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황 희 제52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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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현장’에서 답을 찾아가는 공감의 리더
‘문화의 힘’ 간절히 바랐던 백범의 뜻 이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강국 이끌 것
인터뷰 | 심재추 월간순국 편집주간
글·사진 | 편집부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바쁜 행정부 장관이 또 있을까. 취임 첫날부터 대학로를 찾아 문화예술계의 어려움을 경청했던 그는 지금도 쉼 없이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내년 예산과 관련해 정책 수요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200~300회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니,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수준이다. 덕분에 코로나19라는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문화예술·관광·콘텐츠 분야에서 좋은 소식들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 말했던 백범 김구의 꿈을 이어 문화강국 도약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는 황 희 제52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11월 24일 만났다.
절망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기 위하여
돌아보면, 참 어려운 시기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직을 맡았다. 그가 취임한 날은 2021년 2월 11일, 코로나19가 만 1년이 된 상황에서 국민들의 일상은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설상가상 유의미한 대책조차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화·체육·관광 관련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신임 장관으로서 더 많이 아프고 고민도 많았을 터.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전통적으로 ‘현장에서의 교감’, ‘사람의 이동’이 기본인데,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과 관객이 급감하면서 소관 분야 업계 및 종사자들이 입은 피해가 매우 컸어요. 현장에서 그분들을 많이 만나왔지만, 마스크에 가려진 표정을 보진 못해도 그 절망의 무게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에 대한 지원이 만족할 만큼 넉넉하지 못하다는 걸 알기에 안타깝고 미안한 심정이었죠.”
절망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작은 희망이라도 건네기 위해 그는 매 순간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극한 어려움 가운데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보답했다.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종사자들을 위해 3조 5천억 원 규모의 지원 정책을 마련해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디지털 전환, 소비할인권을 중심으로 한 소비진작 추진 등 분야별 맞춤형 대책을 시행했다. 특히 올해 두 차례 추경으로 문화·체육·관광 분야 4만 5천여 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지원했으며, 희망회복자금 등 소상공인(문화·체육·관광 분야 24만 개 업체 대상) 지원에 총력을 다했다.
아울러 국민의 문화향유권 신장, 예술인 창작 안전망 강화, 이건희 기증관 건립 방향 발표, 체육계 법안 제정(체육기본법·스포츠클럽법·체육인복지법), 2020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지원, 한-스페인 관광 라운드테이블 개최, 최초의 스마트관광도시(인천 개항장) 출범 등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서도 열과 성을 다했다.
선열들의 원대한 꿈 이어가기 위하여

국회의원 재임 시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미래도시 창생과 재생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공동 대표의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 대표의원, 국회 스마트라이프도시포럼 대표의원 등을 역임하며 미래도시, 대중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대한민국 최고 인물 대상 정치발전 부문(2016), 더불어민주당 국정감사 우수의원상(2017·2018·2020),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 최우수 국회의원상(2019) 등을 수상하며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예술, 콘텐츠산업, 관광, 체육, 종교, 정책 홍보에 이르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책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요. 스펙트럼이 워낙 넓은 분야이기 때문에 특정의 전문성보다 장관의 철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국회의원 시절에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 실제로 서울드라마어워드를 설계하기도 했죠. 제가 공부한 도시공학에서도 문화예술은 중요한 분야예요.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보면 98%가 문화예술을 코드로 진행되고 있거든요.”
황 장관은 선열들의 발자취를 이어 ‘문화강국 도약’이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나라의 성쇠강약은 병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에 달려 있다”는 믿음으로 규장각을 만들고 강력한 문화정치를 추구했던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 역설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한류는 지난 20년간 우리 문화의 위상을 점차 높여왔어요.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 달성과 방탄소년단의 한국 역사 최초 빌보드 싱글 1위 기록, 올해 넷플릭스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기록한 ‘오징어게임’, 출시 하루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른 ‘지옥’을 비롯한 K-드라마의 선풍적 인기 등 한류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요.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께서 간절히 바라셨던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문화를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매우 감격스럽습니다.”
한류 열풍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작년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08억 3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6.3% 증가,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콘텐츠산업 시장으로 성장해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 성공의 요인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분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정부에서는 문화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정책적 측면에서 인프라 구축, 제도 개선, 저작권 보호, 인재 양성 등 민간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에 주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민관 협력 및 부처 협업으로 한류 및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을 지원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한류 수요에 대응해 해외 인프라도 지속 확충하는 등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 장관은 취임 이후 특유의 친화력과 업무추진력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현안을 놓고 사무관, 주무관 등과도 제한 없는 토론을 하며 해답을 도출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역사·철학을 관통하는 폭넓은 사고와 통찰력, 참신한 아이디어도 주목받았다. 지난달 한류 콘텐츠 확장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이 한복을 입고 참석한 국무회의도 황 장관이 낸 아이디어다. 지난 9월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JazzyWolf(재즈울프)’라는 아바타로 참여해 젊은 세대들과 공연을 즐기고 향후 문화예술·콘텐츠 활성화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론을 벌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실제 정부에 들어와 일해 보니 문화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우리나라 경제지표에 비해 국민의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가 낮은데, 문화의 사회적 가치 인식을 확대하고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시장회복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AI, 메타버스 등 코로나19 이후 환경변화에 대비해 문화예술 생태계 혁신을 위한 전략 마련에도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순국선열을 기리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과거와 현재,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은 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15여만 명으로 추정되는 순국선열 중 보훈 혜택을 받는 유족은 804명에 불과한 실정이에요. 순국선열의 업적에 비해 그 위상과 유족들이 처한 현실에 늘 안타까움을 느껴왔어요.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순국선열 선양과 위상 정립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특별강연회를 개최하게 되었어요.”
그는 36년간 일제강점 치하에서 대한민국 근대의 철학, 문화, 가치관 등 중요한 부분이 실종된 사실에 대해 늘 안타깝고 뼈아프게 생각해왔다. 무엇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하나뿐인 목숨과 가족까지 내어놓은 순국선열의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십 대, 이십 대에 어떤 마음을 먹고 하셨을까요. 그 용기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어요.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그분들이 목숨 걸고 해낸 일을 발굴하고 기리는 일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랑스처럼 전범들에 대해 철저하게 처벌한 경우에는 부역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교훈을 얻지만, 우리나라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으니까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과연 누가 국가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목숨을 내놓을까요.”
황 장관은 국가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의 헌신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정말’ 중요하다며 여러 차례 강조했다.
“순국선열들의 헌신에 대해 국가적으로 예우하는 것은 단순히 그분들의 애국정신을 이어받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얼을 후세에 심어줌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가능토록 하는 데 있어요. 지난 광복절에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순국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이는 국가가 순국선열을 어떻게 예우해야 하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르고 또 먼 곳에 있어도 순국선열의 얼을 잊지 않고 보답하고, 또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중요한 책무가 아닐까요. 하지만 광복 76주년이 지나는 동안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에 대한 예우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순국선열을 기리고 그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실질적인 조치와 다양한 국가적 선양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무위원이자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깊어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었습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여행(69.6%), 문화(13.3%), 사교(13.1%), 스포츠(4.1%)를 손꼽았는데, 이 모든 것이 바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입니다.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코로나 이전의 문화생태계를 조속히 회복하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께 일상과 웃음을 되찾아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문화를 통한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한 눈빛이 건네는 진심 어린 다짐에 마음이 따스해졌다. 절망과 상실로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이 그 눈빛에서 위로를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를 빼앗긴 극한의 상황에서도 ‘문화의 힘’을 간절히 바랐던 백범의 뜻을 이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강국을 만들어가는 일에 그가 큰 역할을 해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