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Theme.4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위한 예우와 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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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문화민족에 걸맞은 감사와 예(禮) 필요
이방인의 스쳐간 행적 아닌
한민족 역사의 중요한 축, 업적과 정신 바로 세워야
글 | 김동진((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우리는 외국인들의 한국 독립운동을 특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데도 다른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에 나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 국민 대다수는 외국인 독립운동가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으며, 조금 알고 있어도 그들의 헌신에 그리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정치인이나 공직자, 언론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독립운동가에 대한 선양이 진척될 리가 만무하다. 외국인 독립운동가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의 업적과 정신을 선양하는 일이야말로 한국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선양 못지않은 과제다. 우리는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올바로 평가하여 우리 역사에 올바로 자리매김하고, 그들의 업적을 후세에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의 업적은 그저 이방인의 스쳐간 행적이 아니라 한민족 역사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독립운동가의 업적은 한민족의 역사다
글쓴이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외국인 독립유공자들에게 감사의 예를 표할 것을 청원한 이유는 그들이 남의 나라인 한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기 때문이다. 한국인 독립운동가들은 자신의 나라이기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독립운동에 발 벗고 나섰지만,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은 굳이 한국의 독립을 도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정치적 입장에서 우리를 도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 중국인들을 제외한)은 정의와 인간애라는 인류공영을 위한 보편적 가치관 아래 남의 나라를 도운 사람들이다. 이 중에는 심지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도운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외국인들의 한국 독립운동을 특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데도 다른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에 나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외국인 독립운동가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으며, 조금 알고 있어도 그들의 헌신에 그리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감스럽게도 정치인이나 공직자, 언론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독립운동가에 대한 선양이 진척될 리가 만무하다. 외국인 독립운동가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의 업적과 정신을 선양하는 일이야말로 한국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선양 못지않은 과제다. 우리는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올바로 평가하여 우리 역사에 올바로 자리매김하고, 그들의 업적을 후세에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의 업적은 그저 이방인의 스쳐간 행적이 아니라 한민족 역사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경제 선진국은 문화 선진국과 함께 가야 한다. 이제라도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의 한국 사랑을 기억하고 그들의 헌신에 감사함으로써 우리는 민족의 아름다운 전통인 예를 실천하고, 은혜를 아는 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한편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선진문화민족으로 인식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우리의 국격도 한층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외국인 독립운동가 선양 사업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선양 사업은 그들의 공적에 따른 바른 서훈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현재(2022년 3월) 대한민국으로부터 서훈을 받은 외국인 독립유공자 수는 76명이다. 한국 태생이지만 국적을 바꾼 동포들은 제외한 숫자다. 이중 중국인 34명은 일본이 한국과 중국의 공동의 적이었기에 대부분 정치적 입장에서 우리를 도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업적을 폄하하자는 뜻은 아니다. 이에 비해 다른 외국인들은 개인 자격으로 한국 독립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순수한 인간애와 정의감의 발로로 우리를 도왔다. 