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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 Theme.5 한반도 평화의 길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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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 대결의 새로운 양상  


북미 핵선제공격 공식화 

위기 해소할 대화 차단 신냉전이 위기 부추겨


글 | 장창준(한신대학교 연구교수)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 위치상 전환기 국제질서의 한복판에 자리했었다. 19세기 중후반 서세동점의 시기가 그러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형성 시기도 그러했다. 이제 또다시 신냉전이라는 전환기 국제질서의 대격돌이 시작되고 있다. 신냉전 하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며, 한반도가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확인되듯 평화를 실현하는 것은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을 수반한다. 신냉전의 국제질서 속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이 대결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과 분석이 전제되었을 때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질서의 대격변이 시작되고 있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세력 사이의 대결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미국을 한 축으로 하고, 중러를 다른 축으로 하는 신냉전이 본격화되었다. 사실상의 양극체제라 할 수 있는 신냉전은 과도기일 수밖에 없다. 미국 진영은 단극 체제로 회귀하려 하고, 중러 진영은 다극 체제로 전환하고자 한다. 따라서 신냉전은 단극 회귀 세력과 다극 전환 세력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 위치상 전환기 국제질서의 한복판에 자리했었다. 19세기 중후반 서세동점의 시기가 그러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형성 시기도 그러했다. 이제 또다시 신냉전이라는 전환기 국제질서의 대격돌이 시작되고 있다. 신냉전 하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한반도가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싱가포르 회담 실패와 새로운 북미 대결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북미 평화 담판은 끝내 실패로 귀결되었다. 싱가포르에 모인 북미 양 정상은 “북미 관계를 새롭게 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고,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즉 북미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환경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북미 신뢰를 돈독히 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 정상이 수차례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을 분석하면 북미 평화 담판의 실패는 노정된 것이었다(SPN서울평양뉴스에 한글번역본이 게재되어 있다). 미국 측은 일관되게 비핵화를 우선시했으며, 북 측은 일관되게 북미관계 정상화를 주문했다. 북 측은 싱가포르 합의에 입각해 대미정책을 추진한 반면, 미국 측은 싱가포르 합의에 반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했던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한미군사연습이 재개되었으며, 2019년 8월 군사연습에는 ‘북한 정권 붕괴, 북한 체제 전복’을 내용으로 하는 북한안정화작전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 측은 그해 12월 “미국이 조미대화를 불순한 목적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 중단 의사를 피력하고 핵무기 고도화 방침을 채택했다.

그 후의 상황은 길게 서술할 필요는 없겠다. 북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착수하고, 신형 ICBM 화성포-17형을 시험발사했다. 미국은 ‘핵선제사용’이 포함된 핵태세검토보고서를 작성, 공개했고 남 측 국방부장관은 대북선제타격을 공론화했다. 


한반도 위기의 성격


싱가포르 회담 이후 새로운 북미 대결은 3가지 차원에서 이전과는 다른 한반도 위기를 보여준다. 


첫째, 핵대결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핵선제공격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핵무기 탑재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시켜 군사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북은 전술핵탑재 모의공격 훈련을 했으며, 핵정책을 법제화했다. 북미 대결은 핵대결을 본질로 한다.


둘째, 위기를 해소할 북미대화, 남북대화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회담의 결렬은 북미 사이 신뢰 제로(0) 상태를 초래했다. 신뢰가 없으면 대화는 재개되지 않는다. 2020년 6월 판문점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북 관계도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위기는 고조되지만 대화의 창은 굳게 닫혀있다.


셋째, 신냉전이라는 국제질서는 한반도 대결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북중러 관계는 개선되고 있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은 역시 강화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는 격화 요인으로만 가득 찼다. 결국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한반도 위기는 핵전쟁 위기이며, 단기간에 끝날 수 없는 장기성을 띠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다. 대만의 위기 역시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을 띤다. 가장 강력한 핵을 가진 미중러 세 나라가 군사적 대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신냉전은 ‘냉전’뿐 아니라 ‘열전’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그 ‘열전’의 성격은 핵대결 위기를 심화시킨다. 신냉전이 격화될수록 핵대결 위기는 점차 심화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가장 위험한 시대를 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신냉전 돌격대를 자임하고 있다. 취임 11일 만인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신냉전 정책을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윤석열 정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되어 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끊고 한미 공급망동맹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한미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이익이 걸려 있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신냉전 구도에 한국을 완벽하게 편입시키고야 말았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 위협 억제’라는 명목으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했다. 11월 프놈펜 한미일 성명이 그것이다. 북한 미사일 정보를 한미일 3국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했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탄력을 받아 일본 정부는 12월 16일 ‘반격능력’ 보유를 명문화하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했다. ‘반격’이란 ‘방어’와는 다른 개념이다. ‘방어능력’이 격퇴능력이라면, ‘반격능력’은 ‘침략능력’이다. 즉 자위대가 한반도를 재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길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확인되듯이 평화를 실현하는 것은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을 수반한다. 신냉전의 국제질서 속에서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에서도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대결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과 분석이 전제되었을 때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신냉전을 추구하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나토를 동진시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우크라이나 내정에 간섭하여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러시아 대리전을 치르게 하고 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면서 대만 독립을 부추기고 대만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지속함으로써 북미 평화 담판을 깨고 한반도에 핵무기를 전개시킴으로써 핵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둘째, 한반도 위기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르려고 하는 미국과 미본토로 전장을 확대하려는 북 측 사이의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을 본질로 한다. 북은 ICBM 등 미 본토 공격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본토 방어망을 구축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프놈펜 공동성명에서 북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하고, 고도 100km 이상의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미사일을 담당하는 우주군사령부가 주한미군기지에 설치된 것도 미 본토를 지키기 위함이다.


셋째, 북미 정치군사적 대결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미국은 북의 핵폐기를 추구하고, 한미일 삼국의 대북공격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북은 대미공격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강대강 대결 구도 하에서 북미 대화가 들어설 여지는 전혀 없다. 따라서 남북 대화 역시 기대난망이다. 미국의 신냉전 정책,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편입하는 윤석열 정부가 존재하는 한 남북관계는 대화가 아닌 대결을 향해 치달을 것이다.


결국 현재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야만 남북관계의 새로운 길은 열리게 된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는 세력을 반대, 규탄, 배격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다.  


필자 장창준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북미, 한미, 남북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찰, 연구하고 있다. 강대국 중심의 안보담론와 동맹담론에서 벗어나 한반도 중심의 평화담론, 비동맹담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평화가 갖는 상호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신냉전의 결과와 신냉전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 게시물은 순국선열유족회님에 의해 2023-01-03 15:30:45 편집위원 컬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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