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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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설 60주년 새로운 항해의 방향키를 잡다
더 친근하고 든든한 보훈으로
국민통합 이끌어갈 것
글 | 편집부 사진 | 국가보훈처·편집부
어린 시절, 이순신 제독이 최초로 승리한 옥포만을 바라보며 해군의 꿈을 키웠다. 해군사관학교 32기로 임관한 후 진해기지 사령관, 2함대 사령관, 해군본부 작전사령관, 해군 참모총장 등을 역임하며 40년 세월 동안 오대양육대주를 호령했다. 아덴만 여명작전 영웅으로, 세월호 참사 현장구조지휘본부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2020년 9월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12월 30일 문재인정부 세 번째 보훈처장에 임명되었다. 창설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국가보훈처의 방향키를 잡은 황기철 신임처장에게 포부와 계획을 물었다.
새로운 60년을 향한 출발선에 서서 황기철 신임처장은 ‘질적 도약’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창설 60주년을 맞아 ‘국가가 책임지는 명예로운 보훈’에 집중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기준을 개선하고 국가유공자 등록 소요기간을 단축하며 그동안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각지대를 찾아 성심껏 보훈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황 처장은 국가가 먼저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국가 책임’에 목소리를 높였다. “신청주의에 의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가 먼저 찾아내고 국가가 나서서 어려움을 능동적으로 살피고 그에 맞는 예우와 지원을 하는 것, 이것이 희생과 헌신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포상을 받지 못한 독립유공자 발굴은 물론 국가유공자 등록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하루라도 더 빨리 예우해 드리면서 등록과정과 절차 역시 신청자 중심의 체계로 개선해가는 것도 이에 포함됩니다. 또한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보상체계를 정립하고 일반복지보다 높은 보훈복지, 순국선열을 비롯한 모든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분들을 존경하고 본받는 보훈문화의 확산, 생애 마지막까지 최상의 예우를 다하는 것 역시 국가 책임의 범주에 있는 만큼, 그러한 국가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임하겠습니다.” 현장 목소리 경청하며 균형적인 보훈 실현 “오랜 시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의 가치와 그 소중함을 깊이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는데, 실제 보훈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보니 그 책임감이 더욱 막중하게 느껴집니다. 국민들께 보훈의 가치와 의미를 잘 알리고, 보훈가족 분들이 체감하는 보훈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 처장은 무엇보다 국민통합에 대한 시대적 사명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하게 표출된 분열과 대립을 통일과 화합으로 이끄는 일은 어쩌면 가장 힘든 여정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거센 풍랑과 높은 파도 속에서도 항해를 멈추지 않았듯,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고 그 의견들은 각 현안들의 쟁점과 상황에 따라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보훈의 주요 영역인 독립·호국·민주의 가치 또한 어떠한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때로는 갈등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독립·호국·민주가 시대에 따라 표출되는 형태는 달랐지만, 모두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이라는 하나의 가치라는 사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독립·호국·민주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애국의 세 기둥’이라며 ‘세 영역이 애국이라는 하나의 가치’임을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 없는 균형적인 보훈을 통해 국민통합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보훈체계 정립과 운영에도 고민이 많다. 그는 취임사와 신축년 신년사에서 비대면·뉴노멀 등의 화두를 던지며 미래지향적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제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보훈 역시 그에 맞는 맞춤식 대처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순국선열을 비롯해 국가유공자에 대한 선양과 예우 등의 업무에서 비대면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를 꼼꼼히 살피고, 정부기념행사를 비롯한 대면 행사와 사업에서는 보다 세심한 방역 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국민들께서 많이 찾으시는 기념시설의 전시 콘텐츠를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하고, 국립묘지에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주요 안장자의 삶과 공적을 현실감 있게 소개함으로써 시·공간적 제약이 없도록 하는 방안 등도 강구해 나갈 생각입니다.” 독립유공자 발굴과 포상 확대에 진심을 담다 황 처장은 40년간 오대양육대주를 호령한 해군 출신이다.