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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우리땅 [2022/10] 에미상 장벽 넘은 K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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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0.7% 한국이 만들어낸 문화의 기적


아카데미상·골든글로브상·에미상 

3년 안에 모두 성공한 최초의 나라  


글 | 편집부 


K드라마가 마침내 글로벌 장벽을 넘었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의 신화를 이뤄냈다.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두 사람 모두 아시아 최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미국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 에미상을 최근 3년 안에 모두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첫 번째 나라가 됐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상 △감독상(황동혁) △각본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등 6개 부문 7개 후보에 올랐다. 이 중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탔다. 앞서 4일 열린 드라마 기술진 등에 대한 에미상 시상식에서 게스트 여배우상(이유미), 스턴트 퍼포먼스상 등 4개 상까지 받아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 6관왕의 대기록을 세웠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3일 자 기사에서 ‘오징어 게임’의 이번 수상을 “K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라고 표현하며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녹색과 분홍색의 극 중 의상, 얼굴을 가리는 검은색 마스크 등이 큰 인기를 끌어 핼러윈 의상 광풍을 일으켰다고도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오징어 게임이 최초의 비영어 수상작이 되면서 74년 역사의 에미상에서 엄청난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가장 핫한 트렌드’ 

K드라마 전성시대


K드라마의 시작은 ‘사랑이 뭐길래’였다. 1997년 중국의 CCTV를 통해 방송된 이 드라마는 중국 시청자들의 열화 같은 성원으로 다음 해 프라임타임에 편성되어 재방송되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2010년대에는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가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 국한된 반쪽짜리 글로벌 흥행이었다. 


2020년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방송국’이 등장한 이후 K드라마는 날개를 달고 세계를 평정했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지 4일 만에 한국 작품 최초로 월드 랭킹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오르며 신기록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은 아시아권을 넘어 넷플릭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아시아 작품 최초로 1위에 오르며 의미를 더했다.


‘오징어 게임’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에도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가 약 250억 원을 투자한 ‘오징어 게임’으로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누적 조회수 16억 시간을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작품 1위에 올랐고 현재까지도 그 기록을 유지 중이다. 또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지난해 9월 31일, 넷플릭스 주가는 사상 최고치(610.34달러)를 기록했다. 당시 주가 기록 역시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K드라마는 명실공히 가장 핫한 트렌드가 되었다. 지난해 11월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공개 첫날 전 세계 1위를 찍었다. ‘오징어 게임’이 6일 만에 이뤄낸 1위 기록을 하루 만에 깼다. 해가 바뀐 2022년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 이틀 만에 1위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보다 제작비를 100억 원 더 들인 넷플릭스 ‘수리남’은 지난 9월 12일 공개 2일 차에 전 세계 8위를 차지하며 순항 중이다.


글로벌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을 보면 ‘오징어 게임’이 한 달 넘게 1위를 지키는 동안 ‘마이 네임’, ‘갯마을 차차차’, ‘연모’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복 차림 좀비로 신선함을 안긴 ‘킹덤’과 한국형 크리처물 ‘스위트 홈’, 현빈·손예진 주연 ‘사랑의 불시착’, ‘빈센조’, ‘이태원 클라쓰’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방송에서 공개되고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로 간 드라마도 인기다. KBS ‘신사와 아가씨’는 지난 9월 12일 전 세계 7위, KT 자체 케이블 채널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8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K드라마 전성시대다.


‘영웅’ 아닌 ‘우리’ 중심의 

한국형 서사로 차별화


전문가들은 세계를 관통하는 만국 공통의 사회 문제에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조화롭게 접목한 점에 주목한다. 양극화와 불평등, 인간 본성 같은 소재를 세계인들에게는 이국적으로 여겨지는 한국적 장치에 얹어 흥미롭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상상 속 ‘슈퍼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현실성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 평범한 주인공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웃과의 연대로 큰 힘을 발휘하는 ‘K-서사’는 동서양을 사로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인간미도 매력이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이정재는 최후의 1인만 살아남는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을 하면서도 줄곧 주변 사람들을 챙긴다. 체력이 약한 노인, 여성으로 구성돼 승산이 없어 보였던 줄다리기 게임에서는 똘똘 뭉쳐 극적으로 승리한다.


‘킹덤’ 주인공 주지훈은 힘없는 왕세자에서 사람들을 결집하며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로 성장하고, ‘갯마을 차차차’에서 깍쟁이 같던 신민아는 바닷가 마을의 주민들과 한데 어울려 살며 정을 나누게 된다. 


이처럼 한국형 서사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공동체다. 영웅이 아닌 ‘우리’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서구 작품을 보면 파편화된 개인들이 문제 해결을 강요받는데 이들이 택하는 방법은 갑자기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는 반면, 한국 드라마는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때 기가 막힌 시너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보면서 서양에서는 ‘왜 우리가 잊고 살았지’라는 충격을, 동양에서는 ‘우리의 가치가 옳구나’ 하는 안도를 느낀다. 서양과 동양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K드라마의 또다른 도전


K드라마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면서 해외 리메이크와 미국 드라마 시장이라는 ‘신세계’도 열리고 있다.


미국에서 방영된 최초의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굿닥터’는 벌써 5시즌째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천재적 재능에도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갖는 외과의사 숀 머피의 이야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의 대표 히트작 ‘사랑의 불시착’은 미국에서 리메이크 작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강철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는 “넷플릭스US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리메이크 개발 계약을 맺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남성과 한국 여성의 분단을 넘어선 로맨스를 그린 한국적 특수성이 중요한 설정인 작품이 어떻게 각색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호텔 델루나’ ‘빈센조’ ‘갯마을 차차차’ 등도 리메이크 판권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2020년 콘텐츠 공동 개발을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한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공동 작업을 통해 개발된다는 점에서 판권 수출에 그친 과거와는 다른 사례다. 스카이댄스는 ‘미션 임파서블’ ‘식스 언더그라운드’ 등을 제작한 미국의 대표적 스튜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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