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우리 것들 [2021/02] 한국 고유 자연 문화재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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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재·미래 이어주는 대자연의 가치
우리 역사와 함께 해온 ‘오래된 미래’
글 | 편집부 사진 | 한국관광공사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광릉 크낙새 서식지, 진도의 진돗개, 보은 속리 정이품송, 설악산과 한라산, 크낙새, 따오기, 황새, 두루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국가에서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대한민국 천연기념물이다. 동물과 식물, 광물뿐 아니라 서식지와 자생지까지 광범위하게 지정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자연을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천연기념물(Naturdenkmal)’이란 용어는 1800년 독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그의 남아메리카 여행을 기술한 『신대륙의 열대지방기행』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 말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용어로 정착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이 진전되어 자연파괴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다. 영국·미국·독일의 선진 3국이 앞장섰다.
1906년 발족한 ‘프로이센 천연기념물 보호관리 국립연구소’의 활동원칙 제2조에 의하면 “천연기념물이란 특히 특색 있는 향토의 자연물로서 지역의 풍경·지질·동물 등 무엇이든 그 본래의 장소에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제559호까지 등록
식물이 압도적으로 많아
천연기념물은 2020년 12월 기준, 제559호까지 등록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지정 사유가 소멸해 해지된 것을 빼면 354점이 효력을 가지고 있다. 동물이나 지질 등 관련 69점, 식물 관련한 천연기념물은 285점이다.
천연기념물 지정 내용을 보면 크게 식물, 동물, 광물, 천연보호구역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부적으로 식물은 노거수(老巨樹), 희귀식물, 자생지, 수림지로 나뉜다. 동물은 서식지, 번식지, 도래지, 조류, 포유류, 어류, 곤충기타로 구분된다. 지질은 화석, 암석, 지형·지질, 동굴로 분류한다.
노거수로 지정된 식물은 교목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은행나무·느티나무 등이 많다. 관목류로는 강원도 정선군의 반론산 철쭉나무, 인천 강화군의 갑곶리 탱자나무, 경기도 여주시 효종대왕릉 회양목 등이 대표적이다. 덩굴류는 서울시의 창덕궁 다래나무와 삼청동 등나무 등이 있다. 희귀수종을 보호하기 위해 자생지를 지정했는데, 충청북도 괴산군의 미선나무 자생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삼도의 파초일엽 자생지 등이 대표적이다. 수림지는 숲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했다. 동백림·상록수림·성황림 또는 방풍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식지로서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광릉 크낙새 서식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의 천지연 무태장어 서식지, 경상북도 봉화군의 대현리 열목어 서식지, 경상북도 울릉군의 사동리 흑비둘기 서식지 등이 있다. 번식지로는 백로 및 왜가리 번식지가 경기도 여주시 신접리, 전라남도 무안군 용월리, 강원도 양양군 포매리, 경상남도 통영시 도선리 등에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 칠발도 해조류(바다제비·슴새·칼새) 번식지, 충청남도 태안군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해조류(바다제비·슴새·괭이갈매기) 번식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도래지로는 전라남도 진도군 고니류 도래지,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경상남도 거제시 연안의 아비 도래지, 강원도 철원군 철새 도래지,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등이 있다.
진돗개가 동물 1호
제주 흑돼지도 천연기념물

조류는 크낙새, 따오기, 황새, 먹황새, 두루미, 재두루미, 팔색조, 저어새(저어새 및 노랑부리저어새), 느시(들칠면조), 흑비둘기, 흑두루미, 까막딱따구리, 수리류(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 매류(참매·붉은배새매·새매·개구리매·황조롱이매), 올빼미·부엉이류(올빼미·수리부엉이·솔부엉이·칡부엉이·쇠부엉이·소쩍새·큰소쩍새), 기러기류(개리·흑기러기), 검은머리물떼새, 원앙, 노랑부리백로 등이 있다.
포유류는 사향노루, 산양, 수달, 하늘다람쥐, 반달가슴곰, 점박이물범 등 10건이 있다. 가금과 가축으로는 경산 삽살개, 제주 제주마, 경주개 동경이, 제주 흑우와 흑돼지 등이 천연기념물에 이름을 올렸다. 어류 및 곤충에는 장수하늘소, 한강의 황쏘가리, 금강의 어름치 등이 있다.
지질 분야는 울진 성류굴·제주 김녕굴 및 만장굴·평창 섭동굴 등의 동굴류, 고성 계승사 백악기 퇴적구조·화성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등이 지정되어 있다.
측백나무 숲은 왜
천연기념물 1호가 되었을까?

그런데 왜 측백나무 숲이 천연기념물 제1호가 되었을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성이나 상징성이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가 천연기념물을 법제화한 것은 1962년이다. 당시 문화재보호법을 입법화하면서 천연기념물이 될 만한 소재 98점을 정리해 그 순번을 매겼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때 이미 천연기념물 보존령을 공포했고 1934년 조선총독부 관보에 보물 153점, 고적 13점, 천연기념물 3점을 실어 처음으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일제가 공포한 천연기념물 3점은 제1호 도동 측백나무 숲, 제2호 창녕 백조 도래지, 제3호 (북한)맹산 만주흑송 수림이었다.
그런데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할 당시에 제2호 백조 도래지는 더 이상 백조가 출현하지 않았고, 제3호 만주흑송 수림은 북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각각 천연기념물에서 제외했다. 이런 연유로 유일하게 남은 도동 측백나무 숲이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호가 되었다.
제2호부터 7호까지는 천연기념물이 없다. 식물이 고사하거나 보존가치를 상실해 해제되었다. 제8호는 서울시 종로 헌법재판소 앞에 있는 서울 재동 백송이며, 제9호는 서울 조계사 백송이다. 뒤를 이어 광릉 크낙새 서식지(11호), 진천 노원리 왜가리 번식지(13호), 제주 삼도 파초일엽 자생지(18호)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정선 봉양리 쥐라기역암(2019년 10월), 정선 화암동굴(2019년 10월), 문경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2019년 12월), 상주 두곡리 뽕나무(2020년 3월)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에는 천연기념물 제492호로 지정된, 수령이 5백 년에 달하는 경남 의령군 백곡리 감나무에서 감이 열려 화제가 됐다. 무척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과거에 존재했고 현재에 우리와 함께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우리 땅을 지키고 있을 그들은, 우리의 역사이자 삶이며 ‘오래된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