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 Theme 3. 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독립운동사 교육 실상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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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항쟁기에 대한 학습자 관심 높이려면
단체·인물 암기보다
현재 관점서 자신의 삶 성찰 과정과 연결해야
글 | 이종관(창의고등학교 교사)
중·고등학생 대상의 역사의식 조사에서 2015년 33.2%, 2016년 42.9%가 한국사의 시대 중 일제 강점기를 가장 공부해보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에 나열된 수많은 독립운동 단체와 인물들을 암기해야 하는 과도한 학습 부담 탓에 학생들은 이내 흥미를 잃어버린다. 방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방식의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삶과 연계해 유의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모색해야 한다. 독립운동사 교육은 지식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인물이나 사건들을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자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로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 학생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 독립운동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중 여러분이 더 많이, 깊이 공부하고 싶은 시대를 고르세요.
(이해영, 「역사의식 조사로 본 학생들의 역사이해 양상과 특징」 『역사와 교육』 55, 2017, p.15~16
‘가장 공부하고 싶은 시대’ 질문에 중·고생 42.9% 일제 강점기 꼽아

초·중·고 학교 현장에서도 독립운동사를 주제로 하는 교육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독립운동사 교육은 일제 식민지를 극복한 한국인의 정체성 함양과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현재 사회에 이르는 국가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독립운동사 교육은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식과 민족정신을 함양하고 이를 내면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사에 관한 흥미와 관심이 많다. 2015년과 2016년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역사의식 조사에서 2015년에는 33.2%, 2016년에는 42.9%의 학생이 한국사의 시대 중 일제 강점기를 가장 공부해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일제 강점기를 선택한 학생들은 식민지 시기는 우리가 겪은 가장 큰 비극, 고통, 시련의 역사이면서 극복하고 저항한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이처럼 학생들은 한국사 중 현재와 가까운 시기의 역사에 더 흥미를 느끼고 그중에서 일제 강점기 역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많은 학생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사를 학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원인으로 역사 교과서와 교실 속 수업 방식을 들 수 있다. 역사 교과서에 나열된 수많은 독립운동 단체와 인물들을 비롯한 방대한 역사적 사실들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이는 학생들이 독립운동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흥미마저 잃어버리게 한다. 또 교과서에 있는 많은 양의 내용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방식의 수업은 독립운동사가 학생들에게 유의미하게 다가가지 않는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독립운동사를 학습하는 학습자 개개인의 삶과 관련성 있는 독립운동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독립운동사 교육 활성화를 위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보고 실제 수업 사례를 통해 독립운동사 교육의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일제 강점기 분량 평균 6쪽 늘어나 2015 개정 교육과정 긍정적 변화

고등학교 한국사는 4개의 대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사는 「Ⅲ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 운동의 전개」에 해당한다. 대단원 Ⅲ은 1910년 국권 피탈 이후부터 1945년 8·15 광복 직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대단원의 소주제는 6개로 구분되어 있고 학습 요소는 대주제 또는 소주제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내용을 개념어의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제 강점기 단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였다. 기존 교과서의 일제 강점기 분량은 52~58쪽으로 평균 66.5쪽이었다. 이에 반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서는 70~76쪽, 평균 72.6쪽으로 평균 6쪽 정도 늘었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교과서도 기존 교과서처럼 많은 내용 요소를 나열하는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다만 몇몇 교과서는 본문에 사실을 나열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다양한 사료와 질문을 바탕으로 여러 주제를 익힐 수 있게 구성하는 등 변화의 모습도 보인다. 또 한국사 교과서는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위한 학생활동 코너가 많아졌고 방식도 다양해졌다.
예를 들면 영화로 보는 독립운동사, 역사 토론하기, 역사 보고서 작성하기, 역사 역할극 등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유관순을 비롯한 남자현, 김마리아, 황에스더, 권기옥 등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 이러한 교과서의 변화는 학생들이 독립운동사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와 소통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삶과 앎 연결하는 역사교육

1차시는 1919년 3·1운동 이후 나타난 국내외 민족 운동의 흐름을 학습하고 일제 강점기 같은 분야에서 다른 삶을 살았던 독립운동가와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조사하는 수업이다. 3·1운동 이후 일제가 기만적인 ‘문화 통치’를 표방하면서 식민통치에 협력하는 친일 세력을 양성한다. 그 결과 지식인, 자본가, 지주층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친일 세력이 형성되었다.
그런데도 애국지사들은 일제를 몰아내고 국민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다양한 민족 운동을 전개한다. 무장 투쟁, 외교 활동, 의열 투쟁, 실력 양성 운동, 농민·노동운동, 청년·학생 운동 등 자신의 신념과 처지, 역량에 맞는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학생들은 이런 시대 배경을 토대로 한 시대 다른 삶을 살았던 독립운동가와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교과서, 도서 그리고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조사한다. 4인을 기준으로 모둠을 구성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한 후 2명은 독립운동가, 2명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인물 조사지 양식에 맞게 조사한다.
2차시는 1차시에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독립운동가와 친일 반민족 행위자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업이다. 보고서에는 보고서 제목, 조사한 인물의 활동 분야와 이름 그리고 인물을 선정한 이유를 포함시켜야 한다. 또 인물의 특징이 드러나는 행적을 반드시 포함하여 생애를 적고 자신이 조사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구체적으로 쓰도록 지도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선정한 인물의 삶을 조사한 소감을 나의 삶과 연결하여 작성한다. 이때 교사는 일제 강점기 같은 분야에서 다른 방향의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후 모둠에서 같은 분야의 인물을 조사한 학생과 각자 자신이 조사한 인물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이 활동은 한 시대에 다른 삶을 살았던 인물의 삶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3차시는 독립운동가와 친일 반민족 행위자 보고서를 바탕으로 모둠별로 조사한 인물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만드는 수업이다. 모둠별로 제작한 소책자를 교실에 전시하고 다른 모둠에서 조사한 인물에 관해 공부한다. 이 활동을 통해 자신이 조사하지 않은 다양한 역사 인물의 삶을 학습할 수 있다.
본 수업은 단순히 독립운동가와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역사적 인물을 조사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독립운동가와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삶을 아는 것을 넘어 과거 인물의 행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학생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다. 특히 일제의 식민통치에 협력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의 삶을 통해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애국지사들의 삶과 투쟁이 얼마나 훌륭한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독립운동사를 체험하는 활동의 결과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기억하겠다는 결의로 수렴된다. 또 역사 인물의 삶을 비교하면서 모든 개인은 시대를 비켜 갈 수 없다는 교훈을 찾는 과정에서 역사가가 되어보는 체험을 하기도 한다.
독립운동사 교육은 대한민국 정체성 함양 올바른 역사의식 형성 위해 중요
독립운동사를 교육하는 내용과 방식은 독립운동사에 대한 우리의 현재 인식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독립운동사 교육은 1980년 후반부터 불거진 일본의 역사 교과서, 독도 영유권 분쟁과 같은 정치·사회적 논쟁으로 인해 본격화되었다. 최근에는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광복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에 따라 독립운동사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독립운동사 교육은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함양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독립운동사 교육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독립운동사 교육은 독립운동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독립운동사를 내면화하고 현재화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독립운동 인물이나 사건들을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자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와 현재와의 연결성을 강화하여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과거 역사 속에 가두지 않고 현재로 끄집어내야 한다. 그럴 때 학생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 독립운동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