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Theme.2 동북공정, 중국의 역사 왜곡
페이지 정보
본문
중국의 정치·전략 문제이자 ‘동북아 전략’
“만주는 한민족 고토” 부정 “장백산은 중국의 산” 왜곡
‘포스트 동북공정’으로 진화
글 | 윤휘탁(국립 한경대학교 백두산연구센터장)
동북공정은 ‘학술 문제’인 동시에, 중국의 애국주의 전통을 드높이고 중국의 통일과 안전, 영토 주권의 완결, 소수민족 지구의 안정 그리고 민족 단결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중국의 정치·전략 문제이자 ‘동북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9월 중국국가박물관의 ‘한·중·일 고대 청동기 특별전’에 한국중앙박물관이 전달한 한국사 연표에서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일방적으로 제거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은 고구려·발해가 한국사라는 점을 부정하고 있다. 현재 동북공정 사업은 ‘포스트(post) 동북공정’으로 진화되어 중국 동북의 지방 정부 차원에서 계속 추진되고 있다. 동북공정은 종결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중국의 고민과 문제점
1980년대 들어 개혁개방이 진척되고 1990년대 동구 사회주의권이 와해되면서 중국에서는 사회주의 이념과 체제에 대한 회의감과 빈부 격차에 따른 사회적 이완 현상이 표면화되어 민족·계층·지역 간의 갈등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신장(新疆) 위구르 민족이나 티베트 민족이 아직도 분리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고, 한국에 체류하는 조선족이 급증하고 조선족 사회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 국민’으로서의 조선족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상황을 고찰해보면, 중국의 국민 통합 과제는 여전히 커다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이후 우리 민족의 격분을 일으킨 ‘동북공정’(원래 명칭은 ‘동북 변강의 역사와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사업’) 역시 중국의 국민적·영토적 통합을 위한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동북공정은 향후 한반도, 특히 북한의 급변 사태나 정세 변화가 중국의 동북지구에 미칠 충격이나 영향을 예측하고 그 대비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만주의 고대사 및 영토를 둘러싼 남북한과 중국 사이의 분쟁에 대처할 수 있는 중국의 역사·영토·민족 논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동북 변강(邊疆)의 국제 정세, 역사, 영토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고민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1990년대 이후 중국 정부에서는 국민적·영토적 통합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치적으로 중화 민족주의인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역사 민족적으로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주창하고 확산시켜 왔다. 오늘날 중국 사회에는 “중화민족의 대가정(大家庭)을 만들자!”, “중화민족이 단결하여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결성을 유지하고, 양안(兩岸, 대륙과 대만)을 통일시켜 중화민족의 국가를 부흥시키자!”는 애국주의 선전 논리가 고조되고 있다. 애국주의 교육은 학교·직장·군대에 뿌리를 내리면서 점차 중국 민족의 단결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정신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외적인 배타성과 자민족 우월주의·국수주의를 드러내면서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고립을 자초하고 혐중(嫌中)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의 역사관·국가관·민족관·영토관이 응축된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은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내에 존재했던 모든 민족이나 역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형성에 기여했기 때문에 중화민족이고 중국 역사”라는 패권적 역사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우리의 고대 역사가 깃들어 있는 만주 지역에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적용하면서 “부여·고구려·발해가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내에 존재했고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에 기여했기 때문에 모두 중국 역사이고 그 왕조들을 세운 민족 역시 중화민족이다”라는 왜곡된 역사 민족 논리를 내세운다. 게다가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안에 존재했던 원사(元史)·서역사(西域史)·남월사(南越史)의 귀속권을 놓고도 각각 몽골·중앙아시아 국가들·베트남과 역사적 갈등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이들 주변국의 역사 인식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중국의 역사 체계와 민족적·영토적 귀속성·완정성(完整性)은 모호해질 것이고 중국의 역사 역시 주변 국가들에 의해 이곳저곳 찢겨 나가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되면 중국의 민족적·역사적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중국 내 소수민족도 크게 동요할 것이 뻔하다. 이것 역시 중국의 고민거리이다.