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작전지휘소를 총괄했던 그는 피랍 선원과 해군 특수부대 희생 없이 해적들을 사살 또는 생포해 ‘아덴만 작전의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일주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치밀한 작전계획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해군참모총장으로서 현장구조 지휘본부장을 맡아 악조건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또 해군 유자녀 지원, 고엽제 피해보상 등 보훈문화 조성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실력과 인품을 두루 갖추어 해군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한 눈부신 삶의 궤적이 국가보훈처에서 어떻게 계승·발전되어갈지, 많은 관계자와 국민들의 기대가 높다. “‘강한 안보’는 ‘국가의 평화 유지·발전’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하면서 오랜 세월 군 생활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그 희생과 헌신을 실천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있었기에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이러한 자세야말로 ‘보훈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항상 ‘현장’ 중심에서 사고하고 결정해왔습니다. 현장의 상황과 의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전명령을 내리거나 어떤 결정을 하면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보훈 현장의 상황과 목소리를 중심으로 열심히 소통해 나가겠습니다.” 그는 힘든 시련이 닥칠 때마다 이순신 제독을 떠올리며 힘을 얻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에는 대한민국 해군의 아버지이자 스승인 이순신 제독과 거북선을 알리고 싶어 1년간 준비한 끝에 ‘일본의 침입과 이순신 제독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완성했다. 불어로 쓴 최초의 이순신 제독 논문이었다. 이 논문은 프랑스 해양 역사지 『Marins at Oceans』에도 소개되었으며, 각 대학·군·역사학회 등의 전문가들에게 널리 알려져 참모총장 표창까지 받았다. 유학 시절 역사를 전공한 이력을 반영하듯, 그는 국가보훈처장 취임 후 독립유공자 발굴·포상 확대를 역점사업으로 정했다. “국가보훈처장으로서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와 그 역사의 주역이었던 분들을 선양하고 기억하고 예우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책무입니다. 특히 순국선열을 비롯한 독립유공자의 생애와 정신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아직 그 공헌을 인정받지 못한 분들을 발굴하고 포상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황 처장은 보다 적극적인 독립운동 사료 수집과 함께 지난 2018년 개선했던 독립유공자 심사기준을 올해 추가로 개선해 독립운동을 하고도 포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미래 세대에게 교육하는 일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순국선열은 광복 이전에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하거나 독립운동 등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하신 분들로,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정신을 미래 세대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순국선열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생각입니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학교 안팎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보훈문화교육을 실시하고 중국·일본·러시아 등의 사적지 탐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비대면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국내외 사적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으며, 일부 보훈기념관 역시 모바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현충시설 기념 안내’ 앱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전체 기념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등 온라인에 확산하는 등 미래 세대가 순국선열의 독립·희생정신을 온전히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포용과 화해의 큰 바다로 나아가야 해군 출신 국가보훈처장으로서 첫걸음을 떼는 지금, 그는 여전히 이순신 제독의 말씀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기며 나아갈 방향을 묻고 있다. “이순신 제독이 임금에게 장계를 올릴 때 썼던 내용의 일부인 ‘今臣戰船(금신전선) 尙有十二(상유십이)’가 좌우명입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뜻이죠. 저는 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불리하더라도 스스로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는다면, 희망은 반드시 있고 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보훈처장으로서 그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쉽지 않은 정책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특히 행정 행위를 하는 국가보훈처 중심이 아닌 국가보훈 수혜 대상인 보훈대상자와 보훈현장을 중심에 두고 이순신 제독의 애국애민 정신을 실천하겠습니다.” 새로운 60년을 향한 긴 항해에서 첫 방향키를 잡은 그는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목표로 독립·호국·민주유공자를 비롯한 보훈가족, 그리고 국민들이 ‘든든한 보훈’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 나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정책 개발을 통해 더 나은 보훈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무엇보다 ‘국민통합’과 ‘애국심 함양’의 기재로서 보훈의 역할을 다하며, 순국선열들이 그토록 바랐던 한반도의 항구적 자유·평화체제 구축과 더욱 번영된 나라로 나아가는 토대를 닦는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