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 동아시아 국제정세와 영토갈등, 그리고 한국
페이지 정보
본문
Special Theme. 통일한국을 꿈꾸며 : 대한민국 영토 이야기 (1)
동아시아의 소리없는 전쟁, 현재 진행형
남과 북 공존하는 한민족 이익 우선
글 | 김학준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국가에 있어서 영토문제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무엇보다 우선순위인 관심 사안이다. 특히 다른 나라와 분쟁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때로는 국가나 정부의 명운을 걸고 영유권 문제로 인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동아시아는 곳곳에 이러한 영토갈등의 요소를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일 사이에 독도 문제가 있고,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는 북방 4개 도서의 영유권 문제가 있으며,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센카쿠(尖閣)-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갈등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은 무엇이고 남과 북을 통튼 한민족의 민족이익이 무엇인가를 같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신(新)냉전의 동아시아 국제정세, 미·중 대결 구도
오늘날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는 어느 무엇보다도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특징지어지고 있다. 두 강대국 사이의 대결은 무역전쟁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통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무역전쟁이라는 포장 아래 실제로는 중국에서 공산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몇몇 관찰자들의 분석이 사실이라면,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은 상황에 따라서는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강력하게 비난하고 중국이 같은 강도(强度)로 격렬하게 비난하는 것도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현재 일본은 미국 편에 서 있고 러시아는 중국 편에 서 있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동아시아의 중요한 국가들이 모두 휘말리는 전쟁으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흔히 ‘신(新)냉전’이라고 불리는 이처럼 불안정하면서 유동적이고 폭발성을 지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바로 영토갈등이다. 영토갈등은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으니, 영유권 분쟁, 경계선 분쟁, 자원배분 분쟁이 그것들이다. 어느 섬이나 섬들, 육지에서의 어느 지역이나 지역들에 대한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영유권 분쟁이고, 해상에서나 육지에서 경계선을 어떻게 획정해야 하느냐를 둘러싼 분쟁이 경계선 분쟁이다. 이 두 분쟁은 자연히 자원배분 분쟁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바다에서 경계선이 어떻게 획정되느냐에 따라 배타적 경제수역의 획정이 달라지게 되고 자원배분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영토갈등은 격화되는 경우 폭발성이 높아진다. ‘잃어버린 땅(irredenta:失地)’을 되찾아야 한다는 ‘실지회복운동(irredentism)'으로 확대되는 경우, 전쟁우선주의(jingoism)로 연결되면서 전쟁을 부추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영토갈등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동아시아 영토갈등의 현황, 더욱 다양하게 전개

현재 동아시아는 곳곳에 이러한 영토갈등의 요소를 안고 있다. 우선 중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다. 대륙을 차지한 중화인민공화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구호 아래 대만의 중화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화인민공화국에 귀속되어야 할 자신의 영토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중화민국은 그러한 주장에 반대한다. 오늘날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중화민국 정부는 중화민국의 독립, 쉽게 말해, 대만의 독립을 제의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제의에 호의적으로 대응하면서 만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중화민국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경우 중화민국을 군사적으로 적극 지원할 태세를 과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 대만 및 일본 사이에는 중국은 다오위다오(釣漁臺)라고 부르고 대만역시 다오위다오라고 부르지만 표기는 釣漁島라고 하며, 일본은 센가쿠시마(尖閣島)라고 부르는 섬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에서 대만,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베트남 등이 모두 개입된 영유권 또는 경계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분쟁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그 귀추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중국은 인도와도 여러 곳에서 영유권 분쟁과 경계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에 히말라야산맥 부근의 한 지점에서 쌍방이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이 그것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는데, 7월에 들어와서는 한 호수에 대한 영유권을 둘러싸고 다투고 있다.
한국의 영토 독도에 대해 일본은 부당하게도 영유권을 놓고 도전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면서 일본의 이 도전을 성공적으로 물리치고 있지만, 일본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고 시도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학생들과 국민들에게 일본이 되찾아야 할 자기네 영토라고 강변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무력을 써서라도 자기네로서는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르는 이 섬을 탈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는 이른바 북방4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한다. 2차 대전의 결과, 승전국 구소련은 국제협정에 따라 구소련의 사할린과 일본의 홋카이도 사이에 흩어져 있는 네 개의 섬에 대한 영유권을 확보했고 그 영유권은 구소련의 계승국인 러시아로 귀속됐는데도, 패전국이었던 일본은 그 섬들을 되찾아야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도 경계선 분쟁이 잠재해있다. 북방한계선(NLL)이라고 불리는 해상에서의 경계선이다. 1953년 7월 27일에 성립된 조선=한국휴전협정은 육상에서는 군사분계선(MDL)을 설정했고 이에 상응해 유엔군사령부는 해상에서의 분계선으로 북방한계선을 설정했던 것인데, 한국으로서는,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함해 이 선 아래에 위치한 다섯 개의 섬들을 한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수호함에 반해, 북한은 이 선이 휴전협정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유엔군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선이므로 한국의 그러한 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조선=한국’에 대한 중국의 불순한 발상 경계해야

이상에서 우선 동아시아에서 표면화된 영토갈등의 사례들을 점검했거니와, 그러나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잠재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 사례가 중화인민공화국의 한반도에 대한 흉중의 생각이다. 그것은 ‘한반도는 중국의 것’이라는 망상이다. 이러한 망상이 고구려의 역사와 발해의 역사를 포함한 조선=한국의 고대사를 모두 중국의 역사에 포함시킨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나타났었고, 심지어 삼국시대의 신라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중국의 영토였으며 고려의 역사도 중국의 역사였다는 망언으로도 이어졌었다.
지난 2017년 4월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을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해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트럼프에 따르면, 이 회담에서 시진핑은 코리아에 대해 “그것은 중국의 영토 가운데 하나였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사실 그대로라면, 중국인의 한반도에 관한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로서는 늘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대목이다.
동아시아의 향후 국제정세, 긴장의 연속 계속될 것
그러면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는 어떻게 전개된 것인가? 가장 중요하게,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 어떤 관찰자들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패권국인 미국을 상대로 도전하는 중국 사이에는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반면에 어떤 관찰자들은 회피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미국의 군사력이 압도적임을 직시하고 있는 중국이 결국 물러설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다.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필자는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기울어지게 된다.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두 나라가 입을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말싸움은 격화되겠지만, 그리고 전쟁 직전까지 갈 수는 있어도 전쟁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공산당 독재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다양한 정치공작은 계속될 것이며, 이것에 대한 중국의 반발 역시 계속될 것이어서,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긴장의 연속을 나타낼 것이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무력시위는 자칫 잘못되는 경우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미·중관계가 약화되고 있는 터에, 만일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의 세습체제가 붕괴하는 등 이른바 급변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중국은 자신이 이해당사국(stakeholder)임을 내세워 북한에 군대를 파견해 친중정권을 세우려고 하거나 심지어 북한을 동북3성에 포함시키려 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까지 나도는 것이다. 이때 미국이 무력으로 대응하는 경우, 한반도는 다시 국제전의 무대로 바뀌게 됨은 물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은 무엇이고 남과 북을 통튼 한민족의 민족이익이 무엇인가를 같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선 지켜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이다. 그 국가이익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그러한 가치관 위에서 동맹자가 누구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