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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시론 [2021/08]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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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협에 맞서려면 굳건한 안보의지 키워야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글 | 권용우(단국대학교 명예교수)    


1976년 8월 18일 공동경비구역에서 일어난 ‘도끼만행사건’으로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토마스 배럿 중위가 사망하고, 미국 병사 4명과 한국군 4명이 부상을 입는 결과를 낳았다. 1983년 10월 9일에는 대통령을 암살할 목적으로 아웅산묘역(墓域) 테러를 일으켜 부총리 서석준을 비롯한 대통령 수행원과 기자 등 17명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북한의 불법적인 남침공작은 줄을 이었다. 1987년 대한항공(KAL) 폭파사건, 1998년 동해안 잠수정 침투,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방법은 우리의 굳건한 안보의지를 키우는 일이다. 


1976년 8월 18일, 이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판문점(板門店)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에서 한미경비병(韓美警備兵) 15명과 노무자들이 남측 초소의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 가지를 자르고 있을 때였다. 이때 북한군 장교 5,6명이 이곳으로 다가와서 “우리가 심은 나무를 왜 베느냐, 베지마라”고 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로 되돌아가보자. 미군 경비중대장 아서 조지 보니파스(Arther George Bonifas) 대위는 “이 미루나무는 유엔군 구역에 있는 나무인데, 왜 못 베게 하느냐?”라고 하면서, 작업은 계속되었다. 이때 북한군 30여 명을 태운 트럭이 나타나서 미리 준비한 곡괭이, 도끼,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쪽 군인들을 무차별 공격하였다. 갑작스러운 북한군의 공격으로 이곳 경비구역은 아수라장으로 변하였다. 이 사건으로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토마스 배럿(Mark Thomas Barrett, 소대장) 중위가 사망하고, 미국 병사 4명과 한국군 4명이 부상을 입는 결과를 낳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본 미국 기동타격대가 신속히 움직였지만, 이미 북한군은 군사분계선(軍事分界線)을 넘어 도망간 뒤였다. 이 사건이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미 국무성은 “이 사건의 결과로 빚어지는 어떠한 사태에 대해서도 그 책임은 북조선에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방어준비태세 데프곤 3(DEFCON 3)를 발령하고, F-4, F-111, B-52 폭격기 등을 동원, 대규모 무력시위에 돌입하였다. 우리 군도 특전사 장병 64명을 투입하여 그 문제의 미루나무 제거작업을 마무리하였으며, 북한군 초소 4개를 파괴하면서 무력 대응하였다. 만약 북한군이 무력으로 대응할 경우에는 무차별 사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북한군은 더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고 물러서고 말았다. 


이로써 평화스럽던 공동경비구역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콘크리트 경계석을 세워서 새로운 경계선을 만들고 살벌한 경비가 시작되었다. 또 사건 10주년이 되는 1986년 8월 18일에는 도끼만행사건이 발생했던 근처에 있는 캠프 키티호크(Camp Kitty Hawk)를 보니파스 대위를 기려 캠프 보니파스(Camp Bonifas)로 변경하였다. 


공동경비구역, 살벌한 경비의 시작 


북한군은 ‘도끼만행사건’을 통해서 무엇을 노렸을까? 그 당시 군사전문가들은 대체로 상징성을 가진 판문점에서 미군 장교를 살해함으로써 ‘주한미군(駐韓美軍)의 철수’라는 미국의 여론을 조장하고, 한미(한미) 두 나라의 ‘동맹의 결속력을 이완시킬 목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군의 계획은 빗나가고 말았다.


‘도끼만행사건’이 있은 후 한미 두 나라의 대통령은 양국 간의 동맹을 한층 더 굳건히 하였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박정희(박정희) 대통령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북한군의 만행을 고쳐주기 위한 철퇴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 Jr.) 대통령도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하여 한미동맹을 보다 굳건히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韓美聯合司令部)가 창설된 것도 ‘도끼만행사건’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따른 결과였다.


계속된 북한의 불법적 남침공작


‘도끼만행사건’이 있은 후 북한은 한동안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우리 속담에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다. 호전집단(好戰集團)인 북한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1983년 10월 9일, 이날 전두환 대통령과 공식수행원들이 미얀마(당시 버마)의 수도 양곤(당시 랭군)에 위치한 독립영웅 아웅 산(Aung San, B.: 1915~1947)의 묘소를 참배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북한은 대통령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미리 특수공작원을 이곳에 배치하였다. 그날 10시 24분(현지 시각) 나팔소리와 함께 ‘꽝’ 하는 폭탄의 굉음소리가 아침공기를 갈랐다. 이로써 묘소 앞에 참배를 위하여 도열해 있던 부총리 겸 경제기회원 장관 서석준(徐錫俊)을 비롯한 대통령 수행원과 기자 등 17명의 귀한 목숨을 잃었다. 


전(全) 대통령은 교통정체로 예정된 시각(오전 10시)보다 30분 늦게 도착함으로써 화를 면하였다. 이로써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연일 북한만행(北韓蠻行) 규탄대회가 봇물을 이루었다. 그러나 10월 20일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하여 북한정권에 대하여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한편, 국민들에게 자제를 당부함으로써 진정국면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북한은 이처럼 끔찍한 테러를 자행하고도 반성은커녕 남침(南侵)을 위한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아웅산묘역(墓域) 테러가 있은 이후에도 북한의 불법적인 남침공작(南侵工作)은 줄을 이었다. 그 시작은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KAL) 폭파사건이었다. 우리나라는 이 무렵 ‘6·29선언(宣言)’에 이은 개헌(改憲)과 12월의 대통령선거(大統領選擧) 등의 정치일정(政治日程)이 잡혀있어서 정치권(政治圈)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들의 관심도 이에 쏠려 있을 때였다. 뿐만 아니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북한은 이러한 때를 놓치지 않고, 이 기회에 대한민국(大韓民國)을 혼란에 빠뜨려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 전략의 하나가 KAL 폭파사건이었는데, 참으로 끔찍한 사건이었다. 1987년 11월 28일 밤 이라크(Iraq)의 수도 바그다드(Baghdad)를 출발, 아부다비·방콕을 경유하여 서울로 오는 KAL 제858기를 표적으로 삼았다. 북한의 무모한 공작으로 승객 95명과 승무원 20명의 귀한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에도 북한의 남침공작은 수도 없이 이어졌다. 1998년 6월 22일 동해안(東海岸) 잠수정 침투, 1999년 6월 15일과 2002년 6월 29일 서해(西海) 북방한계선(NLL) 해상침투, 2010년 3월 26일 천안함(天安艦) 폭침, 같은 해 11월 23일 연평도(延坪島) 표격으로 이어졌다. 


또 2015년 8월 4일에는 비무장지대(DMZ)에 지뢰를 매설하여 이곳을 순찰 중이던 우리 병사(兵士) 2명이 크게 부상하였다. 


북한은 이에 머물지 않았다. 한반도(韓半島)의 적화통일(赤化統一)을 목표로 꾸준히 군비(軍備)를 확충해 왔으며,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核實驗)을 감행하였다. 


2005년 2월 10일에는 핵무기(核武器) 보유를 선언하였으며, 이후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차, 2013년 2월 12일 3차, 2016년 1월 6일 4차, 같은 해 9월 9일 5차, 2017년 9월 3일 6차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자행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핵(核)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방법은 우리의 굳건한 안보의지(安保意志)를 키우는 일이다. 


로마의 군사전문가 베게티우스(Vegetius, F. V. R.)가 남긴 명언 “평화(平和)를 원하거든 전쟁(戰爭)을 준비하라”를 떠올리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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