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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 Theme. 2 통일 한반도의 보훈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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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보훈정책 차이점과 극복 방안 


보편적 세계사 흐름 속에서 

상호배타적 이질성 극복 국가가치·민족통합 조화 


글 | 유영옥(칼빈대학교 석좌교수, 국가보훈학회장) 


남북한은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을 경험하였고, 70여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실질적인 교류 없이 냉전 상태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통일 과정이나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 면에서 훨씬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통일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통일한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냉전시대의 산물인 보훈정책이라 할 수 있다. 남북한의 보훈정책은 독립운동에서 출발하고 있다. 독립운동은 일제의 침탈에 항거하여 남북한이 일본을 공동의 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보훈 대상자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일제에 항거한 분들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체제를 위해 독립운동을 한 자에 대해 애국열사라는 칭호를 취하며 보훈대상자로 삼고 있다. 


지구상에서 마지막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 한반도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남북 교류를 실시함으로써 통일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은 물론 통일 후의 후유증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하여야 한다. 장시간에 걸쳐 지속되어 온 남북분단으로 인해 초래된 남북주민의 이질성은 통일 후 사회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남북한의 통일방안은 통일의 목적·당위성·필요성 등에서 큰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고,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는 통일을 실현하고자 하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통일 후 민족화합이나 사회통합의 문제에 있어서 기득권층의 반발이나 남북한 주민 간의 차별문제가 불안정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훈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독일의 경우 당시 서독의 통일 논리는 동·서독 간의 엄청난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안정된 서독의 체제를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진보된 사회보장제도를 확대·적용하였기 때문에 큰 마찰이 없이 사회통합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 양쪽 지역 간의 차별감과 이질성은 매우 심각하였으며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남북한은 통일독일과 달리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을 경험하였고, 70여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실질적인 교류 없이 냉전 상태를 지속해 왔기 때문에 통일 과정이나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 면에서 훨씬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더 철저한 통일 준비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통일한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냉전시대의 산물인 보훈정책이라 할 수 있다. 남북한의 보훈정책은 독립운동에서 출발하고 있다. 독립운동은 일제의 침탈에 항거하여 남북한이 일본을 공동의 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보훈 대상자에 있어서는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일제에 항거한 분들을 그 근본으로 하고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체제를 위해 독립운동을 한 자에 대해 애국열사라는 칭호를 취하며 보훈대상자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상호 배타적인 이질성의 극복은 통일 과정과 한반도 통일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 중의 하나이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하에서 생성된 남북한의 보훈정책은 그 자체로서 통합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남북한의 보훈대상자 간에 심각한 반목과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한반도 통일 이후 가장 심각한 난제의 하나로 대두될 남북한의 보훈문제에 대해 논의를 전개하기로 한다. 먼저 남북한의 보훈정책의 차이점을 논의해보자.

남북한의 보훈정책의 차이점


남한의 보훈정책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의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는 지원과 예우정책을 가지고 있듯이, 북한도 그들 나름대로 혁명과 민족을 위해 헌신한 열사들과 가족들에 대한 적절한 사회보장 대책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남한이 국가를 위한 헌신과 나라사랑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하여 올바른 역사관 및 이념, 홍보(PR) 정책, 국민통합 축제 등 다양한 보훈문화 확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 북한도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북한 주민은 혁명, 통일 등의 구호를 통해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원수’에 대한 ‘대를 위한 충성’을 요구받고 북한의 체제 유지에 앞장서도록 하는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보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훈이 가지고 있는 개념에 해당하는 정책들을 북한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우리의 보훈정책과의 논의를 위해 북한 인민이 수령과 당을 위해 충성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자들을 위한 그들의 정책을 “북한의 보훈정책”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북한의 보훈정책은 수령과 당에 충성함으로써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수립되었다. 즉 국가와 민족보다 1인 지배 1당 독재를 위해 충성한 자들을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또한 남한의 보훈정책이 물질보상에 중점을 두고 경제성장에 따라 점차 보훈대상자가 증가하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면, 북한은 경제적 낙후와 재정 부담으로 정신적 보상을 중시하고 혁명의 전취물을 보존하는 데 앞장선 유공자들만을 보훈대상자라고 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나 메달의 등급에 있어서도 북한은 남한과는 다른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대통령의 일개인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의 의미로 수여하는 훈장을 최고로 여기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김일성이라는 개인의 이름을 사용한 훈장을 최고로 여긴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훈장도 국가보다는 김일성 개인을 먼저 내세우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1972년 사회주의헌법 제61조에 의해 보훈대상자의 지위를 헌법상으로 보장하여 “혁명투사, 혁명열사가족, 애국열사가족, 인민군후방가족, 영예군인은 국가와 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이들을 핵심계층으로 관리하고 있다. 혁명투사는 이른바 항일무장혁명시기에 전투에 참가했던 조선혁명군 출신들(일제 시 공산주의 항일투쟁 공로자)이며 혁명열사가족은 김일성 빨치산부대 출신보다는 한 급 아래인 애국지사들(항일투쟁 희생자들)의 가족을 지칭한다. 애국열사가족은 한국전쟁 시 비전투용원으로 희생된 자(음악가, 체육공로자 등도 포함)의 가족을 말하며 그 범주가 넓고 다양하다. 


