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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 Theme.4 만주지역 항일독립전쟁 유적지의 역사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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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물려줘야 할 역사정신의 보고(寶庫) 


35년간 치열했던 항쟁 기록

방치·훼손·멸실 진행 

위대한 발자취 보존 시급


글 | 최범산(순국선열역사교육원장) 


독립전쟁 3대 대첩으로 불리고 있는 청산리전투, 봉오동전투, 대전자령전투 유적지 등의 발굴작업은 광복 77주년을 넘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항일독립전쟁의 주요 사적지 신흥무관학교, 대한통의부, 광복군 사령부,  한국독립군 주둔지 및 전적지 등 수많은 유적지 역시 방치, 훼손, 멸실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민족의 항일독립전쟁 역사는 경술국치 이후 35년 동안 끊임없이 전개되었던 항쟁의 기록으로써 수십만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의 위대한 삶의 기록이며, 나아가 민족 정의, 자존과 긍지의 역사정의를 지켜낸 위대한 발자취로써, 후손 대대로 민족사의 본류로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역사정신의 보고(寶庫)이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부터 광복이 될 때까지, 만주로 망명한 수많은 독립지사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독립투쟁을 전개했던 유적지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역사 유적의 발굴과 보존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만주지역 서간도, 동간도, 북간도 일대 항일유적지들을 답사하며 현장의 생생한 기록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독립전쟁의 유적지들이 중국 동북3성 지방의 방대한 지역에 넓게 펼쳐져 있고, 일본 침략자들과 35년 동안 투쟁을 이어온 장소들이었기에 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곳을 찾아내어 기록하고, 책으로 묶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와 관련기관이 만주지역의 항일독립전쟁 유적지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보존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독립전쟁 3대 대첩으로 불리고 있는 청산리전투, 봉오동전투, 대전자령전투의 유적지 등의 발굴작업은 광복 77주년을 넘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항일독립전쟁의 주요 사적지 신흥무관학교, 대한통의부, 광복군 사령부, 조선혁명군 전적지, 참의부 고마령 전투지, 한국독립군 주둔지 및 전적지 등 수많은 유적지들의 방치, 훼손, 멸실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에 매우 안타깝고 통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후손들이 결코 멈추지 말고 지속해야 할 소임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와 투쟁하다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산화하신 독립투사들의 유해를 발굴하여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후손들의 책임이며 의무 중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시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후손들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임무는 독립전쟁 역사의 올바른 기록보존을 위한 유물의 발굴과 유적지 보존이다.


중국정부의 ‘동북공정’에서 비롯된 만주지역 우리 민족의 역사 지우기, 중국 지방정부의 경제개발과 도시건설 사업, 농경지 확장 등으로 만주지역 항일독립전쟁 유적지들이 더욱 훼손되고 사라지기 전에 국가적 차원의 발굴과 보존 활동이 신속히 이루어지길 촉구한다. 


보존할 것인가 

사라지게 방치할 것인가


인류의 역사는 유적과 유물의 생명력으로 후손들에게 이어져 왔고, 유적과 유물의 힘으로 수천 년 동안 그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독립전쟁의 역사도 유적과 유물의 증언과 실증의 생명력으로 계승·발전하는 생명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유적이나 유물이 존재하지 않는 역사는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계승될 수 없으며, 오래지 않아 잊히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역사서의 부재, 유적과 유물의 빈곤 등으로 거의 신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주지역 고조선, 북부여, 대발해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역사기록과 유물, 유적지들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의 역사의식 부재, 유적과 유물의 경시 풍조로 인해 고대국가의 도읍지조차 제대로 확정하지 못하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까닭은 역사기록과 유물의 부재가 불러온 혼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왜 우리는 중국의 역사서에 의존하여 우리의 역사를 돌아봐야만 했던가. 깊고 뼈저리게 반성하며 유적과 유물 보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만약에 항일독립전쟁의 역사를 축소·왜곡하거나 유적과 유물의 발굴과 보존의 중요성을 망각한다면,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소중한 역사를 후손들이 배우지 못하거나 망각케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고, 역사 유적과 유물 부재의 역사를 또다시 대물림하는 사례가 되고 말 것이다.


역사의 생명은 유적과 유물의 존재로 인하여 강렬한 역사적 사실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광개토태왕비가 존재하는 한 광개토태왕의 업적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신흥무관학교, 광복군 사령부, 청산리 전투 유적지 등이 하루빨리 발굴되어 유적과 유물이 확실하게 보존되는 한, 그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로 남을 것이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역사로 영원토록 존속하게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의 항일독립전쟁 역사는 경술국치 이후 35년 동안 끊임없이 전개되었던 항쟁의 기록으로써 수십만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의 위대한 삶의 기록이며, 나아가 민족 정의, 자존과 긍지의 역사정의를 지켜낸 위대한 발자취로써, 후손 대대로 민족사의 본류로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역사정신의 보고(寶庫)이다. 


