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초대석

[2021/10] 이북5도청 김재홍 함경북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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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들의 발자취를 끌어모아 후대의 유산으로 


어느 날 기적처럼 찾아올 

남북통일의 발판은 독립정신일 것


글·사진 | 편집부  


이북5도위원회?이게 왜 우리나라에?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북5도위원회는 낯익으면서도 동시에 생소한 이름이다.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 행정구역상의 도(道)로서 아직 수복되지 않은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의 이북5도와 경기도와 강원도의 미수복 시 군을 관할하는 대한민국 행정안전부 산하의 정부기관인 이북5도위원회는 번잡한 도심을 살짝 비껴나 북한산의 녹음 속 구기동에 위치하고 있다. 북한산 자락 가득 가을을 머금은 날 이북5도위원회에서 만난 김재홍 함경북도 도지사의 첫 마디는 “기적은 갑자기 오기도 한다.”였다.



이북도민 역사기록 사진전 : 독립전쟁 그 현장을 가다

2020년은 이북 출신 홍범도 장군 봉오동·청산리전투 100주년이었다. 정부는 카자흐스탄에 묻혀계셨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 귀국하였고 홍범도 장군은 비로소 대한민국 땅에서 영면에 들 수 있었다. 이에 발맞추어 이북5도위원회는 1920년 독립군 본거지인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 승전 100주년 기념 ‘홍범도 장군 강연회’와 독립전쟁에 관한 특별전시회인 ‘이북도민 역사기록 사진전’을 기획, 현재까지 전국 순회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독립전쟁, 그 현장을 가다’를 주제로 전시된 사진들과 그 외 150여 점의 100년 전 기록 사진을 담아 출판한 도록 「독립전쟁」의 사진을 제공한 이가 바로 김재홍 함경북도 도지사였다. 북간도 명동촌과 용정은 민족교육의 산실이고 독립군의 병영이자 항일독립운동의 기지로 발전시켰던 규암 김약연 선생의 증손자였기에 소장할 수 있었던 역사의 귀한 순간들을 고스란히 세상에 내보였다.

“사진전은 총 5부로 구성됩니다. 함경북도에서 거주하던 이북도민이 북간도로 이주해 전개했던 항일독립투쟁의 모습을 현장 별로 볼 수 있어요. 일제 강점기 정든 고향을 떠나 미주,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연해주 등지로 나아가 독립운동기지 건설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선열들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함경북도 출신 김약연 선생 등 4개 가문이 북간도로 이주해 명동촌과 용정촌을 항일독립운동의 기지로 개척하는 모습을 담은 1부부터 서전서숙, 명동학교, 정동학교 등과 친일 단체인 광명회가 설립한 광명학교의 비교 전시를 담은 2부, 치열했던 무장독립투쟁의 흔적을 담은 3부와 봉오동·청산리 전투 전적지 현장사진 및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보여주는 사진이 전시된 4부를 거쳐 봉오동전투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1920년 간도참변을 조명한 5부로 마무리된다.

치열했던 북간도 독립운동의 중심 규암 김약연

“봉오동전투와 관련된 사진은 물론 홍범도 장군의 사망증명서, 「홍범도의 일지」, 야스가와(安川) 소좌의 봉오동전투에 대한 보고서인 「전투상보」 등을 비롯해 독립전쟁의 뿌리가 된 북간도 명동촌의 당시 모습, 간도대참변과 한인탄압 등에 대한 희귀한 사진과 기록물 등을 최초로 전시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유분이 많지 않다던 「이북도민 역사기록 사진전」집을 건네고도 부족함을 느꼈는지 한 장 한 장 짚어주며 설명을 이어간다. 

“‘선구자’ 노래 들어봤죠? 일송정, 한 줄기 해란강,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노랫말 속 지명과 인물이 모두 북간도를 배경으로 한다는 건 잘 모를 거예요. 1907년 통감부임시간도파출소와 1909년 일본총영사관이 들어서 있었기에 북간도의 독립운동가들은 상부지 외곽 봉오골, 청산리, 어랑촌 등 산악지역에 숨어서 독립운동을 해야만 했지요.” 이러한 북간도에 한인의 이상향인 명동촌과 용정촌을 만들어낸 주역이 김재홍 도지사의 증조부이자 ‘간도 대통령’으로 불렸던 규암 김약연 선생이었다. 서전서숙을 시작으로 명동서숙, 명동학교를 세우며 후학을 양성했고 기독교를 수용함으로써 명동촌을 신앙공동체라는 이상향으로 만들었다. 규암의 외조카였던 윤동주를 비롯해 윤영춘, 문익환, 문동환, 송몽규, 나운규 등이 명동촌에서 태어나 명동학교, 은진중학교를 거쳐 다방면에서 독립운동가로 활동하였다.
김재홍 도지사가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총장직을 역임한 건 규암이 김재홍 도지사의 증조부임을 떠나 참스승으로서의 삶, 독립투사로서의 삶을 존경하고 따르기 때문이었다.