북한에서 보훈대상자의 위계는 김일성 빨치산 가족 → 빨치산 미망인 가족 → 한국전쟁 피살자(민간인) 가족 → 한국전쟁 전사자(군인) 가족 → 한국전쟁 영예군인 가족 → 노력영웅 등 국가공로자 가족 순으로 예우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애국열사, 혁명투사, 영예군인 등 용어에서 보듯이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및 국가발전에 공헌한 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남한과는 달리 혁명이라는 상징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보훈제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적용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8·15해방 전 국내외에서 일제를 반대한 투쟁과 8·15 이후 남한에서 미국을 반대하는 투쟁 및 혁명적 투쟁을 한 자, 민족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정치·군사·경제·과학·문화·예술 기타 사업에서 공훈을 세운 자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둘째, 한국전쟁 또는 민족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불구로 된 자 및 사망자의 유가족이다. 셋째, 제대군인 및 영예전상자들이다. 넷째, 조선 인민군대 전사 및 하사들의 부양가족이다. 


남북한 보훈정책 통합의 관건


통일한국의 보훈정책 방향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이 논의할 수 있겠다. 우선, 남북한 보훈정책 등의 상이점에 대한 보완문제이다. 남북한 보훈제도가 이념과 체제의 차이로 불가피한 상이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통일한국의 보훈제도의 공통지향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향후 통일에 대한 남북한 보훈체계의 통합 시 보훈정책의 목적과 수단에 있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부분을 어떻게 탈각하고 국가와 민족에 헌신한 보편적인 보훈정책 및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둘째, 한국전쟁 참전자 등에 대한 적대적 문제 해결이다. 남북한 보훈제도의 통합을 통한 국가유공자의 예우 및 생활보장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으로는 남북한 보훈제도 대상자의 두 축인 항일독립운동가와 한국전쟁 참전자에 대한 상호 적대적인 평가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야 하는가가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6·25의 경우 상대방의 적이 국가유공자로 되어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 법률제정에서의 문제점이다. 통일원칙은 자유, 평화, 민주, 평등, 복지를 민족성원 모두에게 고루 보장해 주는 체제가 형성되어야 한다. 남한의 연금은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보상의 형태로 지급되는 데 반해 북한의 경우는 요직등용, 진학, 승진, 배급, 주거, 의료 등에서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위와 같이 상호 다른 보훈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통일 후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국제환경과 조화된 보훈정책이다. 21세기 보편적인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보훈정책이 갖는 국가적 가치와 민족적 통합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통일 한국을 대비하는 보훈정책의 과제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및 국가사회의 환경은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국가 운영과 그에 따른 보훈정책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보조를 맞추어 개선되어야 한다. 


다섯째, 대상자 기준의 엄선이다. 현행제도처럼 남북한의 이념화된 제도로는 통일 이후의 국민통합에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상징성을 완화하여 제도의 보편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북한 공산정권의 수립과 체제유지와 관련된 핵심계층, 전쟁발발에 책임이 있는 관료, 정치군인·안전원 출신 등은 일반적인 보훈대상자와는 구분 처리되어야 할 것이며 체제유지 차원의 국가공로자 등은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남한의 보훈대상자 가운데서도 순직, 공상공무원, 국가사회발전특별유공자 등 역시 배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여섯째, 세계 수준에 걸맞은 복지정책이 실현되어야 한다. 통일국가를 위해 희생을 당했거나 공훈을 세운 자에게 국가가 응분의 보상으로 그들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높은 공훈과 명예를 선양함으로써 통일국가의 안전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훈복지정책이 설정되어야 한다. 즉 통일국가 공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삶의 질이란 1)소득보장정책 2)보건의료 서비스 정책 3)복지시설 서비스 정책 4)여가활동 서비스 정책 등 4가지 측면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주민들 간에 갈등의 최소화 문제다. 남북한 보훈정책 통합의 관건은 김씨 세습 3대를 탈각시키고, 남북한의 보훈대상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상징성의 존재, 지원제도 및 적용대상의 동질화, 보훈대상자의 포용성 등이 충분이 고려되어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통지향점 찾아가는 노력 게을리하지 말아야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남북한의 보훈정책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남한은 국가유공자들을 예우함으로써 그들의 나라사랑정신을 기려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가계의 우상화·신격화를 위해 보훈대상자들을 예우하고 이들에게 3김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내어 인민들이 그들의 충성심을 본받아 후세도 3김에게 복종과 충성을 다하도록 독려하는 체계가 북한의 보훈제도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통일 한반도의 보훈정책은 통일한국의 독립, 건국, 통일 유공자와 그 유족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복지의 방향으로 통합되어야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남북한 주민들의 가치관 정립을 통해 정체성 확립은 물론 사회통합의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통일 한반도의 보훈정책이 성공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통일에 앞서 남북한 보훈정책과 제도의 통합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기준과 사회적 인식의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 남북한 보훈제도가 이념과 체제의 차이로 불가피한 상이점이 있음에도 통일 한반도의 공통지향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통일 한반도의 보훈정책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보훈이념과 조화를 이루면서 복지 측면을 충족시키고 동시에 국민통합의 정신적 토대를 이루어갈 수 있는 정책으로써 남북한 주민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통일 한반도의 보훈제도와 정책은 보훈대상 집단의 동질화가 이루어지게 하여야 하며 남북한의 보훈대상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상징적 기제를 창안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필자 유영옥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에서 Faculty로 재직하다 귀국해 경기대학에서 국제대학장, 통일안보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칼빈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국가보훈학회장직도 맡고 있다. 국무총리실 기획위원, 행자부 기록위원, 국정원·국방부·통일부·국가보훈처·민주평통 등에서 상임위원장, 심사평가위원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역임했다. 사법, 행정, 입법, 지방, 외무고시 출제위원을 지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등 주요 일간지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MBC 해설위원, KBS 패널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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