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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우리땅 [2021/10] 만해와 백담사 강원도 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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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백담사에서 만해를 만나다   

 

울긋불긋 절경에 세상 시름 내려놓고 

생에 대한 성찰과 사색 속으로  


글 | 편집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기나긴 무더위에 지쳐 언제 오나 간절히 기다렸던 가을. 아침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이 일렁이더니 어느새 계절이 새 옷을 갈아입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 울긋불긋 물든 산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 가을바람 따라 무작정 길을 나섰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내설악 이정표를 향해 핸들을 꺾었다. 가을, 단풍, 백담사 그리고 만해 한용운. 바쁜 일상을 쳇바퀴 돌 듯 분주히 달려온 내게 그들은 무슨 말을 건넬까. 온전히 침묵하며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더없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가을날이다. 


옛날부터 “인제 가면 언제 오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제는 아주 깊은 오지다. 향로봉과 응봉산, 설악산, 점봉산 등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깊고 험준한 산자락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지 면적당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덕분에 사람 발길 닿지 않은 그곳에선 원시의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인제 하면 왠지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지지만, 내설악부터 곰배령, 원대리 자작나무숲, 소양강, 백담사, 내린천 등 유명한 관광명소가 많다. 특히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이 ‘님의 침묵’을 발표한 백담사 오세암은 절경과 더불어 생에 대한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굽이굽이 산길 휘돌아가니

가을빛이 온몸에 스며드네


백담계곡을 따라서 오르면 설악산 절경 속에 파묻힌 백담사(百潭寺)를 마주하게 된다. 대청봉에서 사찰까지 웅덩이가 백 개 있어 백담사라 이름 붙였다. 백담사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에 자리하고 있다. 굽이굽이 산길을 휘휘 돌아가야 만날 수 있는, 꼭꼭 숨어 있는 사찰이다. 지금은 주기적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편리하다. 사찰까지 10~15분 정도 소요된다. 좁은 외길에 한쪽은 낭떠러지라 절로 비명이 나올 만큼 아찔하다. 


용대마을 입구에서 사찰까지 이어지는 약 7km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걷는 이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걸으면 두어 시간 걸린다. 걷는 동안 내설악은 청명한 계곡과 새소리, 푸르른 숲 공기를 아낌없이 선물해준다.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이보다 멋진 코스가 있을까. 수많은 나무와 풀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숲의 절경 앞에서 세상 모든 시름을 내려놓게 된다. 


백담사는 내설악의 깊은 오지에 자리하고 있어 예전에는 사람들이 좀처럼 찾기 힘든 수행처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늠름한 기암괴석이 호령하고 맑은 계곡물이 연주하는 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가슴속에 스며든다. 


동국대학교 만해마을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만해로 91 만해수련원

문의  033-462-2303

이용시간  09:00~17:00

홈페이지  http://manhae2003.dongguk.edu



만해를 독립운동가로 키운 오세암

돌탑에 서린 수만 개의 소원들


백담사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만해 한용운(1879~1944)이다. 백담사 암자 오세암에 팔만대장경 인경본(印經本)이 봉안된 지 30여 년이 지난 1896년 오세암에 들어왔다. 오세암의 팔만대장경 인경본은 만해를 스님으로, 시인으로, 독립운동가로 키워준 역사의 출발점이 됐다. 오세암에서 깨달음을 얻은 그는 1905년 백담사에서 머리를 깎고 입산수도해 『조선불교유신론』과 『십현담 주해』를 집필하고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이러한 까닭에 백담사 경내에는 ‘만해기념관’이 있다. 


만해기념관은 1997년 11월 9일 개관했다. 한용운이 불교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저술한 『조선불교유신론』과 『불교대전』 원전을 비롯해 『세계지리』 『영환지략』 『음빙실문집』 등의 책, 한용운의 유묵과 시집 『님의 침묵』 초간본과 각종 판본, 1962년 수여된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한용운 연구논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만해의 출가와 수행, 3·1운동과 옥중투쟁, 계몽 활동, 문학 활동, 신간회 활동 등을 분야별로 나누어 한눈에 만해의 일생을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기념관 밖에는 만해의 시 ‘나룻배와 행인’이 조각된 만해 시비와 두상 조각이 있으며, 백담사 내에는 만해당·만해적선당·만해교육관 등 만해 관련 건물이 들어서 있다.


만해 한용운 시비 앞으로 내려서면 백담사 앞을 흐르는 영실천에 닿게 되는데, 온갖 모양의 돌탑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돌탑에 서린 수천수만 개의 소원들을 생각하며, 그 간절함이 현생에서 아름답게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백담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만해 한용운의 흔적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이 또 있다. 시인이자 승려의 삶을 살았던 무산스님이 만든 만해마을이다. 오붓한 산책로를 따라 만해문학박물관과 숙박시설인 문인의집, 북카페 갓듸일나무 등 만해의 삶과 사상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입구의 ‘평화의 시벽’은 평화를 노래한 29개국 55명의 외국 시인과 255명의 한국 시인 작품을 동판에 담고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편백 향기 그윽한 북카페에선 만해의 다양한 저술과 함께 그의 사상을 담은 서적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속삭이는자작나무숲 관광안내소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남로 760

문의  033-460-8036

이용시간  09:00~15:00(하절기)

홈페이지   http://injeforest.k7788.com


평생 잊지 못할 풍경 

원대리 자작나무숲


내설악의 대자연이 인간 존재와 생에 대한 사색에 스며들게 했다면,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소소하고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듯하다. 뭔가 설레고 잔잔한 미소가 스민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수령이 20년 이상 되는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찬 숲이 펼쳐진다. 하얀 수피에 하늘을 향해 뻗은 모습이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자작나무 잎은 봄이면 싱그러운 연둣빛을, 여름엔 맑은 초록빛을, 가을이면 눈부신 황금빛을,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에는 하얀 눈으로 뒤덮여 ‘겨울동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순결을 상징한다는 이 나무를 ‘절규’의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도 즐겨 그렸다. 평안북도 출신의 시인 백석도 ‘자작나무’란 시를 썼다. 


인제읍 인근 자연 생태관광지인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1974년부터 1995년까지 138ha에 자작나무 690,000본을 심어 완성했다. 자작나무숲의 탐방은 입구에서 입산 기록 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한 시간 이상 직접 걸어야 자작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원래 다양한 코스가 있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입산로와 하산로를 지정 운영 중이다. 탐방로는 왕복하는 데 4시간 이상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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