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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우리 것들 [2021/06] 세계 영화제 석권한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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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무비에서 벗어나 월드 무비 반열에 올라


높디높은 오스카 장벽 넘어 전 세계인을 홀리다 


글 | 편집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2월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등 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국 아카데미의 높디높은 장벽을 깨는 데 꼬박 100년이 걸렸다. 올해는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가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뽐냈다. 그의 위트 넘치는 수상소감과 매너, 패션은 오스카를 넘어 세계적인 신드롬이 되고 있다. 더없이 행복한 소식이다. 로컬 무비의 시대를 완전히 벗어나 월드 무비 반열에 오른 한국 영화의 100년 여정을 기쁜 마음으로 따라가 보았다.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김도산 극본·연출의 ‘의리적 구토’가 상영되었다. 최초의 한국 영화였다. 1966년부터 이날을 ‘영화의 날’로 지정해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 영화는 1950년대부터 국제영화제 문을 두드렸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61년 제1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특별은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한국 영화 최초 국제영화제 수상이었다. 


한국 영화를 

세계무대로 들어올린 거장들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한국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배우 강수연은 ‘씨받이’로 198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국제영화제 최초 한국 배우 수상이었다. 이후 1994년 제4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탔다.


한국 영화는 2000년대 들어 르네상스를 맞았다. 국제무대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2002년 제55회 칸영화제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박찬욱,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감독 작품이 수상의 낭보를 전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한국 영화 중 3대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받았다. ‘올드보이’로 제57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탄 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제57회 베를린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 ‘박쥐’(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동생인 박찬경 감독과 공동 작업한 ‘파란만장’은 제6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다. 박 감독이 연출한 ‘아가씨’에서 미술을 담당한 류성희 미술감독은 한국 영화인 최초로 제69회 칸영화제에서 벌칸상을 받았다. 벌칸상은 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인 이에게 주는 상이다.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의 신점희 미술감독 또한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같은 상을 탔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오아시스’로 한국 감독 중 처음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배우 문소리가 신인여우상을 수상해 세계 3대 영화제 최초 2개 부분 석권의 기록을 세웠다. 이 감독은 2010년 ‘시’로 제63회 칸영화제 각본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배우 김민희가 홍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탔다. ‘도망친 여자’로 지난해 제70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인트로덕션’으로 올해 제71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다. 영화 ‘하하하’는 제64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 김기덕 감독은 ‘사마리아’로 2004년 54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빈집’으로 61회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탔다. ‘아리랑’은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선정됐으며,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한국 영화였지만, 아카데미 장벽은 유난히 높았다. 그 벽을 최초로 깬 작품이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다.  


‘기생충’은 2019년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 중 최초로 칸 최고상의 영예를 누린 것에 이어, 지난해 2월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등 4관왕을 달성했다. 1919년 김도산 극본·연출의 ‘의리적 구토’가 상영된 지 100년 만에 이룬 대역사였다.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수상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지난 4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은 담담하게 수상소감을 말했다.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수상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은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 도전해온 이력은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옛날 외국어영화상에서 지난해부터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뀐 이 부문에 첫 출품한 작품은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였다. 지난해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수상하기까지 57년 동안 영화 29편을 출품했으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2019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만이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좀 더 범위를 넓혀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부문까지 들여다보면 한국 영화로는 2013년 이민규 감독의 ‘아담과 개’가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고, 지난해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이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한국계 미국인까지 포함해도 ‘기생충’과 ‘미나리’ 이전에 아카데미 시상식 단상에 오른 영화인은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우 윤여정의 수상은 더욱 의미가 깊다. 실질적으로 미국 국적도 아니고 영어권 배우도 아닌 아시아 배우가 후보를 넘어 수상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연기력과 작품 해석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수상은 1957년 ‘사요나라’에 출연한 일본 배우 우메키 미요시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후 아시아 배우로는 64년 만이다. 그는 미국 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영화 ‘미나리’로만 현재까지 38개의 트로피를 모았다. 비단 아카데미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의 연기에 주목했다는 얘기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한국 영화나 한국영화인이 더 크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K콘텐츠,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 자체가 주목받게 되었다. 세계의 시선은 문화민족, 대한민국을 향하고 있다. 앞으로 월드 무비의 위상을 더욱 높여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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