“1919년 용정의 3.13 만세시위 당시 규암이 이끌던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 천도교, 대종교 등 다양한 독립운동단체를 이끌며 독립선언 포고문을 발표했습니다. 비록 종교는 달랐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만세 시위를 했고 나아가 봉오동, 청산리 전투를 승전으로 이끌어냈어요. 협력으로 한 울타리 안에 융화시킬 줄 아는 정신을 이어 받아 현재 분열된 시국을 아울러 한 마음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나눔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소통과 화합

규암에게서 이어진 철학은 김재홍 도지사가 이북5도청에서의 업무와 일맥상통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은 ‘독립정신’이며 언제든 기적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통일된 미래 역시 ‘독립정신’이 뿌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소통과 화합을 위해 모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김재홍 도지사는 말한다. 두 번째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나눔과 배려”이며 세 번째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을 위한 창의와 열정”이다. 마지막은 “한국인에게 내재된 근본사상이자 발전을 위한 근본인 평화와 생명”이다.
김재홍 도지사를 비롯한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는 ‘이북도민과 함께 열어가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친 정보의 수집 및 연구, 월남 이북5도민 및 미수복 시군의 주문 지원관리, 이산가족 상봉 관련 업무 지원, 이북5도 향토문화 계승 및 발전, 이북도민 관련 단체의 지도 및 지원, 자유민주주의 함양 및 안보의식 고취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실향민들의 위안이자 방패가 되기를

이북5도위원회에는 각 도별 도지사는 물론 명예 시장·군수를 비롯 읍·면·동장까지 임명하고 있으며 각 시도사무소장의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1,200만 실향민들이나 탈북민들에게 이북5도위원회가 위안이고 방패이기를 김재홍 도지사는 간절히 바란다. 그 역시 함경도 청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6.25 당시 부모님께 업혀오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기에 실향민들의 마음에 더욱 공감이 간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중단되었던 남북 이산가족을 위해 이북5도위원회는 영상 상봉을 추진하고 있다. “유튜브에 ‘한백 스튜디오’를 검색하면 이북5도의 주요 소식을 알 수 있어요. 소식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양방향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비대면 시대에도 소통하고자 오픈한 한백 스튜디오는 ‘한라에서 백두까지’를 뜻하는 말로 도민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소식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도민들의 생생한 소리를 들어 위원회와 도정 업무에 반영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 

이북5도위원회에서 직접 실향민들과 마주하고 함께 뛰는 전국 실향민 체육대회의 경우는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속초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실향민 문화축제’는 오프라인 대면 프로그램은 축소하고 온라인 비대면 프로그램을 강화한 하이브리드 축제로 진행되었고 함경도 서도민요 애원성, 두만강 뗏목놀이소리 등을 비롯해 황해도 무형문화재 서도 선소리타령, 황해도 최영 장군 당굿, 평안도 다리굿 등을 선보이는 이북무형문화재연합 주최 ‘이북5도 무형문화재 축제’의 경우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진행되었지만 이북5도위원회에서는 올해 부득이하게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한 일들을 추진하기에 좋지 못한 시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계획도 그 중 하나입니다. 행사는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등 변동이 많지만 조국을 등지고 만주로 넘어가 독립운동을 했던 선열들의 한이 담긴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역사를 기억하며 미래로 나아갈 것

2021년 현재 이북5도 독립유공자는 4천 여 명 중 후손 확인이 되지 않은 독립유공자가 2,500여 명에 달한다. 올해 8월 15일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서거 78년 만에 국내로 봉환되는 장면을 화면으로나마 지켜본 도민들은 후대들에게 순국 선열들의 희생을 가슴에 새기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선양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김재홍 도지사 역시 같은 마음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들을 돌아보고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작금의 우리를 있게 한 순국 선열들에 대한 예우와 지원에 다시금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며 “국회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사고가 새롭게 이루어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독립운동 정신은 대한민국의 정신적인 유산입니다. 그 유산을 공고히 함으로써 세대 간의 정서적 유대는 더욱 더 끈끈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독립운동 정신을 제대로 기림으로써 남과 북의 이념 차이를 극복하고 나아가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를 있게 한 선열들의 치열했던 삶과 죽음, 다양한 통로를 통한 독립운동 정신의 승계, 현재의 위치에서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들. 다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독립정신’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듣다가 어쩌면 기적이 갑자기 오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긴다. 통일한국을 위해 부지런히 걷는 김재홍 함경북도 도지사의 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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