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 대한민국은 좋은 헌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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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가장 아름다운 약속,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1)
헌법은 행복한 국가의 미래상
나와 당신을 지켜주는 힘
글 | 이효원(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꽤 괜찮은 나라이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좋은 헌법을 가졌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헌법적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불안하고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는 헌법에 잘 나타나 있다. 대한민국은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1948년 좋은 헌법을 제정하여 그 헌법적 가치를 지향점으로 삼아 지난한 상처를 극복해 왔다. 이제는 역사적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바로 평화와 통일이 그 길이다. 헌법의 보편적 미래상이 평화라면, 한반도의 특수한 미래상이 통일이다.
인공적인 인격체인 국가 역시 어떠한 국가공동체를 만들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이지를 고민해야 한다. 국가의 지향점을 밝혀주는 이정표이자 등대가 곧 헌법이다. 현대국가에서 헌법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면, 구체적 개인의 자기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개인이 고유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적 자기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헌법이 무엇인지가 드러났다. 바로 헌법은 국가의 기본적인 철학과 비전이며, 행복한 국가의 미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러한 국가의 구성원이고, 국가는 ‘나’를 위해 존재한다. 대한민국을 읽어내는 헌법의 세 가지 구성 요소 이제 대한민국의 헌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째, 헌법은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국가권력을 배분하는 기술이다. 둘째, 나를 포함하여 모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다. 셋째, 국가, 사회, 개인이 공통적으로 준수하고 발전시켜야 할 기본적 가치질서이다. ▪ 첫째, 국가의 구성원리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초를 이루는 정치사상과 국가이론은 고조선 이래 조선까지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치철학을 발전시켜 만든 것이 아니다. 19세기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으로부터 근대국가의 정치사상을 수입한 것이다. 영국을 시작으로 서양의 근대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최고의 이념으로 설정하고, 국가권력의 폭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국가가 개인을 억압하지 않도록 국가권력의 행사를 통제하기 위한 규범적 장치로 만든 것이 헌법이다. 헌법은 영어와 프랑스어로는 Constitution, 독일어로는 Verfassung이라고 한다. 그 사전적 의미는 ‘구성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무엇을 구성하고 조직하는 것일까. 바로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헌법은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이에 권력을 배분하는 것이 본래적 의미다. 우리 헌법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구성원리로서 헌법은 양면성을 가진다. 한편으로는 국가기관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범위와 절차로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통제수단이기도 하다. ▪ 둘째,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이다. 개인은 본질적으로 국가보다 우월하다. 국가가 개인을 위해 존재하지, 개인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때 그 존재이유가 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국가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국민이 주권자로서 국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속성을 가진다. 국가권력을 최종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본질적으로 믿을 수가 없다. 즉, 헌법은 절차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이 제정해야 한다. 국가기관은 헌법이 자신에게 부여한 권한을 정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권력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행사될 때에만 정당화된다. 또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 경우에는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헌법재판이다. ▪ 셋째, 개인과 국가가 지켜야 할 대한민국의 핵심적 가치이다. 헌법을 중국어와 일본어로는 憲法이라고 하여 ‘법의 법이자, 최고의 법’이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헌법은 국가의 미래상이므로 좋은 헌법을 가진 국가만이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자원이 풍부하고 건강한 국가라도 좋은 헌법을 가지지 못하면 그 국가는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러한 국가에서는 개인이 행복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 헌법 : 전문, 10장, 130개 조항, 부칙으로 구성 현재 대한민국은 꽤 괜찮은 나라이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좋은 헌법을 가졌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헌법적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불안하고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는 헌법에 잘 나타나 있다. 대한민국은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1948년 좋은 헌법을 제정하여 그 헌법적 가치를 지향점으로 삼아 지난한 상처를 극복해 왔다. 이제는 역사적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바로 평화와 통일이 그 길이다. 헌법의 보편적 미래상이 평화라면, 한반도의 특수한 미래상이 통일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여 1948년 제정되었으며 그 이후 9차례 개정되었다. 그 동안 정부형태와 권력행사에 관한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지만, 그 핵심적 가치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 10장, 130개 조항,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에서는 헌법의 역사와 이념을 선언한다. 본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1장 총강에서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제2장에서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 그리고 제3장에서 제10장까지는 국회 등 국가기관의 조직과 운영, 그리고 헌법개정에 대해 규정한다. 부칙에서는 헌법시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 좋은 헌법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자. 헌법적 가치의 실현은 나라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한다. 애국이란 국가 자체에 대한 충성과 존경으로 이해하면, 이는 권력자의 이데올로기가 되기 쉽다. 애국은 국가의 헌법적 가치에 대한 사랑이 되어야 한다. 이때 비로소 국가를 사랑할 수 있고, 애국은 가치로운 것이 될 수 있다. 헌법이란 규범학이고, 가치판단의 문제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상대적이고, 개인의 관점에 따라 주관적이다. 헌법적 가치 역시 보편타당성을 갖기 어려우며,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추상적인 헌법적 가치를 특정한 해석의 틀로 강요하게 되면, 다수에 의한 폭력적 지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추상적인 선을 구하기보다 구체적 악을 제거하는 것이 보다 명확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선한 가치는 추상적이어서 잘 보이지 않고 알기도 어렵다. 악한 표상은 구체적이어서 보다 잘 드러나고 알기도 쉽다. 따라서 헌법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찾아 실천하기보다 반헌법적 모습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헌법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버젓이 반헌법적인 행태를 자행하는 현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소극적으로 파괴되지 않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그 가치가 실현되어야 한다. 이 또한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