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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 시대에 따라 헌법도 바뀐다 : 개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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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가장 아름다운 약속,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2)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개정 주도해야 

권력 집중과 남용 억제, 국민의 자유와 행복 극대화


글  |  이기우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개정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좋은 개정과 나쁜 개정은 있다.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권력을 집중시키는 헌법개정은 나쁜 헌법개정이다.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억제하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는 헌법은 좋은 헌법개정이다. 이러한 헌법개정을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시대가 요구하는 개헌이 실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쁜 헌법개정으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되었다. 대한민국은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고 있다. 임시정부의 헌법인 대한민국임시헌장은 1919년 4월 11일 제정되어 헌법, 약헌, 헌장 등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5차에 걸쳐 개정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현재까지 9번에 걸쳐서 개정되었다. 일부에서는 헌법이 너무 자주 개정된다고 비판을  한다. 이에 대해 헌법을 손질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헌법 개정의 의미 : 

정치나 경제 실패보다 헌법의 실패가 더욱 심각


헌법은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같다. 헌법은 국가기관이나 국민에게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한다. 내비게이션에 처음부터 결함이 있거나 도로나 교통체계 등 교통환경이 바뀌었다면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비게이션에 맞추어 운전을 해도 목적지에 갈 수가 없게 된다. 헌법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제정된 헌법에 결함이 있거나, 헌법 제정당시에 예측하지 못했던 헌법환경의 변화가 있게 되면 헌법을 개정해 주어야 한다. 정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경제위기는 헌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경고음이다. 이에 헌법경제학을 창시하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뷰캐넌은 정치의 실패보다도, 경제의 실패보다도 헌법의 실패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달러가 넘고,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중의 하나인 스위스는 1848년에 연방헌법을 제정한 이래 약 200회에 걸쳐 헌법을 개정하였다. 거의 매년 연방헌법을 개정한다. 지방정부인 26개 칸톤의 헌법도 자주 개정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년 수차례에 걸쳐 헌법개정을 한다.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1949년 연방헌법이 제정된 이래 63회에 걸쳐 헌법개정이 있었고 개정된 조문은 235개조에 이른다. 독일의 26개 주(州)의 헌법도 자주 개정되므로 독일도 매년 수차례의 헌법개정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은 헌법개정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연방헌법도 1787년 제정된 이래로 27개조에 달하는 헌법개정이 18번 있었다. 미국에서 일상생활과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주헌법에서 규율하고 있고, 주헌법은 연방헌법보다 훨씬 자주 개정이 이루어진다. 예컨대 뉴욕주의 경우 1938년 이래 228회에 걸친 헌법개정이 있었다. 미국에 50주가 각각 헌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도 헌법개정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70년이 넘는 헌정사에 9번의 헌법개정을 너무 빈번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더구나 헌법제정과정에 정치적 이해관계로 처음부터 심각한 왜곡이 있었고, 한국의 헌법환경이 매우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헌법개정을 너무 게을리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욕의 헌법개정사 :

70년 넘는 헌정사, 9번의 헌법개정 이뤄져

 

9차에 걸친 대한민국의 헌법개정은 헌법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고, 퇴보를 가져오기도 했다. 1948년 헌법기초위원회가 제안한 헌법초안은 의원내각제를 기본으로 하였으나 이승만 제헌국회의장의 강요로 하루아침에 내용이 바뀌어 제헌헌법은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였다. 그 후 9차례의 헌법개정 중에서 대통령이 주도한 것은 6번이고, 국회가 주도를 한 것은 3번에 불과하다. 9번 중에서 4번은 임기연장이나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었고, 2번은 군사정변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독재를 방지하고 헌법의 발전을 위한 헌법개정은 2번에 불과하였다.


