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 한반도의 영토문제 재인식과 통일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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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통일한국을 꿈꾸며 : 대한민국 영토 이야기 (4)
한반도, 국제관계 아닌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
통일한국 대비한 올바른 영토관 확립
글 | 조병현 (북한토지연구소장 · 지적기술사)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 영토의 범위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의 영토의식은 실학자들을 중심으로 두만강 북쪽 지역을 옛 고토로 인식하였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간도지역을 머리로, 백두대간을 척추로, 제주도와 대마도를 양발로 인식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어려서부터 ‘만주가 우리 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고, 군사분계선을 국경으로 생각하지 않고 북한지역도 우리 땅으로 인식하고 있다. 왜 영토문제인가? 국가의 재산권과 민족적 자존심에 관한 사항 우리에게 영토란 무엇인가? 영토는 과거 우리 조상들이 반만년 동안 가꾸어온 역사공간이자 문화공간이며, 현재의 생활공간이다. 사전적 의미는 ‘국가가 지배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으로 육지와 섬 등의 토지로써 성립하는 국가 영역’을 말한다. 영토를 국가의 자격 내지는 신체(身體), 국가의 본질로 본다. 한마디로 영토를 국가와 거의 동일시하는 것이다. 토는 영구불변이 아니다. 우리는 고조선과 고구려, 대진국의 대륙 역사를 이어오면서 한 때 만주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대마도를 점령하였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반도가 분단되어 섬나라가 되고 말았다. 냉전체제 이후 동유럽 국가들과 독립국가연합(CIS) 탄생에서도 보듯이 영토는 영구불변이 아니라 발생·변경·소멸을 반복한다. 영토문제는 영토의 범위와 관련이 깊다. 영토의 범위는 국토의 크고 작은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재산권과 민족적 자존심에 대한 문제이다. 영토문제는 통일한국의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는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영토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응하여 대마도 환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중국과는 이어도와 관련한 해양영유권 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고 북한과는 군사분계선과 NLL 문제로 대립하면서 서해 하구를 공동관리하고 있다. 또한 통일 이후를 상정하면, 1909년 간도협약으로 중단된 중국과의 국경회담 재개와 이에 수반한 간도 및 연해주의 귀속 문제가 상존한다. 통일을 생각 할 때 육지뿐만 아니라 영해와 영공에서 대립하고 있는 주변국과의 영토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극복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긴요하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우리가 겪고 있는 한반도의 영토문제의 재인식과 통일한국의 영토문제를 북한에 한정하여 다루고자 한다. 남북한 간의 영토분쟁 현황 : 대립적 구도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공동운명체 우리 한반도는 어떻게 허리가 잘려 반신불구가 되었을까?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더불어 북위 38선을 경계로 남쪽은 미군, 북쪽은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지리적 분단을 가져왔다. 38선은 국경이 아니라 미·소 간 ‘항복접수구획선’으로 제안되어 자연과 지형지물, 도로, 행정구역과 상관없이 ‘점령지 경계선’으로 확정되어 남북을 분열·대립시키는 ‘민족분단선’이 되었다. 북한지역은 우리나라 영토 중에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의해 설정된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4극점은 서쪽의 경우 평안북도 용천군의 서단 124°18′41″E이며 동쪽은 함경북도 선봉군 우암리 동단 130°41′32″E, 북쪽은 함경북도 온성군 풍서리 북단 43°00′36″N, 그리고 남쪽은 황해남도 옹진군 봉강리 남단 38°36′00″N이다. 1,369㎞에 달하는 북부 국경선의 대부분은 중국과 접하고, 선봉군 두만강노동자구 지역에서 16.5㎞에 걸쳐 러시아와 접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는 군대 접촉선인 군사분계선(MDL)과 북방한계선(NLL)으로 대치하고 있다. 정전협정 당시 육지의 경계선은 38선을 군사분계선으로 변경하고, 해상경계선은 결정하지 못해 남북 간의 분쟁소지를 없애기 위해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NLL을 선포하였다. 동해는 지상 군사분계선의 연장선(38°36´06˝N)을, 서해는 당시 우리 영토관할에 있던 서해 5도와 북한 옹진반도의 중간선(37°35´00˝N과 38°03´00˝N 사이)으로 설정하였다. 당초 NLL은 정전협정 제2조 제13항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하여 설정되었으나 오늘날 ‘서해 북방한계선은 대한민국의 영토관할권 한계선’이라는 영토개념과 영토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는 두 가지 인식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NLL의 유효성과 적법성은 영토관할권 행사의 ‘실효성’과 ‘응고’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은 ‘묵시적 합의’와 1997년 항공관제협정 체결 당시 NLL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NLL의 법적 타당성을 부정하면서 새로운 해상 경계선 설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NLL은 1999년 6월 한국전쟁 이후 첫 남북 해상 전투인 ‘서해교전’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남북한 간의 영토분쟁은 NLL 논쟁과 함께 엉뚱한 곳으로 번졌다. 황해도와 경기도의 경계선 북쪽 약 1㎞지점과 NLL 북쪽 약 700m지점에 위치하여 관할권이 북한에 있는 ‘함박도’를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로 지번을 부여하여 공시지가를 매기고, 국가지정문화재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우리 영토로 관리해 정치 쟁점화 되었다. 