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 Theme 4. 3·1운동에 대한 인도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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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한국과 인도 공동문제로 인식
간디·네루·타고르
불굴의 한국인에 뜨거운 찬사 보내
글 | Santosh Kumar Ranjan(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조교수)
지속적 관심과 언론보도 이어져
3·1운동에 대해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인도 독립운동 지도자 랄라 라즈팟 라이(Lala Lajpat Rai)이다. 라이는 1919년 당시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 상황에 관한 소식을 접했다. 그는 1915년 일본에서 6개월간 거주한 적이 있었다. 라이는 1919년 4월 26일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이라는 미국 잡지 ‘아시아는 어떠한가?’라는 글에서 “한국은 혁명을 염원하며 전국 각지에서 시위와 폭동이 봉기하였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저항세력들에 대하여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대응하였다”고 하며 “학교는 봉쇄되고, 신문사는 폐쇄되었으며, 사람들은 총에 피격되었다”고 썼다.
3·1운동을 언급한 인도 최초의 언론매체는 『모던 리뷰(The Modern Review)』라는 잡지다. 이러한 사실은 필자가 최초로 발굴하여 연구한 것이다. 1907년 캘커타에서 창간된 『모던 리뷰』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글을 실어 진보적인 독립운동가 및 지식인들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1919년 5월호 『모던 리뷰』는 ‘평화조약(The Peace Treaty)’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광복’이라는 소제목으로, 4월 16일자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대한민국 국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탄원서를 파리에 발송하였다”, “조선이 일본의 종속국임에도 만약 대한민국의 탄원서가 제대로 해결되었다면 이것은 매우 기쁜 소식일 것이다”라고 게재하였다.

1919년 11월호에는 ‘한국이 필요한 것’이란 제목으로 ‘조선 문제의 해결책에는 자율성밖에 없다’는 기사에서 “우리 (인도)민족의 운명은 한국 문제의 해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자율성은 …현실에서 독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인도 정치문제의 유일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독립을 한국과 인도의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던 리뷰』 1919년 12월호에서 제이 오스가(J. Osuga)는 ‘한국의 교화’라는 글을 통해 “가능하면 빨리…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의 모든 차별을 철폐하고 교육, 경제적 기회, 평등한 법이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년 뒤 1920년 12월호에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인 교수 수딘드라 보스(Sudhindra Bose)의 ‘한국에서의 일본’이라는 제목의 8쪽짜리 장문도 실었다. 보스 교수는 한국의 역동적인 독립운동을 묘사하고 “한국인의 애국심과 광복에 대한 혼이 전 세계를 향하여 불타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한국이 영원히 일본의 속국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하며, 두 장의 파고다 공원사진 등 10장의 사진도 함께 실어 한국 독립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였다.
인도 지도자들의 3·1운동 지지발언
인도 민족 영웅 마하트마 간디는 3·1운동 이전부터 한국문제에 관심을 표명하였다. 간디는 자신이 남아프리카에서 1903년부터 1915년 귀국 전까지 12년간 발행한 『인도인의 견해(Indian Opinion)』라는 주간 잡지의 1910년 1월 8일자에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에 대해 언급한 바 있었다.
3·1운동에 대하여 간디는 1921년 7월 5일 나그뿌르의 한 연설에서 “영국과 일본 정부는 서로 사촌이다. 양 정부는 매우 악하다. 영국이 인도인들을 투옥시켰듯이 일본은 한국에서 비협조적인 학생들을 폭력으로 투옥시킨다”고 하며 일본과 영국의 식민정책을 비판하였다. 간디가 3·1운동을 ‘한국의 비협력운동’이라고 부르며 그의 비폭력 운동과 상통하는 것으로 본 점이 주목된다.

