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 Theme. 4 정의로운 보훈, 새 정부에 바란다
페이지 정보
본문
보훈제도 문제점과 ‘공정과 상식’ 위한 방향성
국가 위해 목숨 바친 공로를
살아 돌아온 자의 공로보다 낮게 예우하는 나라는 없다
정리 | 편집부
월간 『순국』에서는 5월 10월 윤석열 정부 출범을 맞아, 정의롭고 미래지향적인 보훈제도로의 전환을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①우리나라 국가보훈제도의 문제점 ②나아갈 방향 ③새 정부에 바라는 점 등 세 가지 질문을 제시했고, 김시명(순국선열유족회 명예회장·ROTC 8기 2대 회장), 김기봉(순국선열유족회 부회장·광복회 비상대책위원장), 김주원(순국선열유족회 부회장·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 지부장), 이항증(임시정부 국무령 이상룡 증손자·광복회원),이정은(월간 순국 편집위원·국가보훈처 연구원), 김대중(부천시박물관장·전 전쟁기념관 학예부장), 김영조(순국선열유족회 사무총장·김준모 의병장 손자) 등 일곱 분이 정성 어린 답변을 보내주었다.

우리나라 국가보훈제도의 문제점에 대하여
김시명 보훈과 복지에 대한 확실한 구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대개 보훈과 복지가 혼합된 상황이다. 보훈처가 독립된 부로 존재하지 못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대개 정부의 편제를 보면 사회복지 부서 밑에 보훈팀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훈=복지’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보훈과 복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김영조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보훈기본법 제4조에 의한 희생과 공헌에 따라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목소리가 큰 다수 세력에 의한 양적 예우에 치우쳐 신뢰성을 잃게 되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정신, 즉 보훈정신이 상실되어가고 있다. 국가유공자 중 최고의 예우를 받아야 할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이 사실상 최하위의 예우를 받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기봉 1960년대 초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등급이 결정될 당시, 생존한 애국지사들은 자신이 소지한 자료와 구술로 등급이 결정되었지만, 순국선열은 일제 기록자료에 의거함으로써 대체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가 제도적 차원에서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결여된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이항증 행사 때마다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을 하는데 국가의 위패봉안소가 없다. 국민의 부끄러움을 생각해야 한다.
이정은 우선 보훈정책에 대한 일관된 철학과 원칙이 없다. 순국선열보다 애국지사가 더 큰 혜택을 받음으로써 가치의 전도가 심각하며, 민주화 유공자가 보훈 대상자로 포함되면서 국가보훈제도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혼란되었다.
김대중 ‘독립·호국·민주’ 정신과 그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엄연히 실재하는 이른바 ‘친일·좌익(좌파)·반민주주의’의 문제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독립유공자의 친일 관련성 평가에서 공과를 반영하지 않고 순결한(?) 인물만을 찾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밀정 등의 활동을 한 사람들이 버젓이 순국선열로 안장되어 있는 문제 등도 공적 재심을 통해 되짚어볼 일이다.
‘정의와 통합’ 시대에 맞은 보훈제도가 되려면

김영조 우리의 목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계 속의 위대한 국가를 이룩함에 있다. 그러나 그 첫 번째 기반인 국민통합을 기하지 못하고 광복 76주년 동안 갈등과 혼란만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통합은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국민정신교육’이 필수적이며, 그 중심에는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요, 민족정기인 ‘순국선열의 정신’을 국민정신으로 하는 범국민정신운동이 국가보훈정책상 최우선 과제이다.
