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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 순국선열, 독립운동가들이 세우고자 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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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참 가치는 ‘주체성’ 확립과 실천 

자유와 정의, 공화, 평등의 가치에 주목


글 | 장세윤(월간 순국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도 과거 식민지 지주제와 같은 식민지 유제의 청산과 자유·평등의 확대를 통한 자율성의 신장 등을 통해 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독립된 주체가 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결정하는 ‘주체성’을 확립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기 위한 독립운동의 참다운 가치와 중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핵심 단어로 사용하며 이를 매우 강조하였다. 나름대로 새로운 시대의 화두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은 어떤 나라를 꿈꾸었던가? 의병과 구국계몽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관련 단체 등, 만주(중국 동북지방)·연해주 무장독립운동, 미주지역과 일본, 유럽 지역에서도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애국지사 등등. 또 의열단이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건국강령, 한국독립당과 한국국민당, 조선혁명당 등 독립운동 정당의 강령은 어떠했을까? 조선공산당과 화북조선독립동맹, 좌파계열 항일유격대 등의 주장과 이상은 또 어땠을까?  


사실 일제강점기, 아니 독립운동·독립전쟁기에 여러 독립운동 정당과 단체, 기관 등에서 내세운 새로운 정부나 국가건설의 구상과 정강, 이념 등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 자유와 정의, 공화, 세계 인류와의 공존공영을 내세웠고, 민주공화 또는 ‘참다운(진정한) 민주공화’ 등을 내세웠다. 특히 대생산 기관의 국유화, 토지의 공개념(국유·공유) 적용 등 사회경제적 평등과 세계 민족·민중과의 민족적·계급적 연대를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 가운데 임시정부 국무위원 조소앙(본명 조용은)이 기초한 ‘대한민국 건국강령(大韓民國建國綱領)’은 특히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내세웠다는 사실이 매우 주목된다. 그렇다. 오늘날 정치·경제·교육 균등의 목표와 가치관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한민국 건국강령 발표


건국강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41년 11월 『임시정부공보』(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관보이자 공식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광복 이후의 새로운 국가건설 방략이다. 이 강령의 토대는 조소앙(본명 조용은)이 마련했다. 임시정부 국무회의에서 조소앙이 기초한 내용을 약간 수정한 뒤 통과시켰고, 1941년 11월 28일 국무위원회 명의로 공포하였다. 


대한민국 건국강령은 총강(總綱)·복국(復國)·건국(建國)의 3개 장과 24개 항으로 이루어졌다. 총강에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통해 향후 민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복국과 건국에서는 빼앗긴 국토와 주권을 회복하여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까지의 단계를 설정하고, 각 단계마다 수행해야 할 임무와 절차 등을 규정했다.


건국강령 제7항은 ‘임시정부는 이상에 근거하여 혁명적 삼균(三均)제도로써 복국(復國)과 건국(建國)을 통하여 일관한 최고 공리인 정치·경제·교육의 균등(均等)과 독립·민주·균치(均治)의 3종 방식을 동시에 실시할 것’이라고 하여, 복국과 건국이 모두 삼균제도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시했다. 


건국강령은 삼균주의를 기본이념으로 하여 철저한 균등(즉, 평등)사회를 건설한다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 방안의 핵심은 정치·경제·교육의 균등(평등)을 실현함으로써 민족 최대다수의 균등 생활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정치·경제·교육의 세분야로 나누어 규정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하여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균등을 도모하고, 경제적으로는 토지와 대생산기관을 국유화하여 국가의 계획경제 및 합리적 분배 등을 통해 생활의 균등을 실현하며, 교육은 국비 의무교육제도 원칙에 따라 교육 정책 및 시설 등을 국가에서 관할하여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관점에 보면 우리나라의 체제와 상황에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건국강령은 비록 실행되지 못했지만, 일제의 식민지 지배체제를 타파하고, 향후 독립된 한반도에 세워질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늘날 정치·경제·교육 균등의 가치 

주목해야


우리 선열들의 독립운동, 민족(해방)운동은 기본적으로 종속과 굴종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유의 획득과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의 실현, 특히 만민이 평등한 법체계 속에서 여러 민족이 서로 평화롭게 어울려 잘사는 사회와 체제(공화)를 지향했다. 그러한 입장에서 순국선열들의 독립운동은 결국 ‘자유와 정의, 공화를 향한 험난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일부 경제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일제 식민지 통치시기 약간의 부수적 발전을 과장·미화하면서 우리 민족 스스로의 주체적 발전의지와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 시각을 대변하는 저술을 간행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우리 민족이 전개한 독립운동은 무의미한 저항운동으로 폄하되기 쉽다. 


그러나 최근 한 일본인 학자는 일본의 한국 강점으로 인해 한국인들 스스로의 자율적 발전 가능성을 박탈한 것이야말로 일본인들이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필자는 이러한 양심적 일본인 학자의 주장을 경청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도 과거 식민지 지주제와 같은 식민지 유제의 청산과 자유·평등의 확대를 통한 자율성의 신장 등을 통해 가능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독립된 주체가 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결정하는 ‘주체성’을 확립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안임을 알 수 있다.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기 위한 독립운동의 참다운 가치와 중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주체성의 의미를 재인식하고, 주체적 자세의 확립과 실천에 매진해야 한다고 본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건국강령’의 주요 내용과 그 취지, 특히 오늘날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정치·경제·교육 균등의 가치를 새롭게 주목하고 그 실현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 장세윤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립기념관 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동북아역사재단 교수실장 등을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 『중국 동북지역 민족운동과 한국현대사』 『봉오동 청산리전투의 영웅-홍범도의 독립전쟁』 『1930년대 만주지역 항일무장투쟁』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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