한국에서는 인도 시인 타고르가 1929년 4월 2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시(詩) ‘동방의 등불’이 잘 알려져 있다. 3·1운동 10주년을 맞이한 1929년에 일본을 방문한 타고르가 한국 학생들로부터 3·1운동 10주년에 대한 감상을 부탁받고 조선을 예찬하는 4행 시(詩)를 보낸 것이다. 타고르는 그때 세 번째 일본을 방문하고 있을 때였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일본 군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이후에는 일본의 방문초청에 거절하였다.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1889~1964)는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첫 수상이다. 네루는 형무소에서 열다섯 살 딸 인디라 간디(인도의 최초 여성 수상)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주 조선 역사와 3·1운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편지 내용에 의하면 “1919년… 조선의 청년들은 맨주먹으로 적에 항거하여 용감히 투쟁하였다. 3·1운동은 조선 민족이 단결하여 자유와 독립을 찾으려고 수많은 목숨을 잃었고, 일본 경찰에 잡혀가서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굴하지 않았던 숭고한 독립운동이었다. 그들은 그러한 이상을 위해 희생하고 순국했다. 조선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금방 대학을 나온 젊은 여성과 소녀가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듣는다면 너도 틀림없이 깊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라고 썼다.
조선의 광복 기원한 3·1운동 관련 책들
인도 출신의 판가즈 모한 교수는 3·1운동에 대해 언급한 인도 책들을 밝혀내고 이를 소개한 바 있다. 3·1운동에 대한 최초의 인도 책은 1920년에 인도 가네쉬출판사(Ganesh&co)에서 발간한 폴 리차드(Paul Richard)의 『아시아의 여명(The Dawn over Asia)』이다. 프랑스 작가인 폴 리차드는 당대 인도의 선구자들인 간디, 타고르, 오로빈도와 가까이 지냈다. 폴의 프랑스어 책은 오로빈도 고스에 의해 번역이 되었다. 일본에서 강연한 자료들을 모은 이 책에서 리차드는 일본에 “첫째로 한국을 해방하라”고 권고하였다. 책은 인도 지방언어 힌디어와 구자라띠어로도 번역되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인도 지방언어로 3·1만세운동 관련 책들이 출간되면서 인도에서는 3·1운동에 대해 일제히 주목하게 되었다. 1922년에는 타고르 출신지 언어 뱅골어로 니시칸트 간굴리(Nishikant Ganguli)의 『식민주의로부터의 해방(Paradhiner mukti)』이 출간되었다. 60쪽짜리 간굴리의 긴 수필에는 1876년부터 1919년 3·1운동까지 일본의 조선 착취와 조선 점령과정에 대한 상세한 역사가 서술되어 있다.

1923년 자바르찬드 칼리 다스 메가니(Jhavarchand Kalidas Meghani)는 간디 출신지 언어 구자라띠어로 『아시아의 낙인(Asia nu kalank)』이란 책을 간행했다. 이 책은 조선에 대한 일본의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서문에는 인도인들에게 지속적인 비협력운동의 길을 안내하고, 조선의 독립운동 사례를 통해 독립운동을 배울 수 있도록 쓴 것이라고 적혀 있다. 같은 해에 같은 배경으로 구자라띠어로 쓴 난다랄 마닐랄 샤(Nandalal Manilal Shah)의 작은 책 『한국의 투쟁(Korea ni Ladat)』이 출간되었다.
그 밖에도 1926년 시탈라 사하이(Sitala Sahai)는 『Madhuri(마두리)』라는 잡지에 3·1운동 주제로 ‘한국의 비극(Korea ki Dukh gatha)’이라는 힌디어 수필을 실었다. 1930년 『Yuvak(청춘)』에는 3·1운동에 관한 2개의 수필이 실렸다. 1월호에 에스엠 비카스(S. M. Vikas)의 ‘한국청년들의 운동(Korea me yuvak Andolan)’이 게재되었고, 4월호에는 자간나트 프라사드 미슈라(Jagannath Prasad Mishra)가 3·1운동을 주제로 “1919년 3월 1일에 청춘들이 거국적으로 독립만세 운동에 참여하여 독립선언문을 발표했고 지난 10년간에 조선 민족주의가 크게 진전되었다”고 언급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통해 인도와 한국은 같은 식민지 국가로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독립에 대한 희망을 나누어 온 것을 볼 수 있다. 1920년부터 1930년 사이 한국의 여러 언론사에서는 인도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 관련 기사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1919년에서 1934년 사이에 인도에서도 한국 독립운동에 관한 다양한 관심을 나타냈다. 비록 한국의 독립운동은 실패하였지만 아시아의 식민지국가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었으며, 저항의 불꽃을 피우는 불씨가 되었다.
유명한 독립운동가인 마하트마 간디와 네루, 타고르, 랄라 라즈팟 라이는 불굴의 의지로 고군분투하는 한국인들에 찬사를 보냈다. 독립투쟁에 헌신한 한국 젊은이들의 용기는 수많은 책과 신문, 잡지에 벵골어, 비하르어, 구자라띠어 등 인도의 다양한 언어로 발간되었다. 또한 메가니, 슈리바스타바와 우그라 등의 창의적인 인도 작가들은 광복을 염원하며 독립운동으로 순교한 한국인을 주제로 단편소설을 쓰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