외국인 독립유공자의 훈격, 국가별 분류는 이미 다른 발표자들이 소개하였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글쓴이는 외국인에 대한 서훈과 관련하여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외국인 독립운동가에 대한 선양은 국가 차원의 선양 사업과 기념사업회 차원의 선양 사업으로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국가 주도 선양 사업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교과서 등을 통해 국민에게 외국인들의 독립운동 업적을 교육하여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의 독립운동을 제대로 배워야 성인이 되어서 그들의 공적에 대한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교과서에서는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또한 정부 감독 하에 있는 독립기념관이나 임시정부기념관 등에 외국인 독립운동가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기념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의 존재와 공적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다행히 정부의 ‘이달의 독립운동가’ 행사에는 2013년부터 외국인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도 정부가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의 청원을 받아들여 제도 탄생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인 헐버트를 포함한 것이다. 계속적으로 많은 외국인이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정부는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위한 기념물 설치나 기념도로 명명 등의 선양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국은 도산 안창호 이름을 딴 도로도 있고 우체국도 있다. 미국 뉴욕주는 유관순의 인류애 정신을 기리는 ‘유관순의 날’도 제정했다. 안창호가 미국에 살았지만 미국 독립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유관순은 사실상 미국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미국에서 그리 추앙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당해 기념사업회와 함께 이러한 대국적 선양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 독립운동가 전체를 위한 기념비나 기념탑을 세워야 한다. 반환되는 용산 미군기지 등이 후보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장차 ‘외국인 독립운동가의 날’을 제정해야 한다. 이날에는 외국인 독립운동가 출신국 대사를 초청하고 그들의 후손도 초청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당해 국가와의 유대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인 독립유공자 헐버트와 베델이 잠들어 있는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을 ‘외국인국립묘지’로 명명하고, 정부가 이곳을 국립묘지화할 것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 그곳에는 공식 독립유공자는 아니지만 개화기 우리나라 문명 진화를 위해 헌신한 많은 외국인이 잠들어 있다. 그들도 우리의 은인들이다. 또한 외국인 독립운동가 본국의 출생지 터에 ‘대한민국 독립유공자’라는 표석을 설치하자. 중국인 독립유공자들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여타 국가들은 이 제안을 반길 것이다.

외국인 독립유공자를 위한 추모식, 학술회의 등의 행사에 훈격에 관계없이 대통령의 추모화가 놓였으면 좋겠다. 현재는 건국훈장 대통령장 이상만 대통령의 추모화가 보내진다. 또한 추모식에는 국무총리나 국가보훈처장이 필히 참석하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추모식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추모식에 참석하는 상대국 대사에 대한 예도 갖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또 공적이 특출한 외국인 독립유공자 기념관 건립을 기념사업회가 제안할 때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모두의 기념관을 세울 수는 없겠지만 공적이 뚜렷한 유공자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그리하면 당해 국민이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 즐겨 찾는 명소가 될 것이다.
외국인 독립운동가 및 후손에 대한 예우
외국인 독립유공자 중 생존자는 없다. 따라서 유공자 본인에 대한 예우는 선양 사업으로 대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후손에 대한 예우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먼저 후손 초청 사업을 들 수 있다. 현재 광복절을 기해 정부는 간간이 외국인 독립유공자 후손을 초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청 빈도를 높였으면 좋겠다. 그것도 한국인 동포 후손들과 함께 초청한다. 별도로 초청하는 방법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
현재 내국인 독립유공자 후손은 서훈 훈격에 따라 보훈 연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독립유공자 후손은 연금 수혜대상이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서 내국인 후손에게는 연금을 주고, 외국인 후손에게는 연금을 안 주는 것이 옳은 처사인가? 당장 시정해야 한다. 실제 연금을 준다 해도 해당 후손이 많지 않아 예산은 문제되지 않는다. 만약 어떤 이유로 외국인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해 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면 해당 금액을 매년 기념사업에 쓰도록 배려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독립유공자 출신 국가를 방문할 때 꼭 당해 국가 외국인 독립유공자 후손을 초청하여 차담회를 갖거나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 6·25 참전용사들은 빈번하게 만나지만 독립유공자 후손은 만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자발적으로 우리를 도운 독립유공자가 참전용사보다 격이 낮게 비춰지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된다.

전 미국제이피모간은행(JPMorgan Chase Bank) 한국 회장, PCA투신운용 사장, 외환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겸 전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파란눈의 한국혼 헐버트』(2010, 최초의 헐버트 평전), 『헐버트의 꿈 조선은 피어나리!』(2019,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민간참여 기념사업 도서 선정) 등이 있으며, 역서로 『헐버트 조선의 혼을 깨우다』(2016), 『헐버트의 조선시대(1890년) 평양 여행기』(2021)를 펴냈다. 이외 다수의 헐버트 및 개화기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