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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스크랩 [2020/12] 순국선열 위상 정립을 위한 국회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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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Focus | 역사의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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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 선양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민족의 미래, 순국선열 기리는 것에서 시작


  11월 1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순국선열 선양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황희 국회의원이 주최했고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주관, 국가보훈처와 광복회가 후원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광복 후 75년 동안 순국선열유족회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들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특히 헌법 전문에 순국선열에 대한 명문 규정 반영, 순국선열추념관 건립, 순국선열유족회 공법단체 법제화 등 순국선열 선양을 위한 주요 현안에 대해 공론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입구는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른 새벽부터 먼 길을 나선 순국선열유족들이 질서정연하게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손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손은 손주에 의지한 채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아픈 우리 역사를 보았다. 다들 힘든 걸음을 했을 터인데, 표정은 밝았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에 고마워했다. 유족들은 반갑게 인사와 덕담을 나누며, 통한의 세월이 서린 눈빛을 교환했다. 광복의 일등공신이었으나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억압받고 소외당한 기나긴 세월들…. 


순국선열 위상 정립을 위한 공청회는 제1부 기념식과 제2부 본행사인 공청회 순으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순국선열유족회(진행 : 최범산 작가, 순국선열역사교육원장)에서 ‘순국선열 선양과 위상 정립’이라는 주제로 순국선열의 현황, 예우와 현실, 순국선열 위상 정립을 위해 꼭 필요한 전제조건 등을 제시하며 순국선열의 현안과제에 대해 공론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2부에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에 매진해온 두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공청회가 열렸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죽은 친일파 살아있는 친일파’라는 주제로, 김병기 광복회 학술원 원장은 ‘독립운동가와 가족수난사’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순국선열에 대한 작금의 국가적 예우는 처참한 상황  


  가장 먼저 국민의례가 행해졌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순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 더욱 경건하게 느껴졌다. 빼앗긴 나라에서 끝끝내 태극기와 애국가를 지켜낸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순국선열유족들의 감회는 더욱 각별했으리라. 


이번 공청회를 주최한 황희 더불어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개회사를 발표했다. 그는 “국민의례로 묵념을 통해 순국선열을 기리는 이유는 국가와 국민이 나아갈 정신적 지표와 지혜를 구하는 정수(精髓)가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에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광복 75돌을 맞이한 지금까지 15만 순국선열 가운데 서훈을 받은 분은 3,500명에 불과하고 유족 보상금을 받은 인원은 885명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립현충원에 유해가 안치된 분은 426명밖에 안 되며, 부끄럽게도 순국선열을 추모할 수 있는 순국선열추념관조차 건립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이동일 회장은 “참으로 감격스럽다. 순국선열 81주년을 맞는 오늘에서야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순국선열유족회의 한스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며 자리를 마련해준 황희 국회의원과 관계자들의 관심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이어 “대한민국정부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천명하고 있으나, 광복 75주년 동안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에 대한 국가적 예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라며 “오늘 공청회를 통해 순국선열에 대한 ‘현 상황’이 소상히 밝혀져 올바른 보훈정책과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축사에서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순국선열 예우와 선양을 위해 동부서주하시는 이동일 회장의 활약에 경의를 표한다”며 “그동안 외면당하고 역사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순국선열들의 선양과 위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실질적인 결실을 맺게 되길 빈다”고 덕담을 건넸다. 


좋은 정책 제안하면 입법기관으로서 도울 것


  이번 공청회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청객 수 제한으로 많은 이들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순국선열유족회 회원들과 관계자 이외에 윤주경·양정숙·이명수·김병주 등 여러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즉석에서 마이크를 잡은 국회의원들은 순국선열에 대한 관심과 입법화 과정에서 더욱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이기도 한 윤주경 의원은 “역사는 꿈의 기록이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꿈꾸던 세상을 이룰 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조용하지만 작은 변화라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양정숙 의원은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 민족의 미래는 순국선열을 기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순국선열들도 혹독한 시련을 겪었고 후손들도 참담한 삶을 살았다. 그것에 비하면 국가적 예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청회에서 좋은 정책을 제안하면 열심히 돕겠다. 독립운동 후손들을 보니 역사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는 소회를 밝혔다. 


