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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우리 것들 [2021/10] 대자연의 깊은 울림 국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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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에서 나각까지 우리 소리의 무한매력


나무·돌·흙 자연에서 태어나 

수백 년 민족 정서를 담아내다 


글 | 편집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악이 MZ세대에게 가장 ‘힙한’ 장르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방송국의 밴드 오디션에 참가한 거문고 연주자의 파격 퍼포먼스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는 공연 중 거문고 줄을 끊어 타악기로 사용하고, 바이올린 활로 거문고를 연주하며 첼로와 합을 맞추는 등 파격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나각의 웅장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국알못(국악을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커다란 소라껍데기가 임금이 행차할 때 연주했던 대취타 악기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서양 악기는 잘 알면서 국악기는 왜 이렇게 몰랐을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악기에 대한 기본상식쯤은 장착하고 살아야겠다. 


서양에는 금속으로 만든 악기들이 많다. 강하고 큰 소리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나무, 명주실, 대나무, 바가지, 가죽, 돌, 흙 등 자연의 재료들로 만든 악기들이 많다. 자연의 재료로 만들었으니 그 소리가 자연을 닮았다. 깊고 편안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또한 수백 년 동안 우리의 감정과 정서에 충실히 발전해온 음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악기 소리를 들을 때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국악 연주에 귀 기울여보면, 서양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위로와 감동이 심장을 뜨겁게 울릴 것이다. 

국악기(國樂器)는 우리나라 전통 음악인 국악에 쓰는 악기를 말한다. 거문고나 가야금처럼 상고시대부터 전해져 온 것도 있고, 피리나 비파처럼 서역에서 건너온 악기도 있다. 편종이나 편경은 중국에서 들어와 국악기로 자리잡았다. 

서양 악기처럼 연주법에 따라서 관악기(피리, 태평소 등), 현악기(거문고, 아쟁 등), 타악기(편경, 장구 등)로 나누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악기 재료에 따라 금, 석, 사, 죽, 포, 토, 혁, 목으로 나눠 ‘팔음(八音)’이라 했다. 

악기 재료에 따라 
‘팔음(八音)’으로 구분

금(金)부는 쇠붙이로 만든 악기로 편종, 특종, 방향, 징, 나발 등이 있다. 주로 제례 음악이나 규모가 큰 합주에 주로 쓰인다. 편종은 16개의 음높이가 다른 작은 종들을 두 줄로 매단 악기이고, 특종은 하나의 종만을 매달고 있다. 방향은 16개의 철판을 상단과 하단에 각각 8개씩 매어 놓고 망치 모양의 채로 쳐서 소리를 낸다. 징은 크고 둥근 놋쇠 판을 헝겊으로 감은 채로 친다. 

석(石)부는 돌을 깎아서 만든 악기다. 편경, 특경 등이 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 편경에 쓰이는 돌(경석)이 생산되지 않아 중국에서 악기를 들여와야 했다. 하지만 세종대왕 때 박연이 아악기를 정비하면서 우리나라 돌로 직접 편경을 제작하게 되었다. 

실로 만든 악기는 사(絲)부에 해당한다. 가야금, 거문고, 비파, 해금, 아쟁 등이 있다. 가야금은 12줄을 손으로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내는 우리나라 대표 현악기다. 거문고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술대를 이용해 밀고 뜯거나 내리쳐서 소리를 낸다. 음색이 낮고 중후해 마음을 수양하는 선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파는 4줄의 당비파와 5줄의 향비파가 있었는데 조선 시대 이후 사라졌다가 요즘 부활하고 있다. 해금은 국악기 중에서 8음이 모두 사용된 유일한 악기로, 독특한 음색 때문에 ‘깡깡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고려 때부터 전해 오는 아쟁은 송진을 칠한 나무 활대로 줄을 문질러 소리를 낸다. 장중하고 거친 음이 특징이다. 양금은 우리나라 현악기들이 대부분 명주실을 꼬아 만든 줄을 사용하는데, 유일하게 철줄로 만들어 맑고 고운 소리가 난다. 

죽(竹)부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를 말한다. 대금, 피리, 단소, 소금 등이 있다. 대금은 가로로 부는 관악기다. 청아하고 꿋꿋한 음색이 매력적이며 주요 선율을 연주해 전체 음악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피리는 음역이 넓지는 않지만 또렷하고 풍부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높고 청아한 소리가 나는 단소는 현악 합주나 독주 악기로 주로 쓰인다. 소금은 관악기 중 가장 높은 고운 음색을 가진 악기로, 대금을 줄여 놓은 모양새다. 

