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 중국의 동북공정과 잊혀진 땅 간도
페이지 정보
본문
Special Theme. 통일한국을 꿈꾸며 : 대한민국 영토 이야기 (3)
동북공정은 역사 주권 침해하는 정치적 프로젝트
중국 역사적 관성과 패권주의를 경계하라
동북공정은 단순한 중국의 ‘고구려사 빼앗기’가 아니다. 중국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도출된 ‘동북판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인 동시에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 입각해서 한(韓)민족의 고대 및 근대 역사를 한(漢)족의 것으로 귀속시키려는 역사적・문화적 패권주의 그리고 포식적인 대외 팽창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과거 중국의 영광을 회복하려는 역사 관성을 중화민족 부흥을 통한 강대국 건설이라는 미래에의 비전에 접목시키려는 ‘회귀적 민족주의’의 성격도 띠고 있음을 일러주고 있다.
중국의 국치 극복과 역사의 관성 :
강한성당(强漢盛唐)의 꿈, 역사수정주의에 빠지다
오늘 날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벌어지는 국가들 간의 경쟁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구는 그들의 역사적 관성에서도 묻어나고 있다. 게임에서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력을 효율적으로 투사할 수 있는 거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의 중국의 꿈(中國夢)으로 영글어서 추진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도 바로 이러한 역사의 관성을 매개로 하여 이뤄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되 자국에게만 유리한 기억의 주관성에 의해 100년 간의 긴 침묵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때문에 자국이 국제권력정치의 피해자라는 자기진단을 마치고 다시 중화민족의 위대한 열망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자긍심을 고취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이 과거 100년 간의 수치스런 역사에서 배운 교훈의 하나는 영토 회복이다. 이전 대제국을 건설하고 운영해 왔던 중국으로서는 개혁개방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자 경제대국을 건설하고 강력한 군사대국을 유지하면서 제국시대에서처럼 주변국들을 위압적으로 복속시키려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서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은 과거 역사에의 반성과 교훈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자국에게 유리하게 재해석하는 한편, 타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빼앗는 데 거침없는 공격적 돌파와 전진을 정당시하고 있다.
오늘날의 ‘강한성당(强漢盛唐)’의 꿈은 과거 중국이 스스로를 천하의 중심에 위치시키려 했던 것처럼 현대판 ‘팍스 치니카(Pax Chinica)’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타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동북공정으로 구체화되어 왔다.
동북공정과 역사 빼앗기
소수민족, 중화민족으로 융화시키는 국가전략

중국은 자국 중심의 중화 질서를 구축하여 서열화된 세계관을 주변에 강요해 왔다. 중국의 변강(邊疆)은 소수민족 및 영토 문제와 불가결의 요소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의 변강 문제는 자국 내의 소수민족 지위와 인접 국가들 간의 영토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 내부의 정치적 조건의 변화와 주변 정세의 변화는 중국에게 역사의 관성을 자극하여 현실을 정당화하는 역사수정주의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구체적 산물이 동북공정이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로서, 중국 동북 변경지방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일련의 연구 작업을 일컫는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개 년 계획의 이 프로젝트는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 변강사지연구중심(邊疆史地硏究中心)이 주관하여 추진해 왔다.
「동북변강역사와 현상계열연구공저의 과제」로 되어있는 연구항목은 2003년 3월 20일에 수정되었고, 그 내용은 제 1부분 연구계열과 제 2부분 자료(당안), 문헌정리와 번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분의 연구 영역은 아래와 같으며, 프로젝트 내용을 볼 때, 대부분은 한반도 과거 역사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북공정과 중국의 의도 :
중국은 당면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나라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하여 노리는 것은 한마디로 ‘고구려와 발해는 당나라의 지방정권’임을 공식화하려는데 있다. 이는 동북3성(랴오닝 성, 지린 성, 헤이륭장 성)에다 북한 지역도 포함시켜 이른바 ‘동북4성론’ 주장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중국이 한국사에서 고조선과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지워버리고 중국의 지방 정권역사로 편입하려고 시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적 배경이다. 중국이 '변경의 안정'에 입각하여, 동북3성 지역에서 조선족의 동요를 막고, 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영토와 주권 등과 관련된 정치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으로 고려하였다.
둘째, 영유권 시비 차단 목적이다. 한반도 통일 이후 통일한국이 고구려 역사를 근거로 간도 및 연변 지역에 대한 영유권 시비를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차단책이다.
