맞았다. 대한민국의 딜레마는 중국이 우리 무역의 제1 상대국이 되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편을 선택하도록 압박받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이 이익인가” 관점에서 어느 한 편을 선택하기보다, 누구도 적대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할 가치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화두였던 “문명” 두 글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 문명적 가치 편에 서야 하고, “누구든지 우리의 문명가치를 지지하고 공유하면 우리의 친구이다”고 선포해야 한다. 문명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는 위험하다. 우리는 경신참변(1920),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학살(1923), 소련의 강제이주(1937), 북한의 6·25 남침, 중국 문화대혁명 때의 조선족 피해 등 역사의 광풍에 많은 희생을 치러 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체주의 국가와 함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만약 이런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국면에서 우리 집권세력이 ‘가치’보다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에 골몰한다면 우리는 100여 년 전처럼 문명 가치를 공유할 세계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며, 다시 망국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 반면 ‘문명 가치’에 집중하면 누구도 적대할 필요 없으며, 대한민국이 나라를 보전하고 번영도 따를 것이다.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북한동포 문제


남북이 분단된 지 77년을 맞는다. 우리는 같은 동포로서 북한 동포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굶주림과 공개처형과 강제수용소 등 인권문제를 걱정한다. 우리는 3·1운동의 빛이 북한 동포들에게 비쳐들기를 기대한다. 북한 동포들의 자유가 신장되고, 경제가 발전하여 의식주에 문제가 없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지난 70여 년간 군국주의적 전체주의, 자급자족의 폐쇄경제 북한 체제로는 국민들에게 쌀밥에 고깃국 먹이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더구나 북한 핵문제로 인하여 북한에 대한 UN을 비롯한 국제적인 대북 제재에 더하여,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북한은 더욱 어려움에 빠져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와야 할 시점이다. 


북한에 남한의 4·19. 6·10과 같은 대대적인 반정권 투쟁과 권력의 격변이 없었던 것은 북한 주민들이 철저히 통제되어 저항을 위한 결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영원한 권력은 없다. 권력은 민심이란 바다 위에 떠 있는 쪽배와 같다. 민심을 얻지 못하는 권력은 성난 민심의 파도에 의해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 국민들에게는 “밥”이 하늘이다. 먹고 사는 생존 문제에 봉착하면 국민들의 인내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북한 같은 통제사회에서 ‘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민심이 이반되고, 그 위에 북핵으로 인하여 외부의 압박이 가중될 때 상상할 수 있는 하나는 집권 세력 내부의 분열과 권력투쟁이다. 만일 이로 인해 새로운 집권세력이 등장한다면 민심을 얻기 위해 최우선으로 주민들에게 ‘밥’ 즉 경제문제에서 새로운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이며, 그와 함께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낮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권력은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서방으로부터 세계공급망에서 전면 배제되고 있는 중국을 대체하여 북한이 미국 등 서방세계와 손잡고 세계의 생산기지가 되는 길을 취할 수 있다. 만약 이런 길을 취한다면 북한의 경제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국민들은 새로운 권력을 지지할 것이다. 핵과 인권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면 국제적으로도 북한이 압박받을 이유가 없을 것이며, 체제위협을 느낄 이유도 없을 것이다. 남한과 북한은 굳이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과 캐나다처럼 서로 왕래하면서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머리로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하여 함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2년은 대한민국이나 북한이나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동독이나 구 소련의 해체를 보면서 북한 동포들에게도 생각지도 않은 때에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급속한 변화가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해 한국의 대통령과 지방정부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서 35년 맞는 민주화가 한 단계 성숙되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이 손잡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꿈꾸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 이정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3·1운동의 지방시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3·1운동기념사업회장과 월간 순국 편집위원으로 있다. 3·1운동은 우리 독립운동사뿐만 아니라 한국근현대사에 있어 가장 크고도 깊은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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