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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 우리 헌법엔 건국의 어버이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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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가장 아름다운 약속,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3)


헌법 전문, 우리 사회 이해하는 근원 

그 안에 미래의 길 열려 있어


글 | 강경선(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에는 ‘헌법의 어버이들’혹은 ‘건국의 어버이들’(Founding Fathers)이 없다. 미국 같으면 조지 워싱턴부터 프랭클린, 제퍼슨, 매디슨과 같은 인물들이 건국의 아버지들로 칭송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간디를 비롯해서 네루나 파텔과 같은 다수의 인물을 건국의 어버이들로 숭앙한다. 우리는 왜 없는 것일까? 사실은 우리에게도 헌법의 어버이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순국선열만 하더라도 대략 15만 명에 이른다. 그 대표자들만 꼽아도 너무나 많다. 역사관의 충돌 때문에 그 누구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어버이 없는 고아의 신세가 되었다. 



작년은 3·1운동 100년을 맺은 해였다. 성대한 기념행사는 많았지만 우리 사회에 깊이 맺힌  역사적 갈등의 매듭들은 전혀 풀지 못했다. 오히려 토착왜구론과 친북·친중론의 충돌 등으로 더욱 소란한 한 해를 보냈다. 금년 들어서도 코로나 역병이 좀 잦아드나 싶더니 위안부문제와 친일인사들에 대한 현충원 파묘 주장이 나와 다시금 역사논쟁이 가열화 되고 있다. 이 같은 진영간의 적대적인 역사관은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우리 사회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그 누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만든 내외로부터의 시련과 도전에 대해 맞서 생존하려다 보니 많이 굳세지고, 영악해지고, 지혜로워졌다.  

왕조시대의 종결과 봉건제도의 불식, 식민시대에 대한 저항과 독립운동, 맨바닥 가난과 무지로부터의 자립과 건국, 동족간의 전쟁과 분단 상황, 군부정권의 종식과 민주화, 정보혁명과 세계화 시대에 국가간 경쟁 등 우리는 계속되는 대결구조 속에서 숨막히는 바쁜 100년을 살아온 것이다. 그 가운데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 등등 수준높은 업적을 쌓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21세기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 기적과도 같은 우리의 발전 속도에 세계의 칭찬도 자자했다.   




민주 발전 저해시키는 소모적 역사논쟁 극복되어야

과거는 악바리같이 싸우면서 부도 쌓고,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돌아보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고난과 수모와 상처로 점철되었던 시대였다. 따라서 악몽과도 같았던 과거의 경험에서 하루빨리 탈출하여 더 멋진 나라를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다시 어리석은 민족으로 지탄받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확실한 선진국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면서 세계를 향하여 많은 모범을 보여주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적개심에 불타는 극단적인 내부 갈등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구태의연하고 소모적이며 고식적인 역사논쟁은 이제 극복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헌법의 어버이들’혹은 ‘건국의 어버이들’(Founding Fathers)이 없다. 중고등학교에서나 대학에서나 교과서에 이런 용어가 없다. 미국 같으면 조지 워싱턴부터 프랭클린, 제퍼슨, 매디슨과 같은 인물들이 건국의 아버지들로 칭송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간디를 비롯해서 네루나 파텔과 같은 다수의 인물을 건국의 어버이들로 숭앙한다. 우리는 왜 없는 것일까? 사실은 우리에게도 헌법의 어버이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순국선열만 하더라도 대략 15만 명에 이른다. 그 대표자들만 꼽아도 너무나 많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역사관의 충돌 때문에 그 누구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어버이 없는 고아와 같이 되었다. 이미 해방 70년을 넘어섰고, 21세기 선진 한국이라 자부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조선왕조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폐를 보라. 현대인물이 하나도 없다. 오로지 조선시대의 훌륭한 분들로 채워져있다. 광화문 세종로에도 동상은 여전히 왕조시대다. 정치 진영간 심한 논란이 초래한 이런 시대착오적인 문화는 부지부식간에 우리 국민을 봉건왕조시대의 복고적 시민으로 붙잡아 맴으로써 민주공화국으로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있다.  


세계 헌법 참조한 우리 헌법, 더 발전시키면 최고 헌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나라다. 이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다. 깊은 문화적 전통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기적을 현재화시킬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의 당위는 미래에 있다. 우리도 한번쯤은 세계사에 우뚝 설 수 있는 그런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많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자만심에 빠질 수는 없다. 우리의 빠른 성장은 여태까지 주로 후발국가로서의 성과였다. 선발국가를 모방하여 추월하는 캐치업(catch-up) 국가였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도국가가 되어야 진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에 의존하는 바가 컸고, 근현대에 와서 접하게 된 새로운 문화문명은 모두 서양에 빚을 지고 있다. 외국에 의존한 바가 컸다고 해서 크게 부끄러울 일은 아니다. 세계역사를 통해서 보면 대부분의 나라들의 외국의 것을 모방하고 수입하면서 시작했다. 요체는 수입한 외국의 문명을 어떻게 다루고 발전시키느냐에 있다. 스페인과 비교하면 네덜란드가 후발국가고 네덜란드에 비하면 영국이 후발국가고, 영국에 비해서는 미국이나 독일이 후발국가고, 독일에 비해서는 일본이 후발국가다. 

헌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독일, 미국, 일본 등의 나라들을 많이 참조해서 만든 것이다. 한 동안은 외국의 것을 모방한 우리 헌법에 수치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이 발달할수록 외국의 헌법이 아니라 우리의 헌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운영방법이나 새로운 일부제도가 추가되기도 하면서 변형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급한 과제는 역사관의 정립이다. 케케묵은 친일과 빨갱이 논쟁은 우리나라의 생존과 이익을 위하여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개심에 불타는 상대 진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인정이 꼭 필요하다. 


서로 공존하는 절제적인 역사관 갖는 것 너무나 절실  

필자는 모든 국민들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정독하기를 권한다. 이 법은 우리 대한민국이 건립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집단을 명기하고 그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전몰군경과 전상군경, 4.19혁명 사망자와 부상자가 등과 더불어 평시에 순직한 공무원이나 순직자도 포함되어 있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기여를 했다는 것만 인정한다면 어떤 특정집단이 자기들만이 우리나라를 만든 것이라는 주장은 독선이 된다. 그러므로 공존하는 절제적인 역사관을 갖는 것이 바로 민주공화국을 이루는데 꼭 필요하다.

한편, 우리는 「국가보훈 기본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 18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보훈대상자에게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하는 예우 및 지원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특정 집단이 자기들만이 이 나라를 만든 것이라는 독단적 주장은 지양되어야 마땅하며, 이와 더불어 ‘희생과 공헌에 상응하는 예우 및 지원이 반드시 함께 맞물려 실행될 때에야 바람직한 공화국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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