박으로 만든 포(匏)부에는 생황이 있다. 둥근 박통 위에 구멍을 뚫어 음정이 다른 17개의 죽관을 꽂아 만든 악기로, 박통의 취구에 숨을 들이쉬거나 내쉬면서 소리를 낸다. 화음을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관악기다. 흙을 구워서 만든 토(土)부에는 훈이 있다. 낮고 신비로운 소리를 내며 제례악 연주에 사용된다. 

혁(革)부는 가죽으로 만든 악기로 장구, 좌고, 소고 등이 있다. 장구는 울림통 가운데 부분이 허리처럼 가늘다고 해서 ‘세요고(細腰鼓)’라고도 한다. 왼쪽 북편은 두꺼운 소가죽을 사용해 낮고 부드러운 소리가 나고, 오른쪽 채편은 얇은 말가죽을 사용해 높고 강한 소리가 난다. 좌고는 앉아서 치는 북이며, 풍물(농악)에 사용되는 소고는 작고 가벼워서 장단을 치면서 춤을 추거나 재주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목(木)부는 나무로 만든 악기다. 박, 축, 어 등이 있다. 박은 여섯 조각의 얇고 긴 나무판을 부채 모양으로 엮어 만든 타악기로, 음악의 시작과 마침 또는 음악의 변화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축은 제례 음악의 시작을 알린다. 네모난 나무 상자 안에 방망이 모양의 채를 넣고 쿵쿵 내리찧으며 연주하는 독특한 악기다. 어는 축과 반대로 제례 음악의 끝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등에는 27개의 톱니가 나 있는 흰 호랑이 모양을 하고 있다. 여러 갈래로 쪼개진 대나무 채로 호랑이 머리를 세 번 치고 등의 톱니를 한 번 드르륵 내려 긁는 것을 세 번 하면 음악이 끝난다. 

거문고와 가야금 

국악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악기는 거문고와 가야금이다. 둘 다 줄을 퉁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지만, 거문고는 6줄로 깊고 웅장한 소리를, 가야금은 12줄로 맑으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거문고는 학문과 덕을 쌓은 선비들이 특히 아끼는 악기였다. 중국 진나라에서 보내온 칠현금을 고구려의 왕산악이 새롭게 만들어서 연주했다고 전해지며, 거문고가 원래 고구려에 존재했던 악기라는 주장도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거문고의 원형으로 보이는 악기 그림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가야금은 가야의 우륵이 만들었다. 그런데 가야의 힘이 차츰 기울자, 우륵은 가야금을 들고 신라로 옮겨 왔다고 전해진다. 이후 가야금은 노래와 춤의 반주 악기로 사용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자리잡았다. 가야금은 일본에도 전해졌는데, 일본에서는 가야금을 ‘신라에서 전해진 악기’라는 뜻으로 ‘신라금’이라 불렀다.

풍물놀이와 사물놀이

전통악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풍물놀이와 사물놀이가 아닐까. 풍물놀이는 과거에 농사를 시작할 때나 추수할 때 사람들의 노고를 달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 같이 즐기던 놀이였다. 북, 장구, 꽹과리, 징, 나발, 태평소 따위를 치거나 불면서 노래하는 풍물놀이는 풍물 굿이나 농악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반면 사물놀이는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구성의 풍물놀이를 1978년 김덕수 등 네 명의 예인이 무대예술로 각색한 것을 말한다. 꽹과리, 장구, 북, 징의 네 가지 악기로 연주하는 놀이라는 의미에서 사물(四物)놀이라 불린다. 

풍물놀이와 사물놀이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의 수다. 사물놀이는 징, 꽹과리, 북, 장구 네 개의 악기만 사용하지만, 풍물놀이는 네 가지 악기 외에 소고나 태평소 등 다양한 악기가 더해진다. 둘째, 연주하는 장소의 차이다. 풍물놀이가 대규모 놀이를 동반해 야외 공연의 활동성을 강조했다면, 사물놀이는 악기 연주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강조한 실내 공연 형태다. 오늘날 사물놀이는 관현악단이나 재즈 밴드와도 함께 공연하는 등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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