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순국선열추념관’ 건립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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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위대한 탄생을 한눈에 보여주는
명실상부한 성소(聖所)로 거듭나야
글 | 김대중(월간 순국 편집위원, 부천시박물관장)
순국선열은 15만 명에 달하지만, 그 가운데 98%가 이름도 모르고 후손도 없이 모두가 광복 전에 돌아가셨다. 조국 독립을 위해 오직 하나뿐인 생명을 초개와 같이 바친 순국선열의 숭고한 위업을 기리고 희생을 추모할 추념관을 건립해야 할 책임은 후손인 우리에게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가보훈처에서 ‘순국선열추념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새롭게 지어지는 순국선열추념관은 위패봉안을 포함한 추모실이 그 핵심이지만, 그 위업의 내용을 보여주는 전시실, 그리고 그것을 교육할 교육실과 세미나실, 학예연구실 등을 갖춘, 대한민국의 위대한 탄생을 한눈에 보여주는 명실상부한 성소(聖所)로 거듭나야 한다.
순국선열 위패봉안관의 현주소
독립관이 위치한 서대문독립공원은 일제강점기에 의병투쟁, 3·1독립만세운동, 항일투쟁 등으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르다 순국한 선열들을 기리기 위하여 조성되었다. 이 공원의 중심에 자리한 현재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1908년 일제가 침략을 본격화하기 위하여 지은 근대식 감옥으로 ‘경성감옥’으로 문을 열었다. 항일 투사들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순국선열도 많아졌다. 이곳을 1992년 8월 15일 광복절 제47주년을 맞이하면서 독립공원으로 개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독립관 1층에는 1996년 12월 28일부터 순국선열현충사라는 이름으로 순국선열의 위패를 봉안해오고 있다(현충시설, 국가보훈처 관리번호 10-1-19). 전통 한옥으로 지상1층, 지하1층 168평 규모다.
세월이 흐르면서 작고 초라한 위패 2,835위만 빈틈없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러나 서훈을 받은 3,500여 명 중 700여 위는 아직 공간이 없어 모시지 못하고 있다. 순국선열의 위업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실도 없는 초라한 모습이다. 이것이 순국선열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순국선열추념관’의 건립 필요성

순국선열은 15만 명에 달하지만, 그 가운데 98%가 이름도 모르고 후손도 없이 모두가 광복 전에 돌아가셨다. 조국 독립을 위해 오직 하나뿐인 생명을 초개와 같이 바친 순국선열의 숭고한 위업을 기리고 희생을 추모할 추념관을 건립해야 할 책임은 후손인 우리에게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가보훈처에서 ‘순국선열추념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새롭게 지어지는 순국선열추념관은 위패봉안을 포함한 추모실이 그 핵심이지만, 그 위업의 내용을 보여주는 전시실, 그리고 그것을 교육할 교육실과 세미나실, 학예연구실 등을 갖춘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탄생을 한눈에 보여주는 성소(聖所)로 탄생되어야 한다.
전시 핵심 콘텐츠 담은
세계적 명품 추념관으로 탄생해야
오늘날 대한민국은 순국선열의 희생으로 탄생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의 바탕에는 순국선열의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 조국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바친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나라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순국선열의 위패봉안을 비롯한 추모 정신을 계승해나갈 추모실을 조성하고 그 위업을 보여주는 전시관을 세계적인 명소가 되도록 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 부지의 역사성은 물론이거니와 건축물 또한 세계적이어야 한다.
전시 콘텐츠는 순국선열이 대한민국 탄생의 최고 존엄임을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명소가 된 박물관·기념관은 그 박물관 건립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어렵지 않게 건축으로 담아냈다. 독일의 홀로코스트 뮤지엄이 그렇고 폴란드의 봉기박물관이 그렇다. 캐나다의 전쟁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부지 선정부터 개관까지 세심하게 준비
‘순국선열추념관’의 건립은 부지 선정부터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 서대문독립공원은 역사성과 정체성, 효율성, 접근성, 홍보성 면에서는 괜찮은 위치다. 최근에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도 개관되어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더불어 하나의 뮤지엄 벨트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좋다. 그러나 독립공원 면적이 크지 않고 독립문을 비롯한 문화재 저촉 문제 등으로 위패봉안관 및 추모실, 전시실, 교육실, 주차장 등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여러 제한이 따를 수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은 위패봉안관 외에 별도의 호국전시관이 있다. 용산 전쟁기념관도 회랑에 전사자명비를 세우고 기념관의 상설전시실 내에 호국추모실을 두고 있다. 추모와 전시 및 교육 기능을 모두 구비하고 있다. 서대문독립공원 내에 이런 기능을 두루 갖춘 ‘순국선열추념관’을 건립하기에는 규모 면에서 한계가 따른다. 그 대체지로는 부지의 역사성으로 볼 때 청와대 부지가 최적지로 여겨진다.
부지 선정에 따라 건립 환경의 검토는 필수사항이다. 아울러 건립 기본구상, 대지 현황 및 입지선정, 건축기본계획, 전시기본계획, 관리운영계획까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비용 추정, 편익 추정, 경제성 분석, 재무성 분석, 사업추진의 관련 법적 근거 등 여러 과업이 따른다. 전시연출 부문도 개관에 이르기까지는 전시지침 수립부터 여러 단계를 거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시 콘텐츠를 만든 다음에 그 콘텐츠를 담을 건축물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들을 잘 살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명소·명품으로 빛나게 될 ‘순국선열추념관’ 건립을 소망해본다.

서강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쟁기념관에서 28년 동안 전쟁사연구 및 전시 중심의 학예업무를 하면서 해외의 여러 사적지와 박물관을 탐방했다. 전쟁기념관 학예부장, 육군사관학교 사학과 교수, 세종대 겸임교수, 서강대·경기대대학원 사학과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부천시박물관장으로 있다. 논문은 「전쟁기념관 전쟁역사실 I의 전시개선」 등이 있고, 『한민족전쟁사총론』 ,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 , 『나라를 지켜낸 무기와 무예』, 『고려의 후삼국통합과정과 나주』 , 『어재연과 신미양요 연구』 등의 저서(공저)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