정전협정에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경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중 5개 도서군을 제외한 기타 모든 섬들은 조선인민군의 군사통제 하에 둔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1978년 당시 내무부의 '미등록 도서 지적등록 계획'에 의거 우리 토지로 등록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함박도는 북한 관할 영토'로 결론을 내려 지적공부를 정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군사분계선으로 남북이 분단되어 있지만 아직도 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 않는 구역도 있다. 임진강과 한강하구이다. 임진강의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하여 수로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민간 선박의 항행을 제한한 한강하구 지역의 해도를 제작하여 북측에 전달하는 등 공동구역에서 남북협력과 ‘9·19 군사합의’를 이행한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은 우리와 군사분계선을 맞대고 대립하는 한편 같이 살아가는 공동운명체이다. 헌법상의 ‘한반도와 부속도서’는 통일한국의 영토 범위로 최상의 영토개념이다. 남북한은 국제법상 2개 국가 간의 ‘국제관계’가 아니고,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이다. 대한민국의 실제 영유권이 미치는 범위는 군사분계선 이남이지만, 한반도의 합법적인 유일정부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북한은 ‘미수복 지역’에 해당된다. 이런 점에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은 ‘통일한국의 영토’라 한다면, 군사분계선과 NLL은 ‘현재의 관할 영토’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통일한국의 영토문제 : 통일 대비, 영토와 관련된 헌법조항 개정해야 우리가 안고 있는 영토문제는 다른 국가들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 특성과 부합되기도 하지만, 민족의 역사적 실체 규명과 관련이 깊고, 중국과 러시아 및 일본 등이 관련된 첨예한 정치성을 가진 영유권적 분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독도는 영유권문제 및 정치적문제, 간도는 국경문제, 이어도와 대마도 및 북한은 정치적문제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학문적인 분류와는 달리 네티즌은 지켜야 할 영토는 독도와 이어도, 되찾아야 할 영토는 간도와 대마도, 수복해야 할 영토는 북한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통일한국의 영토문제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일은 도둑같이 온다”고 했다. 간도와 대마도 영유권 문제는 국제사회에 분쟁 지역으로 표면화되어 있지 않지만, 이미 독도는 일본이 사법재판소 판단을 요구하고, 이어도는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간도와 백두산, 양강 상의 섬, 러시아에 연륙된 녹둔도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영토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통일헌법에 영토범위를 확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영토의 변경이나 취득 또는 여타의 가능성이 배제된 조문으로 ‘한반도와 부속 도서’를 제외하고는 ‘우리의 영토가 될 수 없다’는 것과 ‘한반도가 어디까지이며, 부속도서는 어느 곳을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 외국의 많은 국가들은 영토의 범위와 취득에 대하여 헌법에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제주(諸州)의 영역과 장래에 취득될 기타 영역을, 필리핀은 역사적 또는 합법적 권리에 의하여 필리핀에 속하는 모든 영토를, 이란은 국가이익에 부합되고 영토의 보전과 독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변경은 국회 재적 의원 5분의4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멕시코, 벨기에, 엘살바도르, 포르투갈 등도 헌법에 영토조항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영토 관련된 헌법조항을 개정한다면 ‘제3조 ①대한민국의 영토는 북방영토를 포함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하고, 영토에 속하는 영공·영해·해저·대륙붕을 포함한다. ②영토 취득은 국제법에 따라 정당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이에 대한 승인은 국회의원 재적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한다’로 제안한다. 이는 제1항에서 제정헌법의 정신을 계승하여 대외적으로 우리의 영토를 표명하고, 제2항에서는 향후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영토의 취득에 대비하자는 의미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영토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가 간도와 대마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해도 당장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장하지 않으면 찾을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자료를 축적하고, 올바른 영토의식과 역사관을 확립하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 올 것이다. 필자는 세 번의 기회가 찾아 올 것으로 확신한다. 남북통일과 중국의 정치환경 변화,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제3의 길이다.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단계가 ‘영토학’ 확립과 영토교육이다. 영토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영토교육을 통하여 지금은 비록 우리가 한반도 반쪽 섬에 갇혀 있지만, 지나온 국가영역 내에서 우리 민족이 거쳐 온 생태적 적응과 생활공간의 과거 및 현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현실적인 국경문제를 파악ㆍ해결하고, 미래의 활동 공간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국가 주도로 국익에 유리한 영토정책을 추진하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염려하여 회피하고 있다. 조용한 조율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삼음으로써 외교에 유리한 카드로 이용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영토쟁탈의 역사이다. 분쟁은 마찰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현 정부가 마찰을 기피하거나 유예하는 것은 촛불정부의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통일한국의 영토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와 대응을 다시 한 번 더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