이승만 정부하에서 두 번의 헌법개정이 있었다. 제1차 헌법개정은 6.26전쟁 중인 1952년에 이승만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대통령을 국민직선으로 변경하기 위한 것이었다. 무소속의원이 국회의석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이 이승만대통령에게 불리하였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을 권력자의 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였고, 발췌개헌안을 공고기간 없이 의결하여 헌법상의 개헌절차를  위반한 나쁜 선례를 남겼다. 제2차 헌법개정은 초대대통령에 한해 임기제한을 배제한 헌법개정으로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었다. 의결정족수에 미달로 부결을 선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결정족수를 사사오입하여 결과를 번복하였다는 점에서 위헌이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대통령이 사퇴하고 5.16 쿠데타이전에 두 번의 헌법개정이 있었다. 제3차 개헌은 대통령의 권력남용으로 인한 독재정치를 방지하기 위하여 의원내각제로 정부형태를 바꾸었다. 제4차 개헌은 반민주행위자처벌을 위해 헌법에 근거조항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화된 헌법은 불과 11개월만에 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다.

박정희정부 하에서 3번의 헌법개정이 있었다. 5.16 쿠데타로 등장한 군사정변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1963년에 제5차 헌법개정이 있었다. 의원내각제요소를 제거하고 대통령제로 정부형태를 전환하여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켰다. 1969년의 제6차 개헌은 대통령의 중임제한을 폐지하여 3차재임을 가능하게 하였다. 박정희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이었다. 1972년에 실시된 제7차 개헌으로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고 입법부를 약화시키는 이른바 유신헌법이 탄생하였다. 

제8차 개헌은 군부세력이 권력을 장악한 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루어 졌다.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하였으나 7년으로 했으며 권위주의적 지배체제를 유지하였다. 전두환정부 하에서 6.10 민주화운동이 전개되었고 그 결과로 대통령직선제를 도입하는 제9차 헌법개정이 1987년에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제도가 도입되어 헌법이 살아있는 법으로 기능을 하기 시작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을 실질화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고, 수도이전위헌결정이나 탄핵심판을 통하여 국가중대사를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현행헌법에서 유신헌법의 독재적인 요소가 많이 삭제되기는 하였으나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독재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직선제 하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는 유지되고 있다.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로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이 초래되어 정치는 실패하고, 역대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불행이 초래되고 있다. 


헌법개정의 전망과 과제 :

다수 권력주체 참여, 견제와 균형 가능한 헌법개정 요구  


1990년 초반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를 치유하기 위하여 입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기 위해 내각제개헌이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시도되기도 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2016년에는 박근혜대통령이 탄핵되고, 헌법을 개정하기 위하여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다. 2년에 가까운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야간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국회의 헌법개정안조차 작성하지 못하였다. 

헌법개정특위의 자문위원회가 2018년에 헌법개정안을 작성하였으나 여야간의 정쟁으로 국회에서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2018년 3월 26일에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야당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었다. 특기할 것은 2020년 3월 6일에 시민단체들이 주도하여 국민발안을 위한 헌법개정안이 국회의원재적과반수의 날인을 얻어 발의되었다. 하지만 국회의결과정에 미래통합당이 불참하여 의결정족수미달로 무산되었다. 

1987헌법이 헌법이 개정된 이후 30여년 동안 헌법환경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특히 지식정보사회의 도래는 국가의 권력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답이 있는 사회에서 정답이 없는 사회로 전환되면서 분권을 통한 위험의 분산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에 입법·행정·사법간의 수평적인 권력분립이 강화되어야 하고, 국가와 지방정부간의 수직적인 권력분립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견제와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분권적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즉, 가능한 많은 권력주체들이 정치에 참여하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남용을 방지하는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헌법개정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좋은 개정과 나쁜 개정은 있다.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권력을 집중시키는 헌법개정은 나쁜 헌법개정이다.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억제하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는 헌법은 좋은 헌법개정이다. 이러한 헌법개정을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시대가 요구하는 개헌이 실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쁜 헌법개정으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개정도 주도할 수 있도록 절차에 관한 헌법개정도 실현되어야 비로소 헌법이 국가기관과 국민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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