충남 아산지역 4선인 이명수 의원은 단상에 올라 추모의 마음을 먼저 전한 후 “언제까지 순국선열유족회에서 이런 행사를 추진해야 하느냐. 정부와 보훈처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정부 행사에 가보면 순국선열, 호국영령을 구분 못하는 곳이 있다. 말이 되는 일이냐. 순국선열이 없으면 우리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 부디 오늘 논의한 내용들이 논의에서 그칠 게 아니라 꼭 실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순국선열 위상 정립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 과제


  외빈들의 축사에 이어 제1부의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순국선열유족회에서는 미리 준비한 PPT 자료를 통해 순국선열의 현황, 예우와 현실, 순국선열 위상 정립을 위해 꼭 필요한 전제조건 등에 대해 발표했다. 유족회는 15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순국선열 가운데 서훈을 받은 분은 극소수(2%, 3,500여 명)에 불과하며, 그중 국가의 혜택을 받은 유족은 0.6%(서훈자의 25%)뿐이라는 통계치를 제시하며 “통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순국선열 유해를 찾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전체 순국선열 중 의병이 1만여 명으로 66.6%, 민주지역 독립군이 4만여 명으로 26.7%에 달해 한국독립운동사에서 의병과 독립군의 희생이 가장 컸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어 “순국선열은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며 자손만대에 유지·계승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형식적인 묵념만 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예우는 국가유공자 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순국선열유족회는 순국선열 위상 정립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세 가지 주요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첫째, 헌법 전문에 순국선열에 대한 명문규정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하고 있으나, 3·1운동은 이전에 순국선열 15만여 명 중 10만여 명인 67%가 이미 순국한 바탕 위에서 일어난 민족 최대의 독립항쟁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다면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과 정신 위에’라는 문구를 헌법 전문에 삽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조속히 순국선열추념관을 건립해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건국되면 제일 먼저 목숨을 바친 건국공로자에 대한 추념관을 만들어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광복 75주년을 맞이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추념관이 없다. 그동안 호국, 민주화 등 다른 현충시설은 수천억 원을 투자해 성역화하면서 순국선열만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용산구 용산공원에 건립하는 제1안과 서대문독립공원 내에 건립하는 제2안을 검토해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해야 한다.  


셋째, 국가유공자 중 최상위 개념인 순국선열유족회를 공법단체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국가유공자 단체설립법상 호국 관련 단체는 모두 5개이며, 민주화 관련 단체는 3개인데 반해 독립항쟁 관련 단체는 광복회 단 하나뿐이다. 유족회에서는 “국가보훈처는 순국선열유족회의 공법단체 인정은 국가보훈정책상 통합의 목적에 역행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른 단체들은 왜 통합하고 있지 않으며, 특별법에 의거해 공법단체를 추가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며 “조국독립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치신 15만여 명의 순국선열이, 수백 명에 불과한 국가유공자 단체보다 하위 개념의 푸대접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토로했다. 


신친일파 해체와 순국선열 예우 동시에 진행해야 


  제2부는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주제는 ‘죽은 친일파 살아있는 친일파’였다. 이덕일 소장은 일제의 패망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라 말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우려대로 광복 후 미군이 친일세력을 그대로 중용하면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은 무산되었고, 일제와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은 해방 이후 친일세력에게 쫓겨야 했던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신친일파의 등장으로 봤다. “일본 극우세력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신친일파를 육성하고 있다. 역사학계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고, 경제학계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제창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주요대학의 교수들일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친일세력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가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친일파 세력을 해체시키는 일과 순국선열을 드높이는 일을 동시에 진행할 때 우리 국가와 사회는 만년대계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김병기 광복회 학술원 원장은 ‘독립운동가와 가족 수난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경술국치를 전후한 시기에 일제의 침략과 불의에 항거하여 자결 순국한 지사는 90여 명에 이른다. 자정순국(自靖殉國)은 일제가 힘으로 짓밟고 억눌러도 결코 꺾이지 않고 무릎 꿇지 않겠다는 의기(義氣)의 표현”이라며 자결순국투쟁을 상징하는 향산 이만도(1842~1910) 선생과 후손들의 처절한 항일운동 역사를 재조명했다,


유난히 혹독한 삶을 살았던 백남규 의병장의 이야기와 임청각의 주인인 석주 이상룡 선생 가족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오로지 나라의 독립을 위해 99칸 대저택의 안락과 명문대가의 부와 명예를 초개처럼 던져버린 채 독립투쟁에 한평생을 바친 석주 이상룡 선생의 간난신고의 삶은 당대에 그치지 않고 3대가 이어지도록 고통스런 삶이 계속되었다”며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이 광복 후 얼마나 비참한 생을 견뎌야 했는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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