김기봉 정의로운 통합을 위해서는 국혼이 바로 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혼은 바로 독립정신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전문에 3·1정신과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1919년 4월 11일 임시의정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민주공화제’라는 국체가 결정되었다는 사실과 모든 독립유공자들에게 국가가 건국공로훈장을 수여한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에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 운운하는 작태는 분열의 명분을 주고 있음을 직시해 국혼을 바로 세우는 정책이 최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또 역사적 인물들은 누구나 다 공(功)과 과(過)가 있을진대, 국민 각자의 사상과 생각대로 주장은 할 수 있을지라도 국가적 차원의 공과를 밝혀 총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
김시명 국가의 구성요소에는 정신요소와 물질요소가 있고 국가의 정책은 상징정책과 실질정책으로 나뉜다. 상징정책은 정신요소를 실현하는 정책이고 실질정책은 물질요소를 실현하는 정책이다. 상징정책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실질정책은 각 분야에 국한되어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상징정책이 실질정책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다. 정의와 통합은 바로 상징정책을 바로 세울 때 실현이 가능해지고 그 상징정책의 중심에 보훈정책이 있다. 정의와 통합은 정권과 관계없는 보훈정책을 수립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이정은 정의로운 보훈이 되려면, 우선 보훈정책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위상을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보훈정책에 대한 일관된 원칙과 보훈의 가치체계를 정립해야 하며, 5·18 민주화 유공자가 국가유공자라면 그 선정과 관리도 국가보훈처로 일원화해야 한다.
이항증 가장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면 국가는 가장을 대신해 자기 가족같이 돌봐주어야 한다.
김대중 ‘독립·호국·민주열사’들이 처했던 시대정신에 초점을 맞춰, 여기에 부합하는 보훈제도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 통합과정에서의 사회갈등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검토되었으면 하고, 특히 보훈제도가 이념 혹은 정파에 따라 기준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게 바라는 점
김시명 세계 어느 나라든 건국공로를 보국공로 아래 두는 나라는 없으며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공로를 살아 돌아온 자의 공로보다 낮게 예우하는 나라는 없다. 건국공로 중에 순국선열의 공로가 애국지사(생존지사)의 공로보다 훨씬 높은데 그 예우와 지원은 생존지사와 그 후손들에게 치우쳐 있다. 이를 바로 잡는 것이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이며 정부의 보훈정책을 국가보훈 기본법에 맞게 정상화해 줄 것을 바란다.
김주원 조국독립을 위해 투쟁하다가 순국하신 분들과 유족들은 제때 정당하게 충분한 예우와 보상을 받지 못했다.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가 ‘공법단체’로 전환되어 출범할 수 있도록 공정과 상식의 상징인 윤석열 정부에 강력한 지원을 요청한다.
김영조 우리의 염원인 평화적 남북통일도 우리 민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순국선열의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순국선열에 대한 형식적 묵념만 할 것이 아니라 ‘순국선열추념관’ 건립을 통해 국민들이 기리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시급하며, 그 유족들을 육성하기 위한 ‘순국선열유족회’를 공법단체로 설립하고, 유족보상금도 누구나 2대 보상을 받도록 공정하고 정의로운 보훈정책을 실현해 주길 기대한다.
김기봉 모든 국가 행사장의 국민의례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해야 하는 이유를 온 국민이 다 알 수 있도록 초등 교육부터 국혼을 정립해 줄 것을 강력히 소망한다.
이항증 유족이 서훈신청 자료를 찾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어렵다. 대개 한두 가지만 나오면 신청하고 만다. 민주국가라면 무식하고 못 배운 사람도 지역별, 가나다별 ‘인물사전’이라도 만들어 조상의 공적을 찾을 수 있도록 국민에게 안내해주어야 한다. 참고로, 남녀평등 100년이 넘었다. 아직도 보훈처에 미망인(未亡人)회가 있는데 모욕적인 이름은 바꾸었으면 좋겠다. 새 정부에서는 돈 안 드는 이것부터라도 고쳤으면 좋겠다.
김대중 ‘보훈제도의 순항을 위한 보훈 관련 단체의 정비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어떤 공법단체는 누구를 위해 이 단체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반면 어떤 사단법인 단체는 30여 년을 국민성금을 비롯한 자체 기금으로 어렵게 운영해오면서도 국민의 기대감에 부응해왔다. 이들은 공법단체로의 전환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이 없는 실정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보훈제도의 취지에 맞게 선도적 역할을 하는 보훈단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이정은 사회통합은 적당히 끌어안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 크든 작든 국가공동체의 지향과 가치에 손상되는 범죄, 탈법, 불법은 엄격하게 규제 처벌하고, 고착되려 하는 우리 사회의 특권층을 없애고, 법과 기회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며,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또 개개 경제 주체들에게는 자율성을 주어야 하며, 사회 지도층에게는 국방, 세금 등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