동북공정의 추진 의도와 본질

다음에 중국에서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동북지구에 적용시켜 통일적 다민족국가로서의 중국의 역사적·민족적·국가적 정체성을 완결하려고 한다. 즉 다른 지구에는 이미 적용시켜왔던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동북지구에만 적용하지 않고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한국사” 논리를 계속 방치할 경우, 원(元)·서역·남월 등의 귀속성을 둘러싸고 중국과 분쟁을 겪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주장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중국 역사의 정체성 확립, 다시 말해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의 정합성과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남·북한의 역사 논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그에 따라 중국에서는 동북지구와 한반도의 역사적 상관성을 부정하고 양자를 단절시켜 역사를 매개로 우리 민족이 중국 동북지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만주에 웅거했던 한국 고대사(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를 무조건 중국사라고 왜곡한다. 즉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만주와 전혀 상관성이 없으니, 남·북한은 더이상 만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것이 중국의 속내이다.
끝으로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을 통해 북한이 단독으로 고구려 문화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시도를 막고 중국 내의 고구려 문화유산을 북한과 공동 등재함으로써 중국 내 고구려 문화유적이 중국의 것임을 대내외적으로 각인시키려고 했다. 북한 내 고구려 문화유적의 단독 등재는 “고구려사=한민족의 역사”라는 남·북한의 논리를 대외적으로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2004년 7월 북한과 더불어 고구려 문화유적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해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동북공정은 그 공정의 핵심 관계자 말처럼 ‘학술 문제’인 동시에, 중국의 애국주의 전통을 드높이고 중국의 통일과 안전, 영토 주권의 완결, 소수민족 지구의 안정 그리고 민족 단결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중국의 정치·전략 문제이자 ‘동북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9월 중국국가박물관의 ‘한·중·일 고대 청동기 특별전’에 한국중앙박물관이 전달한 한국사 연표에서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일방적으로 제거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은 고구려·발해가 한국사라는 점을 부정하고 있다. 현재 동북공정 사업은 ‘포스트(post) 동북공정’으로 진화되어 중국 동북의 지방 정부 차원에서 계속 추진되고 있다. 동북공정은 종결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중국이 ‘포스트 동북공정’의 일환인 ‘장백산문화건설공정’을 추진하는 이론적 토대는 ‘장백산문화론’이다. ‘장백산문화론’은 “중국의 역대 왕조가 장백산을 관할해 왔다”, “장백산은 여진족(만주족)의 발상지이고 성산이다”, “만주와 그 핵심인 장백산의 주인 역할을 해온 민족은 숙신(肅愼) 계통의 중국 민족이다”라는 주장들을 근거로, “장백산은 중국의 산”이라는 ‘문화 제국주의’ 논리이다.
중국은 ‘장백산문화론’을 통해 “백두산=한민족의 성산, 한국 고대사의 발원지” 논리를 부정하고 백두산과 한반도의 역사적·문화적 연계성을 단절시켜 백두산을 모태로 만주에 깃들어 있는 우리 민족의 혼을 제거해서 만주에 대한 한민족(한반도)의 영향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려고 한다.
중국에서는 2017년과 2021년에 각각 백두산을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단독 등재 신청을 했다. 백두산을 공유하고 있는 북한은 유네스코 등재 신청에서 배제되어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백두산공정’을 통해 백두산의 역사 문화적 귀속권과 정치 경제적 주도권을 장악해 한·중 간에 불거질 백두산 분쟁과 그것이 초래할 예측 결과에 총체적으로 대비함으로써 한반도와 만주를 포괄한 동북아 국제 질서에서 유리한 위상을 확보하려고 한다.