셋째, 안보적 이유이다. 북한 붕괴 이후 북한으로부터의 대량 난민 발생에 대응하고, 북한 정변 발생 시 북한을 전략적으로 선제 접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동북아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중국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향후의 북한 사태와 관련해서 역사적 연고권 주장, 친중 정부 수립 강요, 선제적 무력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실제로 북한과의 국경지역에 이미 약 15만 명 규모의 군대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동북공정은 단순한 '고구려사 빼앗기'를 넘어 변경(邊境) 문제로서의 정치적 배경,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중국이 안보와 직결되는 국경선 변경(變更) 차원, 그리고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현상을 포괄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간도(間島) : 항일 민족독립운동의 성지
한(韓)민족이 약 3,000년 간 통치해 왔던 우리의 땅
동북공정 중점 연구과제에는 ‘간도문제연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동북공정 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한반도와 중국 간의 국경분쟁을 다루는 유일한 연구주제이다.
실제로 간도 지역은 단군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에 이르기까지 한(韓)민족이 약 3,000년 간 통치해 왔던 우리의 땅이었다. 조선과 청국의 변경지대인 간도는 영토 개념이 분명하지 않던 15세기 이전부터 조선인들이 개간해온 땅이다. 청국은 1712년 백두산정계비를 세우고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 지역을 봉금지역(封禁地域)으로 설정하였다. 당시로서는 청국이나 조선의 양국 통치권이 동시에 존재하는 일종의 복수 주권(multiple sovereignty)이 혼재하는 특수 지역이었다.
이후 1905년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팽창적 대륙진출 정책을 추진하면서 1909년 간도협약에서 안봉선(중국 안동-봉천) 철도 개설권을 청국으로부터 얻는 조건으로 간도를 청국에게 양여하였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대륙을 장악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함에 따라 간도지방에는 1952년 옌볜조선족자치구가 들어섰고, 1955년에는 옌볜조선족자치주로 확대 설정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간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은 항일 민족독립 무장투쟁역사의 백미(白眉)였다. 국권 회복과 자주 독립을 위한 선열의 우국충정이 서려있는 간도는 기미년 독립운동과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1주년을 맞는 금년에도 잊혀 지지 않는 민족독립운동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작금의 한·중 관계는 우리의 순수한 간도 접근마저도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중국이 한국전쟁 참전 대가로 백두산 일대 지역 할양을 요구한데 대하여 이를 수용하여 백두산과 천지(天池) 일부를 양여하였고, 북·중 관계의 미묘함으로 인해 간도 문제에 관한 시비는 더 이상 제기하지 않았다.
간도에 관한 국제적 관심은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가치에 기인하고 있다. 간도는 중국의 후두부를 가격할 수 있는 결정적 군사 요충으로서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물론이고 주요 자원의 보고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많은 지경학적 요지이다.
남기고 싶은 말 :
북한과 함께 중국의 부당성 밝히는데 최선 다하자
동북공정은 단순한 중국의 ‘고구려사 빼앗기’가 아니다. 중국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도출된 ‘동북판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인 동시에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 입각해서 한(韓)민족의 고대 및 근대 역사를 한(漢)족의 것으로 귀속시키려는 역사적・문화적 패권주의 그리고 포식적인 대외 팽창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과거 중국의 영광을 회복하려는 역사 관성을 중화민족 부흥을 통한 강대국 건설이라는 미래에의 비전에 접목시키려는 ‘회귀적 민족주의’의 성격도 띠고 있음을 일러주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에 집착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향후에도 변함없이 중국 안보에 가장 큰 시련을 안겨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한반도를 겨냥하여 그만큼이나 유리한 흔적을 남기려하고 있다.
중국이 학계에서조차 일반화된 사실(史實)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부정하는 작태는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수법이며, 동북공정은 그 전형적인 실천 사례이다. 따라서 향후 이를 둘러싼 시비곡직은 중국의 의도와 달리 불가피해 질 수밖에 없다.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은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라는 인식을 가진 자이다. 그는 공세적 중화민족주의나 중국의 패권 의지를 숨기지도 않는다. 중국은 당면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나라이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커지는 정도나 속도만큼 그 외연력(外延力)은 일차적으로 인접한 한반도에 미치게 될 것이다.
동북공정은 단순한 학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 주권을 침해하는 정치적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고구려사 및 고대사 연구에 더욱 진력해야 한다. 현재 많은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우리의 동북아역사재단은 그에 상응하여 설립 목적에 충실하고, 연구 실적을 더욱 쌓아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역사 및 영토 주권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북한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중국의 부당성에 대한 공식적 견해를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국의 변명적인 면피 언사(言辭)인 ‘일사양용론(一史兩用論)’을 제압하는 데 남북이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웃 나라에게 두렵게 여겨지지 않는 나라는 항상 업신여김을 당한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적나라한 실상이다. 중·일의 한국 관련 역사 왜곡과 역사 지우기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비롯되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근대 이전의 시기 이래 한반도는 한 번도 중국이나 일본의 친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