그러므로 세계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길고 강렬했던 한민족의 독립전쟁의 역사를 증명해줄 유적과 유물을 발굴하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전하지 못하게 된다면, 민족사의 장대한 흐름을 끊어버리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며,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역사를 이어갈 후손들에게 또 하나의 역사적 암흑기를 물려주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 당국의 무관심, 역사 정신 부재와 무능,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독립투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역사가 살아있는 유적들이 옥수수밭으로 변하고, 저수지가 되고, 도시개발에 묻혀버리고 찢겨 나가는 무차별적 훼손, 파괴, 멸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무관심으로 대처하는 이 시각에도 만주지역 곳곳에서 독립전쟁 유적지들의 수난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만주지역 항일독립전쟁의 유적들은 그 역사적 가치에 비해 연구다운 연구를 위한 발굴조사조차 시도해보지 못한 채 지금 이 시각에도 훼손되어 사라져가고 있다. 한중수교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의 지도자들은 항일유적지가 남의 나라 남의 땅에 있어서 발굴조사가 불가능하고 훼손과 파괴도 어쩔 수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써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해 왔다. 그러면서도 삼일절과 광복절이 오면 경축사의 이름으로 항일독립전쟁의 정신과 업적을 계승한다고 염치도 없이 말해왔다. 그것은 국민을 향한 기만의 언어로 역사를 농락하는 행위로써 역사보존의 진정성이 결여된 행동이므로 국민들의 비판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중국은 역사전쟁을 이미 시작하였다


중국은 국가의 주도로 2002년 중화문명탐원공정을 시작한 이래 역사왜곡과 침탈을 위한 동북공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문화강국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역사왜곡을 넘어 역사탈취마저 서슴지 않고 저지르고 있는 작금의 행태는 이미 관련국을 향해 역사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중국의 역사침탈 당사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는 지난 십여 년 동안 강 건너 불 보듯 하며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해온 결과, 중국 청소년 교육용 지도에 표기된 만리장성은 북한의 평양까지 확장되었고, 고구려, 발해 역사는 통째로 중국의 변방역사로 탈취당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민족의 항일투쟁사 중에 일부가 중국의 역사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지도자들이 수십 년 동안 중국의 몰상식과 역사침탈을 비난만 하면서-혹시라도 중국의 경제보복이나 반발을 두려워하면서-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때 동북공정은 우리 민족 고대사의 역사침탈을 넘어 한반도 전역을 중국화하려는 무도함마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망각의 거리에 역사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항일독립전쟁 유적지, 그곳에는 역사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역사는 이미 지나버린 과거사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이며 다가올 오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만주지역 항일독립전쟁의 유적지는 우리 민족의 항일투쟁과 독립정신을 올곧게 증명하고 있는 생명체이다. 만약에 독립전쟁의 유적지를 보존하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져버린 시대가 된다면, 35년 길고 처절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강력한 항일투쟁, 독립전쟁 역사의 진실은 묻히고 사라지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유적지가 사라진 역사는 이미 죽은 역사이다.


혹자는 말한다. 유적과 유물이 없어도 역사기록을 남긴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얼빠진 소리이다. 항일독립전쟁의 유적들과 역사정신이 사라진 세상이 되면 중국의 끊임없는 역사침탈, 일본의 역사왜곡과 침략역사 지우기가 판을 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 국내에서는 일본기업과 극우세력의 지원과 비호를 받는 신친일세력의 발호가 거리를 휘젓고 다니게 될 것이다.


독립정신, 독립전쟁의 역사가 사라진 지 오래된 망각의 거리에서 삼일절과 광복절 기념식을 아무리 성대하게 거행하고 거리마다 태극기가 휘날린다 한들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을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는 보존하고 계승할 때 비로소 우리에게 진실의 선물을 주는 것이다.


역사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나라와 민족을 빛나게 만들었던 위대한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덕목은 끊임없이 역사를 고찰하여 민족자존과 긍지를 드높이는 지혜와 총명에 있었다. 역사는 민족자존이며 지혜의 보고이다.


만약에 우리의 지도자의 무관심으로 민족자존과 역사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항일독립전쟁의 유적들이 사라지게 된다면-생각만으로 끔찍한 일이지만-당대의 역사는 머지않아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그 정신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항일독립전쟁의 유적지의 발굴과 보존은 한 시대의 역사보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간직해야 할 가장 위대한 역사의 힘,    민족자주와 자존을 온전히 보전하는 길인 것이다.  


필자 최범산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및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등 현재 순국선열교육원장으로 있다. 최 작가는 잊혀지고, 훼손되고, 버려진 북간도 지역 항일독립전쟁의 유적을 십여 년 동안 답사하며 독립투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새겨진 유적들을 찾아 기록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역사가 바로 서고, 진실하고 올바른 사람들의 세상을 위해 그는 간도지역 항일유적의 생생한 기록과 현장사진을 묶은 항일독립전쟁 유적답사기 『압록강 아리랑』 『두만강 아리랑』 두 권의 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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