동북공정의 대응 방향
동북공정의 해법과 관련해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역사 분쟁을 외교적인 양보의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역사는 역사적 사실만을 근거로 존재하는 것이지 타협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일시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교적 차원의 갈등 덮어두기 방식으로 역사 분쟁을 처리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역사의 죄인’이 되기를 자초하는 짓이다. 따라서 ‘동북공정’의 해법은 남북한과 중국의 고민과 우려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의 고민이나 과제는 체제를 유지하고 각 민족을 단결시켜 국민적·영토적 통합을 실현시켜 사회 안정과 중화민족 국가의 부흥을 이루는 데 있다. 그렇다 보니 중국은 자의적으로 주변 국가들의 역사를 왜곡하고 귀속권을 침탈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고대 역사인 부여·고구려·발해가 우리 역사 체계에서 떨어져 나가 우리의 역사관과 민족정체성마저 근본적으로 뒤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지게 되었다.
‘만주 고대사=한민족의 역사’ 논리가 자칫 중국의 민족 단결과 동북 사회의 안정을 해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동북공정이 파생되었다고 본다면,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반발과 고민은 한민족의 역사적·민족적 정체성이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족 단결을 토대로 한 사회 안정과 국가 부흥이 중국의 확고한 국가 목표라면, 중국으로서는 그것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 결코 용납하지 않고 양보하지도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남북한 역시 역사적·민족적 정체성이 와해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도 양보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북공정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은 중국이 한국의 역사 체계를 인정하고 한국의 역사적·민족적 정체성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 대신에, 한국은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고민과 우려를 해소시켜주는 상생의 원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와 시정 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중국의 고민들(동북공정을 추진하게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거기에서 야기된 중국의 우려를 해소시켜주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에게는 동북공정이 우리 민족의 역사적·민족적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들면서 한·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사실과 아울러 우리 민족의 심각한 고뇌를 전달하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주변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침해해서 역사적·민족적 정체성을 뒤흔드는 동북공정식의 역사 인식은 분명 아시아에서 중국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다. 반면에 한반도 통일과 통일한반도의 전도(前途)를 고려하지 않는 감정적이고 국수적인 대응 방식은 한·중 관계의 악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중·단기적인 해법으로는 민(民)·관(官)·정(政)·언(言)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동북공정의 추이와 실태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서 파악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 의해 중국과 역사 분쟁을 겪고 있는 몽골, 중앙아시아 국가, 베트남 등과의 국제적 공조를 통해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의 문제점(주변 민족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침탈하는 것)을 국제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이와 아울러 우리의 역사 논리를 외국어로 번역해서 널리 홍보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이 밖에 고구려나 발해의 유적들이 대부분 중국 동북지구나 북한지역에 있어서 국민들이 그것을 체험하기가 곤란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대사 관련 테마파크’를 조성해서 고대 역사의 체험 교육장, 국내외 여행자들을 위한 관광자원 및 역사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끝으로 우리의 역사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가령 다민족 국가인 고구려나 발해를 우리의 온전한 고대 역사의 범주 속에 귀속시키려면, ‘단일민족 사관’과 단일민족의 역사 체계를 극복해야 한다. 단일민족 사관으로 다민족 국가인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적 계승성을 주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동북공정은 ‘중국의 고구려사 빼앗기’ 차원을 넘은 중국의 ‘동북아 전략’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우리의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우리의 과거 및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와도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이다! 동북공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남북통일의 실현, 통일 한반도와 중국의 화해·협력과 공동 번영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역사 인식이 없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국립한경대 브라이트칼리지(교양교육대학) 교수이며 ‘국립한경대 백두산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 심사위원, 만주학회 회장, 중국사학회 부회장, 역사학회·동양사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한·중·일 3국 공동역사 부교재’ 한국 측 편찬위원으로 활동했다. 『일제하 만주국 연구』, 『중일전쟁과 중국혁명』, 『신중화주의』, 『만주국: 식민지적 상상이 잉태한 복합민족국가』 등 많은 저서를 집필했다.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러시아 등 해외 언론 인터뷰 및 국내 방송에 다수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