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 월간 『순국』을 새롭게 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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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국민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자
글 | 이동일 회장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순국선열은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높거나 멀리 있는 이름이 아닙니다. 곧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 이를 ‘순국(殉國)’이라고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전사, 형사, 절사, 피살, 옥사, 옥병사 등으로 광복 전에 돌아가신 이 분들이 바로 ‘순국선열’입니다. 순국선열은 오늘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세운 건국의 어버이들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아프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살아서는 얻지 못하는 그 고귀한 이름, 순국선열(殉國先烈)
해방을 그토록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목숨을 던졌던 독립운동가들을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으로 표현합니다. 여기서 ‘어른님’은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순국선열(殉國先烈)과 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 ‘벗님’은 해방을 함께 맞이한 동시대의 사람이자,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뜻합니다. 나라 잃은 36년의 세월은 암흑의 세월입니다. 오직 하나, 구국의 일념으로 일제와 싸우다 목숨을 던진 독립운동가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유관순… 등 이 분들이 바로 순국선열이고, 그 희생과 헌신적인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입니다. 순국선열의 눈물과 희생을 한 마디로 표현한, ‘ 뜨거운 피, 엉긴 자취’. 이렇게 사실적이고 강렬한 표현이 있을까요. 『매천야록(梅泉野錄)』으로 유명한 황현 선생은 경술국치의 비통함과 항거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태산 같은 죽음이 되고, 깃털처럼 가벼운 죽음이 된다.” 태산 같은 죽음, 그래서 매천의 죽음은 청사에 길이 남았습니다. 일제에 맞서 비통함으로 죽고, 싸우다 죽고, 고문받아 죽고, 옥에서 죽고, 만주벌판에서 얼어 죽고, 굶어 죽고…. 그렇게 싸우다 끝내 독립을 못 보시고 간 분들이 바로 순국선열입니다. 바로 태산처럼 죽었기에, 우리는 그 이름을 기억하고 그 뜻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겨레의 빛 밝힌 순국선열, 그 숭고한 희생정신 잊지 말아야 선진국일수록 나라를 위해 죽은 전사자들, 특히 건국의 아버지들인 독립운동가를 가장 정중하게 예우하고 지원합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는 해방과 함께 온 신탁통치, 단정?, 분단, 6.25로 이어져 친일의 문제를 깨끗하게 청산하지 못했고, 정부는 순국선열과 그 유가족들을 잘 예우하지도 못했고, 제대로 지원하지도 못했습니다. 순국선열의 가족사는 하나하나 참으로 가혹합니다. 집안의 기둥이었던 분들이 죽자, 일제의 탄압으로 후손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숨어서 살아야 했습니다.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직 살아남기에 허덕여야 했습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졌건만, 해방이 된 나라에서도 남은 가족조차 제대로 지켜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지원을 제대로 말해줄 사람도 일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까지 ‘순국선열’의 예우와 지원에 관한 독립적인 법률은 고사하고, ‘국가유공자 등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도 순국선열유족회는 다른 단체와 달리 지금까지 공법단체로 명기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과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활고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15만명이 넘는 순국선열 중에서, 현재 나라에서 찾아내거나 인정받고 있는 분들은 2%인 3,500여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순국선열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것은, 어떤 지원을 바라거나 명예나 이름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독립한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이들의 고귀한 희생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하고, 나라는 그 유가족들은 제대로 예우하고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순국선열의 위패가 봉안된 ‘현충사’(독립관 1층)는 지금 그 위치조차 모르는 국민이 많습니다. 심지어 현재 국가에서 선정한 순국선열 중 장소가 협소하여 700여 명의 위패는 아직도 봉안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관용의 나라지만, 해방 후 독일에 협력한 부역자 10만 명 이상을 처형해, “절대로 조국을 배신하면 안 된다.”는 진리를 국민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우리도 모든 것들을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10대 강국이 된 것은, 나라를 독립시킨 순국선열의 희생 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늦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순국선열과 유가족을 제대로 예우하고 지원하는 법과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금년 5월 월간 순국 전면 개편, 순국정신의 가치 세상에 알릴 것 순국선열의 정신적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월간 『순국』은 금번 5월, 지령 352호를 맞아 새롭게 개편합니다. 기존의 독립 운동계와 관련된 내용으로 제작하던 방식에서 독자층을 우리 국민 모두로 확산하면서, 나라사랑과 대한민국 역사를 재조명하는 보다 유익하고 다양한 테마를 다루게 됩니다. 아울러 전면에 걸친 시원한 원색 화보와 산뜻한 디자인으로 누구나 읽고 싶어하는 최고 수준의 역사 정론지로 나아갈 것입니다. 금번 월간 『순국』 개편 발행을 계기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순국선열을 기억하며 그들의 고귀한 위국헌신(爲國獻身)과 나라사랑 정신을 국민정신으로 승화시켜 길이 계승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봄이 오고 있습니다. 희망과 꿈을 새롭게 하고, 순국선열의 정신으로 함께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2020. 5. 1 사단법인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 이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